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원시림… 만년설… 호수 캘리포니아의 알프스

2010-06-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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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스토리 - 샤스타 트리니티 국립휴양지

LA에서 출발해 도달할 수 있는 수많은 캘리포니아 여행지 중에서 가장 찾기 힘든 곳을 꼽으려면 북가주 끝부분에 있는 캐스케이드(Cascade) 산맥을 가로지는 샤스타(Shasta)와 트리니티(Trinity) 지역을 들 수 있다. 남가주의 샌디에고나 팜스프링스, 중가주 요세미티나 오웬스 밸리 그리고 북가주 샌프란시스코, 레익 타호 등은 한인들이 주말여행지로 큰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곳이지만 새크라멘토에서 북쪽으로 130마일 거리에 있는 관광타운 레딩(Redding)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산악지대는 캘리포니아의 알프스라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거리상 등의 이유로 LA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곳이다. 하지만 9,000피트 급의 첨봉들과 아름다운 호수, 골마다 흐르는 강과 시내, 우거진 숲, 그 사이를 자유롭게 뛰노는 야생동물 등이 잘 조화된 이곳은 빙하가 쓸어낸 시에라 산정 날카로운 봉우리 등 수많은 볼거리들을 지니고 있다. 용암이 흘러 종전의 지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언덕과 바위군을 만들어내고 그 위로 조성된 색다른 생태계가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마운트 라센(Mount Lassen) 역시 놓칠 수 없는 관광명소이다. 샤스타 지역은 여름에 방문하기 가장 좋다. 가을이 깊어지고 10·11월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일부 하이웨이가 폐쇄되면서 접근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남가주에서는 다소 멀지만 알파인의 경치가 극치를 이루는 샤스타·트리니티 지역으로 이번 여름철 휴가여행을 계획해 보자.


■레딩과 샤스타 마운틴

레딩을 포함한 샤스타 지역은 LA에서 자동차로 600마일 정도 떨어져 있다. 새크라멘토를 지나서 중간에 한두번 휴식을 취할 것을 고려하면 적어도 11시간은 달려야 샤스타 트리니티 내셔널 레크리에이션 지역(Shasta Trinity National Recreation Area)에 도착하기 때문에 쉽게 다녀올 곳은 아니다.

먼저 도착하는 곳은 이곳의 중심 도시이며 관광 시작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레딩이다. 북가주의 보물로 불리는 이 곳은 고봉과 원시림, 수정 같은 호수, 종유석 동굴, 샤스타 댐(Shasta Dam), 만년설 그리고 푸른 하늘이 잘 조화된 캘리포니아 최고의 자연 경관을 자랑한다. 1940년에 완공된 미국 2번째 큰 댐인 샤스타 댐은 높이만 602피트로 부피는 이집트 피라밋의 3배에 가까운 맘모스 댐이다.


댐으로 약 3만에이커에 달하는 커대한 인공 호수가 탄생됐다. 바다 같은 호수는 낚시를 비롯한 수상 레포츠의 천국이다. 이곳은 산과 물 두 가지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야생 동물관찰, 등산, 마운틴 바이킹, 캠핑 등의 액티비티가 있으며 유럽풍의 방갈로에서 새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1박을 하면 도원경이 따로 없다. 1878년에 발견된 샤스타 종유석 동굴은 캘리포니아에서 흔치 않은 볼거리다.

레딩에는 또 다른 관광명소 최근 새로 세워진 ‘해시계 다리’(Sundial Bridge). 진짜 시간을 말해 줄 수도 있어 눈길을 끄는 이 인도교는 새크라멘토 강을 건너는 길이 700피트, 폭 23피트의 규모의 다리로 217피트의 철탑이 14개의 케이블로 다리를 지탱하고 있다.

해시계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데, 철탑의 그림자는 근처의 광장을 가로질러 움직이며 시간을 나타낸다.

통로가 반투명 유리로 만들어져 밑을 바라보고 흐르는 강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다리는 2,300만달러의 예산을 들여 아테네 올림픽의 주경기장을 디자인한 스페인의 건축가 산티아고 카라트라바가 설계했다.

많은 여행자들이 레딩에서 5번 프리웨이를 따라 캘리포니아 북쪽 오리건 접경지역을 여행하면서 눈 덮인 마운틴 샤스타를 봤던 기억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높이 1만4,162피트(4,316미터)로 캘리포니아에서 5번째로 높은 이 산은 수백마일 밖에서도 또렷이 보이는 독보적인 랜드마크 이다. 샤스타 캐스케이드 지역의 휴화산으로 워싱턴의 마운틴 레니어(Mt. Rainier), 오리건의 마운틴 후드(Mt. Hood)와 같은 줄기의 화산대에 속한다. 7월까지 산 전체가 많은 눈으로 덮여 있고 정상부근은 빙하와 만년설이 있다. 침엽수 가득한 초록의 숲 위로 거대한 눈 산이 솟아올라 그림 같은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이 감도는 곳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 북쪽 오리건 접경지역을 여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눈 덮인 마운틴 샤스타.



700피트 다리 위 철탑 거대한 해시계

종유석 동굴 용암의 강
남가주에선 볼수 없는 장관
19세기 중반 금광촌 체험


■래슨 화산 국립공원

샤스타를 방문하면서 바로 옆에 있는 래슨 화산 국립공원을 방문하지 않을 수 없다.

레딩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10만6,000에이커 규모의 이 국립공원은 캘리포니아에서 태고의 신비를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국립공원을 한눈에 굽어보면서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캐스케이드 산맥(Cascade Range)의 가장 남쪽 봉우리 ‘래슨 픽’은 1만452피트의 첨봉으로 달력이나 우편엽서에 자주 등장하는 공원의 주인공이다. 래슨 픽을 둘러싼 ‘시더 픽’(Cider Peak), ‘프로스펙티브 픽’(Prospective Peak) 등 봉우리 군들은 40마일 서쪽의 센트럴 밸리 지역에서도 볼 수 있다.

현재 침묵하고 있는 이 봉우리는 200만년 전 분화활동을 한 후 휴화산으로 있다가 1914년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잦은 분화활동을 시작한 이 산은 마침내 1915년 5월 대폭발, 용암이 불의 강을 이루면서 산의 북쪽 측면 6평방마일을 깡그리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후 래슨봉은 다시 잠들기 시작했고 191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마지막 분화활동이 멈춘 지 거의 90년이 흘러 이 곳은 이제 모든 사람들이 안전한 곳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서부지역의 휴화산 가운데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래슨을 꼽고 있다.

볼만한 곳으로는 ▲에메랄드 레익 바로 위쪽에 있는 래슨팍 로드로 진입하는 온천지역인 범패스 헬 트레일(Bumpass Hell Trail), ▲용암의 대지가 장관을 이루는 시더 콘(Cinder Cone), ▲서밋 레익 2.5마일 북쪽에 있는 데버스테이트드 에리어(Devastated Area), ▲아름다운 킹스 크릭 폭포로 이어지는 등산로 킹스 크릭 메도우(King’s Creek Meadow) 등이 있다. 래슨팍 로드는 공원 남쪽입구에서 북서쪽 만자니타(Manzanita) 호수를 이어주는 30마일 도로로 곳곳에 절경을 볼만한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문의: (530)595-4480, www.nps.gov/lavo

태고 신비 그대로를 지니고 있는 숨죽인 휴화산 래슨 화산 국립공원 경내의 ‘범패스 헬’ 하이킹 트레일에서 만나는 절경.


■트리니티 알프스

샤스타 지역에서 서쪽으로 향하면 트리니티 지역으로 들어서게 된다. LA에서 샤스타 지역으로 갈 때는 5번 프리웨이를 이용하지만 돌아올 때는 5번에서 299번을 타고 해안지역으로 나와 1번과 101번 하이웨이로 돌아오는 것이 좋다.

일단 트리니티 지역으로 들어서면 1850년대 금광 개발과 함께 형성된 마을들인 위버빌(Weaverville)과 루이스턴(Lewiston) 등을 만난다. 옛 금광촌 자취가 아직도 물씬한 위버빌은 산골 마을에 웬 사람들이냐 싶을 정도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서부 활극에서나 나옴직한 오밀조밀한 상점들과 레스토랑, 커피샵, 화랑 등이 몰려 있는 자그마한 다운타운 거리를 분주하게 한다.

위버빌과 루이스턴에는 10여개의 숙박업소가 있으며 숙박비로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이곳에 하룻밤을 묵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이다.
문의: www.trinitycounty.com

299번으로 이어지니 산간 도로변에서는 오래된 산골 마을의 자취들이 아직도 구석구석에 많이 남아 있어 다정다감한 느낌을 안겨 준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심심하지 않다. 태평양에서 먼 길을 올라온 팔뚝 만한 연어나 힘 좋기로 소문난 갈색 송어를 낚는 낚시꾼들, 바위들이 비쭉비쭉 솟아난 위험천만한 급류를 아슬아슬 떠내려가는 카약 타는 사람들,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 별천지가 따로 없다.

드디어 산간지역을 지나 완만한 경사지에 자리 잡은 넓은 포도원들이 나타나고 안개로 뒤덮인 해안지역을 만나게 된다. 그 유명한 북가주의 도시인 유레카(Eureka)이다. 유레카에서 나오는 1번 도로를 타라 남행하면서 샌프란시스코 등을 들러 LA에 도착하게 된다.

샤스타 트리니티에 대한 보다 자세한 문의는 지역 관광청(800-487-4648, www. trinitycounty.com)으로 하면 된다.


■가는 길

LA에서 5번 프리웨이 노스를 타고 북상 새크라멘토를 지나 540마일 정도 달리면 레딩에 도달한다. 레딩에서 5번을 타고 북쪽으로 1시간 정도 달리면 샤스타 마운틴에 도착하고 44번을 타고 동쪽으로 46마일 정도 달리면 공원으로 들어가는 36번 하이웨이와 만나면서 래슨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또한 레딩에서 산악지대로 연결되는 299번 하이웨이 웨스트를 타고 2시간 정도 가면 샤스타 트리니티 지역에 도착한다.

또 다른 방법은 101번 노스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를 지나서 북상하면서 오리건 인근 해안 도시인 유레카를 만난다. 이 곳에서 299번 하이웨이 이스트를 타고 역시 2시간 정도 달리면 트리니티 지역의 위버빌에 도달한다.


북가주 레딩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부상한 해시계 다리.

오래된 산골 마을의 자취들이 아직도 구석구석에 많이 남아 있는 옛 금광 마을 위버빌.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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