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연준 칼럼 - 모든 권력은 아내로부터 나온다 !

2010-12-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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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천인공노할 북한의 연평도 도발사건으로 어지럽던 지난 12월6일 텔리비전 뉴스를 보는 중에 미국 워싱턴의 국무부에서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고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한·미·일의 삼자회담이 있었다.

회담 후, 한국의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 일본의 세이지 외무상을 양쪽에 세운 채, 사진을 찍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당당한 모습이 눈에 들어 왔었다. 예전에 대통령의 영부인으로서 또 국회의원으로서 오랫동안 보아온 사람이지만, 이번 만큼은 사태의 심각성에서인지 매우 특별한 인물로 필자에게 다가왔었다.

한때는 미국의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 위해 경선을 치르기도 했던 클린턴 국무장관의 이제까지의 발자취가, 이제는 아버지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만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으로 한때 한국의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었던 박근혜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함께 현대사회에서의 여성들의 위치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물론 G-20 정상회담에서도 독일, 멕시코 등 몇몇 여성 정상이 눈에 띄었듯이 핀란드는 대통령과 총리가 모두 여성이고 지난 번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입은 아이슬란드의 요한나 시귀르다도티르라는 긴 이름의 총리도 여성으로, 그녀는 취임연설에서 "여성의 부드러움으로 국가적인 금융위기를 탈출하겠다"며 남자들의 엘리트적 우월주의를 비판하며 어려운 시기의 국정운영을 시작했다.

그리고 펩시콜라나 휴렛 패커드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CEO로 큰 능력을 보여준 여성 기업인들은 물론이고, 미국에서 소수민족의 입장으로 딸을 기르고 있는 내게는 남성 중심의 미국 정치계에서 흑인이자 여성이라는 두 높은 벽을 넘어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으로 여성 리더십을 발휘했던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의 훌륭한 성과도 인상적이었다.

쓰다 보니 여성의 리더십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지 않은 분야가 없는 것 같은데,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의 말처럼 21세기는 힘보다는 지식과 정보가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되는 사회이므로 상대적으로 물리적인 힘이 부족했던 여성들이, 현재에는 고학력에 재능을 겸비한 능력 있는 여성들이 중요한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히 앞서가게 되었고, 이렇게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 인력의 수가 많아짐에 따라 과거에는 여성에게도 남성적이고 강한 도전적인 리더십을 요구하던 사회가 현대사회에서는 사회제도의 변화와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일반화되면서 여성의 특징인 남에 대한 배려, 부드러움, 포용이나 뛰어난 의사소통 능력 등이 문제해결의 수단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부동산 업계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여성 에이전트들의 수가 남성을 크게 앞질렀고 판매실적이 남성 에이전트들보다 월등히 높거나 엇비슷한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제까지 남성 에이전트들의 전유물이었던 상업용이나 대형 사업체 거래 분야에서도 여성 에이전트들의 활약이 날로 커질 뿐 아니라,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주택을 주로 거래하는 분야에서는 두드러지게 여성 에이전트들의 실적이 우수하다는 것은 각 회사의 탑세일즈상 발표를 보면 알 수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도 몇 년째 1등 판매실적 상을 여성이 받고 있는 것이 거의 전통이 되어버렸고 "여성 에이전트들 덕분에 회사가 잘 운영되고 있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얘기하곤 했었다. 물론 수적으로 우세한 여성 에이트들을 더욱 격려하기 위한 발언이기도 하고, 남성 에이전트들의 분발을 독려하기 위한 고육책(?)이기도 한 이야기이지만, 그동안 20년째 남성 위주로 회장을 뽑았던 남가주 한인부동산협회의 내년도 회장이 최초로 여성이 되었으니 부동산협회도 이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 즉, 여성 에이전트들의 친절하고 깔끔한 일처리 때문이며, 꼼꼼하고 사려 깊은 여성들의 장점을 십분 살릴 수 있는 업종이기도 하므로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업계에서도 앞으로 여성 전문가들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재미 동포사회에서도 부동산 업계만이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나 여성들의 활약이 눈에 띄는 것은 남자와 여자는 어려운 상황을 견디는 힘이 다르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여성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서로 소통하며 도움을 이끌어내는 순발력이 뛰어나 상황 대처가 쉽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성 특유의 친화력으로 다양한 네트웍을 형성하기도 남자보다 쉽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현상이 사회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몇 년 전 한국의 한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조사하여 발표한 것을 보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남아선호 사상이 강했던 우리 국민들의 변화된 생각을 보고 놀란 적이 있는데, 결과를 보면 남자들의 37.4%가 딸 낳기를 바라고 아들을 선호하는 장래의 아버지들은 28.6%에 불과하며 여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아 딸을 원하는 엄마는 37.9%, 아들을 원하는 경우는 31.3%에 그쳤다고 한다.


아마 이런 결과는 여권신장으로 인해 딸을 낳아도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것이라는 부모로서의 자신감이고, 실제로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또 결혼을 시키고 나서도 아들보다는 딸이 훨씬 부모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이는 요즘 세태를 반영하고 있는 결과가 아닐까.

이런 저런 면에서 봐도 "가정의 주권은 아내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아내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있는 "국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을 패러디한 내용이 가장 잘 지켜지고 있는, 즉 여성 상위시대를 살고 있는 가정이 더 이상 우리 집만의 현실은 아닌 것 같다.


정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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