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여친에게 꼭 입혀보고 싶은 옷”

2010-10-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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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블리 룩으로 패션계 주목 ‘리처드 채 러브’

풍부한 감성 담긴 클래식한 아름다움
화려한 프린트 슬리브리스 드레스 등
성숙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 풍겨

리처드 채에게 옷과 디자인은 하나이다. 그래서 그는 수십 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옷을 만들고 싶어 한다. 심플함 속에 섬세한 디테일이 살아 있는 디자인, 클래식한 아름다움에 풍부한 감성이 느껴지는 옷 말이다. 전미 패션디자인협회가 2010년 남성복 디자이너로 선정한 리처드 채가 지난 시즌 세컨라인 ‘리처드 채 러브’(Richard Chai Love)를 런칭했다.


심플함 속에 섬세한 디테일들을 선보이는 한인 디자이너 리차드 채. 랑방, 도나 캐런을 거쳐 마크 제이콥스의 수석 디자이너, TSE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으로 활약하다가 2005년 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리차드 채’(Richard Chai)로 독립했다.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즐겨 입는 남성들이 여자 친구가 생겼을 때 꼭 입혀 보고 싶은 옷, 그래서 브랜드 이름에 ‘러브’를 붙였나 보다. 평소 영화나 음악, 책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 그가 리처드 채 러브를 위해 여성에 관한 학문적 연구에 돌입했다.

여자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어 여성학 책을 읽으며 공부를 했다. 그래서 탄생한 ‘리처드 채 러브’는 여자 친구의 라인을 완벽히 이해해야 성숙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룩을 연출할 수 있다.

리처드 채의 시그니처 룩인 침착하면서도 절제된 컬러, 실크와 리넨 등의 고급스러운 소재, 정교한 테일러링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리고 2010년 뉴욕 패션위크 봄 컬렉션에서 데뷔하자마자 패션계의 핫 이슈로 부상했다. 완벽한 실루엣의 아노락과 블레이저, 화려한 프린트의 슬리브리스 드레스, 실크 소재의 팬츠가 사랑스러운 웨이브 헤어와 복숭아 빛으로 상기된 뺨에 어울리는 ‘러블리 룩’이라는 찬사를 받은 것.








찰린 채플린 시대 통바지로 레이어드룩 선보여


은은한 광택 반바지·여성스러운 디테일 등 눈길

리처드 채의 모던하면서 세련된 감각에 열광하는 도시 여성들에게 ‘리처드 채 러브’는 이름 그대로 쿨한 러블리 룩을 연출하기 위한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은은한 광택이 신비로운 느낌을 내는 반바지와 반짝이는 세퀸 장식 방탄조끼 스타일 재킷은 스포티하면서 도회적 감성을 드러냈다.

또 부드러운 실크와 울 혼방의 패브릭, 얇은 능직 조젯 크레이프를 프랑스식 솔기 처리와 오리가미 방식으로 접은 건축학적 터치는 리처드 채의 미니멀한 디자인에 여성스러운 디테일을 가미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몸 전체를 느슨하지만 자연스럽게 감싸는 테일러드 블레이저와 귀엽다기보다는 섹시한 느낌이 나는 예쁜 실크 드레스와 탑, 미묘한 비틀기 수법이 적용된 커팅과 비례는 딱딱하고 완벽한 실루엣을 살짝 비켜갔다. 지나치게 몸매를 드러내는 타이트한 옷보다는 움직일 때마다 S라인이 살짝살짝 드러나는 실크와 저지 셔츠가 더욱 섹시하게 보이게 한다는 패션공식을 제대로 실행한 것이다.

최근 뉴욕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2011년 리처드 채 러브 봄 컬렉션은 해체주의에 입각한 모던한 감각을 덧입었다. 굳이 컨셉을 정하자면 ‘시크 어반 노마드’ 룩이다. 찰리 채플린 시대의 바지와 마샤 그라함에게 영감을 받은 긴 풀 스커트, 플레어 큐롯, 바지통이 넓은 팔라초 팬츠를 기본 아이템으로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레이어드 룩을 창조했다.

컬러 팔레트는 ‘누드, 그레이, 블루계열로 수퍼 내추럴한 이미지를 연출했고, 상의 뒷부분은 투명한 시스루 룩을, 그리고 바지와 치마 아래는 나일론 바디 스타킹을 레이어링해 해체적 느낌을 표현했다.

기후 변화를 고려해 신기술 소재의 롱 재킷과 트렌치 형태의 테일러드 상의 속에 스포티하면서 섹시한 이미지의 반두 탑을 매치해 유연한 느낌을 강조했다.
리처드 채는 “컬렉션 자체를 하나하나 해부해 보면 심플하게 입을 수 있는 훌륭한 아이템들로 가득하다”며 “리처드 채 러브의 전제가 되는 트렌치코트, 티셔츠 같은 아이템들”이라고 말한다. 전반적으로 시스루룩과 레이어드룩의 결합이 주를 이루었던 패션쇼였다.

결코 아무나 소화할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튀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의 말대로 티셔츠와 반바지처럼 너무 캐주얼하고 편안한 스타일에 속살이 훤히 비치는 시스루로 은은한 섹시미를 강조해 여자 친구에게 몸매관리를 해야 한다고 은연중에 말하는 듯하다.

티셔츠와 반바지, 슬리브리스 드레스처럼 편안한 스타일에 시스루 패션을 결합시켜 은은한 섹시미를 강조한 ‘리처드 채 러브’ 봄 컬렉션





<글 하은선 기자·사진 박상훈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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