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의 대미투자와 한인타운 부동산 경기

2010-10-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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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중 칼럼

한 미국 가정주부가 미국에 범람하는 중국 제품을 쓰지 않고 과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지 시험을 해 봤는데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겨냥해 값싼 상품들을 팔아왔으며 미국의 어느 상점엘 들어가도 컴퓨터, 전화기, TV, 식료품, 장난감, 갖가지 가재도구, 시계, 옷가지 등 온통 중국 상품으로 가득 차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뜻이 제품의 질이 ‘차이가 난다’는 뜻이라는 별로 우습지 않은 우스갯소리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중국제품이란 것이 그저 싼 맛에 사서 아까울 것 없이 쓰다 버리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나오는 저급 제품뿐이라고만 생각하지만 과연 실제로도 그런지 생각해 볼 일이다.

1970년대 중국의 지도자 등소평은 그때까지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고 개인의 물질에 대한 욕망을 죄악시하던 공산사회에서,“열심히 일하고 아껴서 돈을 모아 부자가 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한 지도자의 말은 그 때까지 잠자고 있던 세계 인구의 5분의1에 해당하는 중국인들을 자극하여 오랫동안 겪어온 가난으로부터 중국을 해방시켰다.


뒤늦게 경제 발전의 물결에 뛰어든 중국은 농업을 발전시켜 식량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력하고 동시에 많은 농민들이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나서며 공업을 발전시켜 왔다. 거기에 넓은 국토의 무한한 자원이 뒷받침되니, 산업혁명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몇백년에 걸쳐 전통적으로 이루어져 온 경제발전을 불과 수십 년 만에 이룩하고 있는 중이다.

그뿐인가 첨단산업인 인터넷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관련 산업도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급격한 발전과 함께 피해갈 수 없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정부와 민간의 어떤 기관에나 부패가 만연하고, 공장 건설을 비롯한 산업개발에 따른 생태파괴가 심각하니, 중국의 생태파괴 때문에 한국이 겪는 황사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은 우리도 잘 아는 사실이다.

그뿐인가 천안문 사태 같은 사회 불안에 대한 비인간적인 억압 등 여러 가지 악덕이 자행되고 있는 것에 대한 비난을 면키 어렵지만 10억 중국 인구의 거의 3분의1에 해당하는 3억 가까운 사람들이 극빈상태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뿐인가 중국은 이미 첨단산업의 발전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중이고 일상생활에서 최신의 기술제품을 사용하는 데도 앞서고 있어 셀룰러폰과 인터넷의 사용자가 몇억에 달하는 것은 그만큼 머리가 깨었을 뿐만 아니라 첨단기기를 사용하는데도 익숙하다는 의미이니, 높은 교육열과 함께 고도의 지식이 필요한 지식 산업에도 놀라운 발전을 보이고 있다.

이미 반도체 칩이나 DVD 플레이어 등 하이텍 산업의 강국일 뿐 아니라, 중국은 벌써 유인 우주선을 발사했고 쌀의 유전자를 해독하는 등 지식 산업에서도 놀라운 발전을 보이고 있다. 그런 저력과 뚝심으로 최근 일본과의 마찰을 경제적 힘으로 눌러 이기는 듯한 모습도 보여주었다.

아직 여러 분야에서 일본을 앞질렀다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짧은 기간 내에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조차 경제적 파워로 눌러 이기고 세계 1위가 될 수 있다고 큰소리 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 연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에서 억대 부자의 수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나라라고 한다.


이에 따라 중국의 부자들은 튼튼한 재력에 국제적인 투자 안목까지 갖추어 싱가포르, 한국 등지의 부동산을 사들이기도 하고, 최근 몇 년간 침체된 미국 부동산 시장으로 눈을 돌려 캘리포니아는 물론 뉴욕이나 워싱턴 등지의 주택이나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 몇 년간 중국 주식의 폭등으로 부를 축적한 중국 부자들에게 달러에 대비해 절상된 위안화의 가치마저 높아져, 값이 떨어진 미국의 부동산에 대한 구매력이 더욱 높아졌다.

물론 중국 부호들의 미국 투자 열기는 부동산에 그치지 않고 금융기관이나 제품공장, 식품업체 등 중소기업에서 대기업까지 폭넓게 퍼져가고 있어서 중국의 대미 투자가 여타 다른 나라들의 미국 내 투자에 비해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라고 해도 포천지에 따르면 올 상반기의 중국의 대미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360% 이상 늘었으며 앞으로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특별히 남가주에서의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는 바로 피부로 느낄 수 있으니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LA 동부의 하시엔다하이츠 등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에 쓸 만한 매물이 나오면 20~30개의 오퍼가 몰리기도 하고 한인타운 인근의 새 콘도에도 많은 중국 투자자들이 모여 현금으로 부동산을 사 들이기도 하니 벌써 이들은 한인 부동산 시장에서도 간과하기 어려운 투자자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요즘 같이 은행대출이 어려울 때 그들은 현금으로 어렵지 않게 부동산을 구입하는 반가운 고객이기도 하니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입장에서도 중국의 투자를 한인타운에 유치한다거나 중국인 고객들을 상대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것 등에 관심을 가져볼 만한 일이겠다.
(213)272-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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