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책

2010-12-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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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만나게 되는 지인에게 세상에서 제일 비싼책이 무엇인줄 아느냐고 농담삼아 물으니 “성경책”이라고 몇 초도 안되어 대답을 한다. 아마 그의 신앙에서 나온 말인 것 같은데 성경의 무한한 가치로 보면 맞는 얘기이긴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답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돈으로 환산할 때, 세상에서 가장 비싼 책은 과연 어떤 책일까, 그것은 바로 페이스북(Facebook)이라고 한다. 물론 이것도 “책”은 아니니까 정답도 아니겠다.

그러나 페이스북 회사의 자산가치가 30억달러가 넘는다니 틀리는 말도 아닌지 싶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아이들의 어깨너머로 보면 제 친구들끼리 사진을 올려 돌려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서로 주고받는 컴퓨터세대의 새로운 소통방식이고 놀이기구쯤 되나보다 하고 있었는 데 최근 티파티와 커피파티로 불리는 미국 민중운동의 커다란 물결중의 한축인 커피파티가 에너벨 박이라는 한국인 1.5세에 의해 바로 그 페이스북을 통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페이스북에 자신의 주장이 담긴 글을 올리니 한달만에 20만명의 동조자가 생겼다는 기사를 보고 페이스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는 내가 이런 글을 써도 되는가하는 생각에 잠깐 망설이기도 했으나 서울에 가보지 못한 사람이 우기면 과연 남대문에 문지방이 있나 없나하는 말다툼에서도 서울에 가보지도 않은 사람이 서울 사람을 이긴다는 옛말에서 힘을 얻어 몇 자 적어본다.

쇼설네트워크서비스(SNS)의 종주국이랄 수 있는 미국에서 참가자들의 신변잡기나 네트웍 등을 올려놓아 공유하는 마이스페이스로 시작된 소셜네트워킹이 페이스북으로 발전하여 그야말로 마른풀에 불이 붙듯 맹렬히 퍼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알고 보니 내 주위에서도 많은 이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류를 따라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놀랍다.

페이스북은 인터넷에서 사람을 찾거나 다른 사람과 정보를 주고받고 교류를 하게하는 사이트이다. 그래서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를 만들 수도 있고 이메일처럼 서로 대화도 주고받으며, 페이스북에 들어가 함께 게임도 하는 모양이다.

내게 특별히 다가오는 것은 페이스북 친구가 되어 서로 사이트를 사용하게 되면 그 사이트에 들어온 모두와 같은 정보를 공유하게 되고 친구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거창한 기획 없이 인터넷을 통해 자기의 의견을 개진하고 한편으론 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수렴하여 에너벨 박 같은 젊은 여성을 통해 역사의 물줄기도 바뀌고, 버락 오바마의 진보적 가치관에 동의하는 30만 청년의 힘이 모여, 즉 그 청년들의 동시다발적인 참여가 가능하여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동의하는 일이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 인터넷의 힘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는데 큰 역할을 했었고,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강하게 인터넷의 영향을 받고 있는 현실에 있다.

그래서 인터넷, 여기서 말하고자하는 페이스북의 이런 순기능이 제대로만 이용된다면 순수한 민중의 힘으로 경제적인 불평등도 어느 정도 극복되고 사회정의도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앞서가는 얘기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거창한 이슈보다 내가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어느 미국여성의 예처럼 페이스북을 통해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이나 친지들 간의 교류가 아주 쉽게 이루어지게 된다는 일이다.

우리 동포들처럼 한국과 미국, 또는 미국 안에서도 동부와 서부에 서로 떨어져 살고 있는 현실과 시차가 커서 전화하는 시간을 맞추기도 쉽지 않은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이나 친지들끼리 사진과 글을 통해 마치 여럿이 함께 모여 있는 것처럼 소식을 전하고 가족들의 근황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이 담긴 대화를 나눌 수 있는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이 사이트를 통해 비즈니스와도 연결이 되며 매우 적절히 사용하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누릴 수도 있겠다. 2007년에 생긴 트위터를 통해서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것은 벌써 오래된 일이다.

인포메이션 교환을 목적으로 스마트폰, 페이스북 같은 쇼셜네트웍, TV, 개인 PC 등으로 연결시켜 정보교환이 이루어지게 만들었으나, 거기서 비즈니스를 소개하고 좋은 평가를 얻게되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만드는 일이 생기게 되었던 것이다.

벌써 여러 번 언론에 소개되어 모두가 알고 있듯이, 우리 젊은이 몇몇이 모여 ‘KOGI’란 상호로 조그맣게 시작한 케이터링트럭이 이 트위터를 적절히 사용해 지금은 다섯개의 트럭을 운영하는 업체로 성장했다고 한다.

필자가 종사하고 있는 부동산업계에서도 주류사회 얘기이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적절히 잘 이용하고 있는 에이전트들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영어나 컴퓨터에 서투른 우리 한인1세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효과 있게 이용하고 있다는 소식은 별로 듣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이제 세상이 변하고 있고, 많은 일들이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부동산회사에서 앞으로 서류 즉 종이가 없어지는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으니, 부동산업계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여기에 대처할 능력을 키워나아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우리집 아이들에게 페이스북의 프렌드가 되자고 신청을 했더니 단박에 거절당했다.

어느 아이가 제 친구들을 포함한 모든 사생활을 부모와 공유하고 싶겠는가. 이해도 된다. 그리고 상당히 섭섭함도 있었지만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213)272-1234


정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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