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빛좋은 개살구

2010-11-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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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중 칼럼

몇 년째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금리는 주택이나 상업용을 비롯한 부동산구입과 비즈니스 구입시 필요한 은행대출 등 모든 융자신청자들을 위해 분명히 좋은 일이긴한데 막상 부동산이나 비즈니스를 구입하기위해 융자를 하려고하면 누구나가 대출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재 미국 금융시장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것이 미국에서만의 일이 아닌 모양이다.

지난 9월 영국의 한 사업가가 융자를 거부한 은행의 문을 벽돌로 막은 사건이 기사화 되었었다.

이야기인즉슨 부동산 개발업자인 이 사업가는 미국의 SBA대출에 해당하는 중소기업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격요건을 갖추고 융자를 신청하였으나 거부당하였다. 이에 화가 난 개발업자는 은행과 대화하는 것이 마치 벽돌로 쌓은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인근의 같은 처지에 있는 몇몇 소규모 사업자들과 함께 은행 문을 벽돌로 막아버렸다는 것이다.

이것은 서브프라임사태로 인한 미국의 경제위기가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쳤고, 그 여파로 세계전체의 경기침체가 가속화되어, 지난 몇 년동안 이어져온 경제난과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은행의 업무자세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인 것이다.


그러면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사태란 무엇인가? 1990년대 초에 시작된 미국주택의호경기가 몇 년째 계속되고,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잠재 대출자들인(참고로 미국의 대출신청자들은 신용등급이 프라임, 알트A, 서브 프라임의 세 단계로 나누어진다) 서브프라임에 해당하는 대출신청자들에게도 무차별하게 고금리의 주택 담보 대출을 해줘 주택의 수요가 늘었고 당연히 집값이 계속 올라가고 이에 따라 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수익률이 높아졌다.

그러자 세계의 금융업체들이 미국 주택대출시장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는데, 이후 미국의 집값이 떨어지자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집을 샀던 홈오너들이 페이먼트를 못하게 되고 결국 그 해 4월에 미국 주택 대출 2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회사인 뉴센츄리 파이넨셜이 파산신청을 했다. 그러자 여기에 투자를 했던 미국과 세계의 은행, 보험사, 단기성 투기자본인 헤지펀드까지 연쇄적으로 붕괴되어 일어난 사태이다.

이 사태로 세계 3위 은행인 HSBC가 회수할 수없는 대출액을 107억달러 정도라고 예상했고 대형 보험회사인 AIG는 23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이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밴 버냉키의장은 서브프라임사태로 1000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는 발표와 함께, 대응책으로 구제금융이 시작되었으나 구제과정 중에 드러난 여러 가지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과 함께 구제가 된 AIG와 몰락한 리만 브라더스를 비교하며 구제와 포기의 기준에 대한 논란, 즉 대마불사의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의 논란도 있었다.


2009년 시작된 오바마 행정부는 서브프라임사태로 끝없이 떨어진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내어놓은 여러 가지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미국중앙은행(FED)이 돈을 풀어 시중의 채권을 사들였고 이에 따라 채권시장은 달아오르고 국채를 바탕으로 형성된 모기지의 금리는 계속 떨어지는 것이다.

물론 미국 국채의 수요가 많아져 주택담보대출(mortgage loan)의 이자율이 떨어지는 것이 정부가 인위적으로 지원한 면도 없지 않으나 경기침체로 미래가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채권에 투자를 더 많이하게 되고 국채를 비롯한 채권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채권의 수익률, 즉 채권 금리는 떨어지고 채권수익을 기본으로 하는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율도 당연히 떨어져 5% 아래로 떨어진 상태를 유지하게 된 것도 벌써 오래전 일이다. 당연히 모게지론의 이자율이 떨어지면 집을 사려는 구매자들에게 집 페이먼트에 대한 부담이 적어져 주택구매를 할 수 있는 예비바이어가 많아진다.

실제로 1970년대에는 이자율이 17%이상까지 올랐던 적도 있어 이자율이 한자리수로 떨어진다는 것은 상상에나 존재할 거라던 이자율이 90년대 이후 떨어지기 시작해 90년대 중반엔 7%까지도 떨어지더니 2000년대엔 5%에서 7%사이로 머물렀었다. 지금 만약 어느 바이어가 집을 사려고 20달러만을 30년 고정플랜으로 빌렸다면 현재 5% 이자율의 월 페이먼트가 1,200달러미만이나, 17% 이자율을 적용하면 월 페이먼트가 2,800달러를 넘게 된다.

지역적인 차이가 있으나 평균 30%이상 떨어진 집값에 유래없이 낮은 이자율이 많은 잠재바이어들을 움직이게 하여 피부로 느끼는 현재의 주택시장은 집을 쫓는 사람들이 꽤 많아 그리 나쁘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그러나 여전히 은행의 문턱은 높아 높은 크레딧 점수와 많은 다운페이먼트를 요구하기 때문에 사업체거래나 부동산 거래의 활성화에 장애가 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미 전국에서 매년 백몇십개의 은행들이 문닫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늑대에 놀란 토끼가 좀처럼 외출을 자제하는 듯, 왠만 한 대출신청자에겐 눈길한번 주지 않으니, 그 영국신사가 은행 문을 벽돌로 막아버린 심정을 이해할만 하지 않겠는가.

특히, 우리 한국계 은행들의 엄살은 우리 피부에 와닿게 되고, 직접 체험하게 되는 것이니 현장에서 뛰고 있는 모든 부동산 업계 종사자들과 고객들의 한숨을 필자도 매일 듣고 있다. 이자율은 낮고, 가격은 많이 떨어져 있어서, 지금이 최고의 기회라 보여지지만 쉽지 않은 “빛좋은 개살구”현상이 현 부동산 시장의 현황인 것 같다. (213)272-1234


정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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