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행가 이형숙의 실크로드를 가다

2010-08-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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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우루무치의 천산과 천지

2,800km 거대하고 험준한 천산산맥


사시사철 눈 덮인 천산에 둘러싸인
천지는 맑고 드넓은 호수 ‘한폭의 그림’
길가엔 간간이 염소·소떼 모는 유목민


천산산맥은 길이가 약 2,800km, 폭이 약 400km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으로 연결되는 매우 높은 산이며 서쪽으로 갈수록 더욱 날카로운 봉우리와 빙하가 많아 험준하기가 이를 데 없다고 한다. 바로 이 산맥으로 인해 타림분지와 타크리마칸 사막이 분리된다.
천산산맥에서 가장 높은 빅토리(Victory)봉은 7,439m(2만4,406ft)로 1943년 러시아의 탐험대의 의해 처음 발견되었지만, 그 외에도 보그다(Bogda)봉을 비롯하여 많은 높고 험준한 봉우리가 많이 있다.
사시사철 눈 덮인 천산에 둘러싸여 있는 천지는 마치 박처럼 생긴 호수로 수심이 깊어 어떤 곳은 100m나 되는 곳도 있다. 눈 녹은 물로 가득 찬 호수에 비쳐진 눈을 이고 서 있는 산들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라 한다. 문득 캐나다 로키에서 본 호수들이 생각난다. 동서양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산수의 경치는 같지 않겠는가?
백두산의 천지, 천산의 천지, 뭉다산의 천지, 천목산의 천지 등 중국에는 7개의 천지가 있는데 이곳의 천지가 크기나 아름다움이나 모두 월등하게 뛰어나다고 하였다. 장백산에서 본 백두산 천지는 위에서 호수를 내려다보아야 한 눈에 쏙 들어오는데 비해 천산의 천지는 평지에 서서 볼 수 있어 더욱 더 크게 느껴졌다.
우루무치에서 120km 북동쪽에 있는 천산과 천지를 가기 위해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섰다. 강을 덮어서 만들었다는 길을 따라 차들의 홍수 속에서 그냥 밀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도시를 벗어나자 금세 시골길이 되어 버린다.
멀리 강가에 서있는 포풀라 나무는 아직 앙상하지만 길옆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복숭아꽃은 봄을 재촉하는 듯하다. 간혹 구루마를 끄는 당나귀와 염소와 소떼들을 몰고 가는 사람들만이 눈에 뜨인다. 숲속이나 강 옆에는 유목민이 살지 않고 관광용 즉 호텔 대용으로 빌려 주거나 음식을 파는 식당용으로 만들어 놓은 여르트(yurt), 또는 게르(ger)가 드문드문 세워져 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몽고 초원에 세워진 게르는 매우 낭만적이었는데…” “그리고 한 번은 그런 게르에 자면서 여행하고 싶었는데…”
어떤 여르트는 그냥 하얀색의 캔버스로 만들었고 어떤 것은 큰 몽고의 무늬가 있는 캔버스로 지었다. 그 위로 비에 세지 않게 비닐을 덮고 또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묶어 놓았으며 크기도 여러 가지였다. 게르 옆에는 말들이 한두 마리 묶여 있는 것을 보니 자기들이 탈 수도 있고 손님들도 탈 수 있도록 준비한 것 같다.
큰 돌에 쓴 ‘천산’이라는 사인이 나오고도 한 참 더 올라가서야 차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나왔다. 다시 버스를 타고 약 10여분 올라가 기념품 가게와 식당이 즐비한 곳에서 내렸다. 이곳에서는 요금을 지불하고 다른 트램을 타고 정상까지 올라가든지 아니면 걸어 올라가든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하며 소나무 숲 속으로 하얀 눈이 보인다. 길옆에는 나무판자로 좁은 길을 만들어 놓아 걷기가 쉬웠다.
정상에 오르니 큰 돌에 붉은 글씨로 새겨 놓은 ‘천지’라는 표시가 있고 그 뒤로 널따란 호수가 보인다. 호수 물은 꽝꽝 얼어 있었고, 유람선을 비롯한 배들도 얼음에 발이 묶여 있었다. 둥둥 떠다니는 얼음을 보니 두께가 1피트는 족히 넘을 것 같다. 우샨샨의 얘기로는 보통 얼음 두께가 1~2m나 된다고 한다.
호수 주위로 눈 덮인 산이 첩첩으로 둘러싸여 있다. 호수가 얼지 않았으면 보트를 타고 휙-둘러볼 수도 있겠지만, 얼음뿐이니 호수 주위로 만들어놓은 산책로를 따라 걸어볼 수밖에 도리가 없어 두어 시간 정도 걷기로 하였다.
산책로는 한 사람만 걸을 정도의 폭이었고, 바위가 있는 곳은 난간을 만들어 산책로를 연결하여 놓아 운치가 있었다. 중국이 아니면 누가 이렇게도 큰 호숫가에 산책로를 만들 생각이나 했을까? “역시 산수는 중국을 따라갈 수가 없다”라는 생각이 이곳에 와서도 변하지 않는다.
한 두어 시간 걷고 나니 출출해서 위그루 사람들이 만드는 ‘난’이라고 부르는 빵을 사러 갔다.
금세 화덕에서 구워낸 것을 사 먹었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위에만 구멍이 있는 둥근 화덕 속에 반죽해서 둥글고 납작하게 만든 난을 화덕 벽에 붙여 구운 다음 다시 꺼내 무늬를 찍어 넣고 기름을 살짝 바른 후 다시 화덕 속에 잠간 넣어 노랗게 구워질 때 꺼내면 맛있는 난이 되는 것이다. 식으면 맛이 좀 덜하지만 집에서 다시 데워 먹으면 맛이 있다. 난은 넓이가 한 30cm되는 피자 도우 같은 빵이다.



천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천지. 해발 7,000미터가 넘는 눈 덮인 고봉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이 산들에서 녹아내린 눈이 천지를 만들고 있다.


이형숙씨가 안내원과 함께 천산의 천지 호수에 건저 올린 커다란 얼음덩이들을 들어보고 있다.


뜨거운 화덕에서 막 나온 위그루인들의 주식 ‘난’. 뜨거울 때 먹으면 고소한 게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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