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시안 디자이너들이 빛난다

2010-09-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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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디자이너의 약진이 눈부시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6월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아메리칸 패션 어워드’ 시상식장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패션계의 오스카상으로 비유되는 이날 시상식에서 한인 디자이너 리처드 채(남성복), 대만 디자이너 제이슨 우(여성복), 중국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액세서리)이 주요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가 해마다 주최하는 이 행사는 사라 제시카 파커, 기네스 팔트로 등 할리웃 스타들을 포함해 탑 디자이너들이 참가하는 미 패션계 최대 축제로 남성복과 여성복, 액세서리 3개 부문 주요상을 아시안 디자이너가 모두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디자이너의 약진은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현상으로,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에 따르면 1995년 아시안 디자이너 10명이 회원이었으나 현재 35명의 아시안 디자이너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세계 유명 패션위크가 열릴 때면 거의 매번 아시아 디자이너의 활약상이 주요 언론에 의해 소개된다. 아시안 1세대 디자이너 중국계 안나 수이와 베라 왕, 아방가르드 패션을 지배해온 일본계 요지 야마모토, 이세이 미야키를 비롯해 2세대 디자이너 한국계 두리 정, 태국계 타쿤 파니치굴, 중국계 데릭 램과 필립 림, 피터 솜 등이 있다. 특히 제이슨 우, 리처드 채, 알렉산더 왕, 두리 정, 타쿤 파니치굴, 데릭 램은 차세대 패션 디자이너로 거론되고 있어 뉴욕 패션계는 1980년대부터 패션 트렌드를 좌우해온 캘빈 클라인, 도나 캐런, 랄프 로렌, 마크 제이콥스, 마이클 코어스 등 유태계 스타 디자이너의 계보를 아시안 디자이너가 계승하지 않을까 촉각을 기울이기도 한다.

뉴욕타임스의 분석에 따르면 아시안 디자이너들의 약진은 경제 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패션계에 대한 수요와 인식의 변화가 주요 이유로 꼽힌다.

한국과 일본처럼 급속도로 패션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국가들의 우수한 디자이너에 대한 수요와 패션 전문가들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 게다가 맨해튼 패션 애비뉴인 7th Avenue의 중요한 인구학적 이동이 일고 있다며 과거 유태인들이 지배했던 뉴욕 패션계의 최고 자리를 아시안이 점령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전 세계 디자이너 지망생들이 몰리는 뉴욕의 파슨스(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와 FIT 양대 디자인 스쿨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이래 아시안 아메리칸, 또는 아시안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는데, 뉴욕 파슨스의 국제학생 등록현황을 보면 약 70%가 아시안이고, FIT에는 1,200명의 학생 가운데 23%가 아시안 또는 아시안 아메리칸이 차지하고 있다.


아시안 디자이너의 약진을 발판으로 지난주 뉴욕패션위크에 선보인 ‘컨셉 코리아, 인터액티브 웨이브 2011’(Concept Korea, Interactive 2011)은 한인 디자이너의 위상을 높이는 그룹 패션쇼 행사였다. 뉴욕패션위크이 최대 규모인 1,000석이 확보된 쇼룸에서 개최된 이번 행사에는 곽현주 ‘PUCCA by KWAK HYUN JOO’, 이주영 ‘RESURRECTION by Juyoung’, 이진윤 ‘LEE JEAN YOUN’ 3인의 한국 디자이너가 컬렉션을 선보였다.

‘PUCCA by KWAK HYUN JOO’의 디자이너 곽현주는 ‘파워풀 페미닌’을 키워드로 사랑에 적극적이면서 자기 표현력이 강한 현대 여성을 위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실크와 니트 소재가 표현하는 소프트 아방가르드와 오렌지와 그린 컬러가 믹스된 블랙 앤 화이트의 드라마틱한 배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RESURRECTION by Juyoung’의 디자이너 이주영은 ‘젠더리스 & 클래식’을 컨셉으로 잡았다. 최근 패션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남성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컬렉션이라는 강점을 살려 블랙과 그레이 컬러를 위주로 코팅된 린넨, 가죽 소재를 사용해 클래식하면서도 남성적인 매력을 더욱 부각시켰다.

‘LEE JEAN YOUN’의 디자이너 이진윤은 남성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의 가죽 소재와 여성의 아름다운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게 해주는 실크 소재의 핀턱 드레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망고(Mango)가 전 세계 35세 이하의 젊은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개최한 ‘망고 패션 어워드’에서 대상을 수상해 주목을 받은 이진윤은 ‘간결함(simple), 신비로움(subtle), 지속성(sustainable)을 브랜드 디자인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남성적인 소재와 소프트 아방가르드 실루엣으로 여성성을 강조하는 한편, 부드러운 실크와 터프한 가죽 소재의 대비로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에 대한 이중성을 제시했다.

글 하은선 기자


패션계의 오스카상으로 비유되는 ‘아메리칸 패션 어워드’ 시상식에서 남성복 부문을 수상한 한인 디자이너 리처드 채(가운데)가 여성복 부문 수상자 대만계 제이슨 우, 액세서리 부문 수상자 중국계 알렉산더 왕(액세서리)과 함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 뉴욕타임스 제공>

패션쇼가 시작되기 전부터 취재진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룬 뉴욕패션위크의 알렉산더 왕 컬렉션 피날레.

9일 뉴욕 맨해튼 링컨센터에서 개막된 뉴욕패션위크의 한국 작품 콘셉트 코리아 2 패션쇼에 선보인 이주영 ‘RESURRECTION by Juyoung’ 컬렉션. <연합뉴스>

곽현주 ‘PUCCA by KWAK HYUN JOO’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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