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얼음처럼 차가운 케나이강 연어떼 펄떡

2010-11-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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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눈 속의 그 푸른 초원

얼음처럼 차가운 케나이강 연어떼 펄떡

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알래스카는 수많은 강과 호수를 가지고 있다. 케나이 강가에서 많은 낚시꾼들이 설산을 배경으로 차가운 강물에 들어가 연어 낚시를 하고 있다.

임지나 <수필가>
알래스카를 가다


6~7월 대이동 40~80파운드 대어
러시아인 떠났지만 곳곳에 정교회 건물


엑싯 글레시아를 보고 수워드 하이웨이로 다시 들어섰다. 인적이 없는 나무숲이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진다. 우리가 정말로 알래스카의 와일드한 자연을 만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곳에 흩어져 있는 300만개에 이르는 호수는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다.


때로는 호수인지 강인지 구별을 할 수 없을 정도다. 물이 고여 있으면 호수이고, 흘러가고 있으면 강이라고 생각을 했다.

지금 우리는 케나이를 향해서 달리고 있다. 오직 보이는 것은 높고 높은 하늘과 하얀 눈으로 군데군데 치장을 한 산들이다. 간혹 하늘을 나는 새들과 울창한 나무숲들이 그나마 텅 빈 하이웨이를 외롭지 않게 한다. 눈을 감고도 운전을 할 수 있을 만큼 한적한 길을 얼마나 달렸을까. 왼쪽에 케나이 강이 보이기 시작한다.

겨울 동안 케나이 산에 꼭꼭 눌러 쌓였던 눈이 녹으면서 케나이 호수와 스키락 호수가 넘쳐 케나이 강을 만들어낸다. 이 강은 센트럴 알래스카 남쪽의 반도를 끼고 82마일에 걸쳐 흐른다. 또 케나이 강은 알래스카에서 연어(salmon) 잡이로 가장 유명한 곳이다. 낚시가 취미인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 쯤 큰 연어(보통 40~85파운드)를 낚아보고 싶을 것이다.

특히 일 년에 두 번씩 킹 샐몬, 실버 샐몬 그리고 레드 샐몬이 이 강으로 올라올 때 말이다. 6월 하순에서 칠월에 올라오는 레드 샐몬은 연어 중에서도 가장 맛이 있고, 통조림으로 많이 스모킹을 한다. 그 외 할리벗이나 송어도 엄청나게 잡힌다고 한다.

케나이 강을 따라 무료하게 달리던 우리 눈에 많은 사람들이 강물 속에 있는 것이 보인다. 긴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지금, 저들은 얼음처럼 차가운 물속에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 우리는 길옆에 차를 세우고 강 건너를 내려다보았다. 그들은 모두 낚시꾼들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다리 끝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낚싯대를 강 속에 드리우고 있다. 같이 구경을 하던 어떤 사람이 바로 저들이 연어를 잡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을 해준다.


아직은 좀 이르지만 본격적으로 연어가 이동을 시작하는 유월 하순에서 칠월이면 세계에서 모여든 낚시꾼들로 이곳은 장사진을 이룬다고 한다. 그 때는 강에 배를 띄워 저쪽 낚시터 쪽으로 꾼들을 나르는 영업을 할 정도라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모양이다.

케나이에 온 김에 러시아 정교(Russia Orthodox)를 돌아봤다. 러시아 정교는 미국에 남아있는 러시아 역사의 한 편린이다. 1867년에 알래스카가 미국에 팔리면서 러시아 사람들은 거의 이곳을 떠났다.

알래스카에 있는 러시아 정교 빌딩은 모두 러시아가 미국을 떠난 뒤 지어진 것들이다. 이 정교는 지금도 알래스카 원주민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믿고 있는 종교다.

러시아 정교는 1741년에 러시아의 모피상인들에 의해서 전파가 됐다. 그 뒤 1794년에 알래스카 남동쪽 ‘코디악 섬’(Kodiak Island)에 선교단이 파견되면서 미국에 주교가 처음 임명됐다. 그러나 알래스카에는 의외로 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지 않다.

예를 들면 1894년 알래스카의 수도인 쥬노(Juneau)에 세워진 세인트 니콜라스 정교는 러시안은 한 명도 없이 교인은 모두 ‘틴짓 인디안’(Thingit Indian)들이다. 아직도 약 90개의 러시아 정교가 알래스카에 현존해 있다.

우리가 본 정교는 러시아 사람들이 약간 살고 있는 아주 조그만 동네였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120마일쯤 가면 홈어(Homer)시가 있다. 수워드가 앵커리지의 남쪽 끝이라면 홈어는 남동쪽의 끝으로 역시 케나이 반도에 속해 있다.

특히 ‘카치멕 베이’(Kachemak Bay)로 연결된 홈어 스핏(Homer Spit: 육지가 피어처럼 길게 바다로 연결된 곳)은 빼어난 자연경관을 지니고 있다. 수심이 매우 깊어 1,500개의 상선과 작은 배를 댈 수 있는 시설이 잘 지어져 있다. 여름에 뱃놀이가 유명한 곳이다. ‘홈어 스핏’은 자갈과 모래로 된 작은 땅이 피어처럼 4.5마일이 홈어 하버로 이어져 더 없이 아름다운 바다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또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긴 Ocean Water 길이다.

홈어 스핏도 1964년 3월27일 금요일의 대지진으로 508에이커의 땅이 물속으로 잠겨 버렸고 식물은 거의 다 죽어버렸다. 홈어에서는 할리벗이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이다.

교회 안내원의 소개로 오늘 밤은 솔도니아라는 조그만 시골마을에서 민박을 하기로 했다. 호텔보다 가격도 훨씬 싸고 민박이라는 운치가 어쩐지 시골스러워서였다. 콜로라도에서 23년 전에 여행을 왔다가 알래스카의 자연에 반해서 이주를 하게 됐다는 집 주인은 한 때 UC어바인에서 water polo를 가르치기도 했다고 한다.

오렌지카운티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 무척 반가워한다. 우리와 한 시간가량 얘기를 나눴다. 여름이면 심심찮게 관광객이 들어 바깥세상 얘기를 듣는 모양이다. 물론 TV가 있지만 실지로 외부의 사람들을 만나 단조로운 무료함이나 외로움을 달래는 것이 무척 즐거워 보였다.

우리가 묵을 캐빈은 방이 두 개짜리였다. 그러나 말이 방이 둘이지 호텔의 큰방 하나 사이즈였다. 코딱지만 한 방에 벙크 베드가 위아래로 놓여 있다. 나와 남편이 위로 올라가고 아래 침대는 성희씨 차지가 됐다.

그나마 영자씨는 독방을 차지했다. 화장실은 조금만 뚱뚱해도 쓸 수 없을 만큼 비좁았다. 우리 일행 중에 비만을 가진 사람이 없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이 좁은 곳에서 저 건장한 체격의 집 주인 데이빗이 20년을 넘게 살다 지난해에 언덕 위에 새 집을 지어 옮겨 앉았다니 참 무던한 사람이다.

한 쪽에 붉은 반(마구간)이 있는데 그 안에 하얀 백마가 다섯 마리나 있다. 그 옆으로 스노모빌이 2대 주차해 있고, 눈 위를 굴러갈 수 있는 트럭이 있다. 가끔 뜰에 곰이나 무스가 나타나기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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