한국일보

박평식의 여행이야기

2010-12-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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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라네바다 고원지대

호수·설원·삼림… 캘리포니아 ‘겨울동화’


4계절 뚜렷 적설량 풍부 스키의 천국
레익타호 주변 15개 리조트 아늑
요세미티·모노호수 등 세계적 명소


유독 지독했던 인디안 서머의 폭염이 지나가고 여름밖에 없을 것 같았던 캘리포니아에도 어느새 겨울이 찾아왔다. “하늘 잿빛이 되는 차가운 겨울, LA에 가면 따뜻하고 안락할 텐데, 겨울날에는 캘리포니아를 꿈꾸네” 너무나 친숙한 마마스 앤드 파파스(The Mamas & Papas)가 부른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g)의 한 구절이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도 겨울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많다. 그리고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중심으로 한 고원지대가 그 중심을 이루고 있다. 시에라 고원지대는 시에라네바다 산맥과 그 북쪽 지역을 말하는데, 동절기에는 적설량이 매우 많다. 캘리포니아의 겨울을 만끽하기 위해선 이 산악지대에 위치한 시에라 고원지대를 여행해 볼 것을 추천한다.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는 레익 타호. 주변에 가볼만한 곳이 몰려 있다.


미국 전역 최고봉인 위트니 산과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 산맥의 최정상을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시에라 고원지역은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해 계절에 따른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시에라네바다 동쪽은 건조하지만 적설량이 풍부하고 설질이 좋아서 겨울철에는 스키를 즐기려는 관광객 인파로 항상 붐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세코야 및 킹스캐년 국립공원도 이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유서 깊은 마을과 하이킹 트레일이 곳곳에 산재해 있기에 볼거리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깊은 호수 레익 타호(Lake Tahoe)는 높이 6,200피트, 길이 22마일, 폭 12마일, 수심이 무려 1,600피트나 되는 산상호수로 호수 둘레를 도는 자동차 도로가 165마일이나 되기에 여러 여행전문 잡지에서 매년 시행하는 ‘미국인이 꼽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설문에서 항상 순위를 다툰다.

드라이브를 즐기다 잠시 차를 세우고 높이 솟은 산 사이 드넓게 펼쳐진 호수, 쉼 없이 밀려오는 파도와 작은 모래사장을 바라보며 대자연의 신비를 온몸으로 느껴보는 것도 타호 호수에서만 즐길 수 있는 여유이다. 단 급커브 길이 많고 석양이 너무 강하기에 시야 확보가 어려우니 반드시 선글라스를 챙겨야 한다.

타호 주변에는 스키 리조트가 15개나 있다. 1960년 동계올림픽이 개최된 스퀘어 밸리, 알파인 메도, 노스 스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키장도 여러 개이다. 특히 ‘타호 호수에 있는 북극성’이란 이름을 가진 노스 스타 리조트는 최신시설 스키장은 물론 새로이 단장한 빌리지가 깨끗하고 샤핑시설 및 각종 유락시설을 갖춘 유럽 스타일 리조트이기에 가족단위 여행객에게는 최적의 스키장이다.

겨울 속 천국 눈부신 설원의 로맨틱한 데이트를 즐기기를 원하는 연인들에게는 정상에 오르면 타호 호수가 한 폭의 그림처럼 눈에 쏙 들어오는 헤븐리 스키장과 호수 맞은편 스퀘어 밸리가 좋다.

캘리포니아에는 호수에 서있는 돌들이 아주 조금씩 자라는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기이한 호수, 모노 레익이 있다. 약 76만년 전에 화산의 폭발로 생겨난 이 호수는 화산활동 당시에 생긴 석회질과 주변 산에서 녹아 들어온 무기질이 호수 바닥에 갈아앉아 있는데 호수로 물이 흘러들면서 바닥에서 위쪽으로 뿜어져 올라와 조금씩 굳어지면서 돌들이 위로 자란다고 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달 말 외계 생명체에 대해 중대 발표를 하겠다고 해서 세계의 이목이 주목된 적이 있었다. 결국 독성물질인 비소를 이용해 살아가는 생명체를 발견했다는 내용이 잘못 전달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문제의 생명체가 바로 모노 호수에서 발견되었다. 호수 위 바위에는 수많은 갈매기들이 둥지를 틀어 이색적인 광경을 연출하고 호수 북쪽에 위치한 보디 주립역사 공원은 골드러시였던 1880년대에 약 1만명이나 되는 광부들이 생활했던 마을을 보존해 놓은 유령마을이다.

모노호수까지 방문했다면 요세미티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도로 타이오가 패스(TIoga Pass)를 통해 국립공원 정신의 발상지이며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관광해 보자.

귀중한 동식물이 남아 있는 고층습원과 눈이 녹아 만들어진 여러 산악호수, 회색빛 석회암 돔 등 과히 별천지라는 말이 무색할 만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미국 자연보호운동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뮤어(John Muir)가 발견한 지역으로 189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100만 년 전 빙하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돼 1만 년 전 빙하가 녹으며 생성된 300개가 넘는 호수, 계곡, 폭포가 즐비한 천혜의 자연경관이 넘쳐나며, 계절마다 색다른 경치로 여행객을 매료시킨다.

요세미티는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요세미티 밸리 지역, 해발 9,842피트 이상의 만년설이 있는 투올러미 고원지대, 수명이 2,700여년이나 되는 거목들이 자리 잡고 있는 마리포사 지역 등 크게 3개 지역으로 관광구역이 나뉘어진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남쪽에 위치한 세코야 킹스캐년 국립공원은 시에라 고원지대에 위치한 두 개의 인접한 국립공원을 칭하는데. 남쪽의 세코야 국립공원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공원으로 희귀종의 생물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특히 높이가 무려 275피트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나무’로 알려진 셔먼 장군의 나무도 이 공원에 위치하고 있다. 북쪽의 킹스캐년 국립공원에도 262피트에 이르는 ‘미국의 크리스마스트리’라 불리는 그랜트 장군의 나무가 있으며, 보이덴 천연 종유석 동굴 등 웅대한 풍경과 볼거리가 풍부하다.

전 세계에서 최고의 스노 보더가 모이는 곳, 산악자전거, 사이클링, 낚시 트레킹 등 다양한 스포츠의 천국 맘모스 마운틴(Mammoth mountain) 역시 시에라 고원지대에서 반드시 방문해 봐야 할 곳이다.

캘리포니아를 상징하는 관광지 중 하나인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환상적인 모습.

시에라네바다 지역에서는 수많은 스키장들이 들어서 있어 이번 겨울 여행지로 적격이다. 스노보드를 배우고 있는 한인 어린이들.


박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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