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이들 모두 괜찮아 (The Kids Are All Right)

2010-07-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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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빠는 어떤 사람일까?”

★★★★ (5개 만점)


레즈비언 부부와 인공수정 남매 이야기


가족과 부부관계의 파란곡절을 우습고 지적이며 또 위트 있고 매력적으로 그린 매우 잘 만든 소품 드라마로 배우들의 연기가 나무랄 데 없이 빼어나다. 성숙한 어른들의 지성과 감정을 두루 만족시켜 줄 만한 영화로 약간 괴팍하고 삐딱한 내용을 지녔는데 평온하던 가정에 갑자기 불청객이 도착하면서 이 가정에 불어 닥치는 풍파를 아주 재미있고 자상하게 그렸다.


여류 리사 촐로덴코가 감독하고 공동으로 각본을 썼는데 극중 인물들을 마치 자기 자식이나 가족처럼 사랑하고 아낀 흔적이 역력해 보는 사람도 그들의 희로애락에 함께 동승하게 된다. 이 같은 공감대로 인해 영화에 깊은 애착을 느끼게 된다.

LA. 다소 고지식하고 엄격한 여의 닉(아넷 베닝)과 집에서 가사를 돌보는 기분파인 조경사 지망생 줄스(줄리안 모어)는 레즈비언 부부로 둘 사이에는 잘 큰 18세난 딸 조니(미아 바시코브스카-‘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15세난 아들 레이저(조시 허처슨)가 있다. 두 남매는 닉과 줄스가 남의 정자를 받아 인공수정으로 얻은 아이들.

그런데 조니와 레이저가 자기들의 아버지를 찾아 만나보자고 마음을 먹고 이 계획을 실천에 옮기면서 이들의 집에 뜻하지 않은 우습고도 기가 찰 일들이 일어난다.

조니와 레이저가 찾아낸 아버지는 과거 히피로 지금은 오개닉 농산물을 재배해 그것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운영하는 폴(마크 러팔로). 폴이 자기 자식들을 생전 처음 만나 짓는 표정이 명품인데 아버지와 두 남매가 만남을 거듭하면서 그들의 관계가 아주 돈독해진다. 이런 사실을 알고 매우 언짢아하는 사람은 닉. 반면 히피 스타일의 줄스는 흔쾌히 이를 받아들인다.

이어 폴이 닉의 가정을 방문해 저녁을 먹고 포도주를 함께 마시면서 그는 슬금슬금 이 가정의 일원처럼 되어간다. 처음에는 폴의 방문을 못마땅하게 여겨 폴에게 말싸움을 걸던 닉도 시간이 가면서 사람 좋은 폴을 수용한다.

한편 폴은 줄스에게 자기 집의 폐허 같은 넓은 뒷마당을 조경해 줄 것을 부탁하면서 줄스는 매일 같이 폴의 집을 방문하는데 이러다가 폴이나 줄스 모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난다. 둘이 감정에 불이 붙어 툭하면 침대에서 요란한 섹스를 하는데 섹스 후 둘 다 다신 이러지 말자고 다짐하나 그것은 공염불로 그치고 만다.

그런데 사실 닉과 줄스는 일종의 중년부부의 관계의 위기를 맞고 있어서 이런 혼외정가 일어난 것인데 닉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크게 상심하고 그와 줄스는 잠자리를 따로 한다. 그러나 닉과 줄스는 모두 현명하고 또 서로를 사랑하는 사이여서 이런 위기를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줄 안다.


폴과 줄스의 정사에 관해 닉보다 더 실망하고 노하는 것이 조니와 레이저. 폴은 이로 인해 모처럼 얻은 딸과 아들을 잃을 위기에 처해진다. 영화는 폴과 닉의 가족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뚜렷한 답을 안 주고 끝나는데 오히려 그것이 더 자연스럽다.

뛰어난 것은 베닝과 모어와 러팔로의 연기. 특히 모어와 러팔로의 장난치는 듯한 연기가 아주 보기 좋다. 여러 팝송을 담은 사운드 트랙과 촬영도 훌륭하다. R. Focus. 아크라이트(6360 선셋).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가족드라마의 주인공들. 아넷 베닝(왼쪽부터 시계방향), 줄리안 모어, 조시 허처슨, 미아 바시코브스키, 마크 러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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