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꽃과 와인의 향기… 목장길 따라

2010-06-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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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스토리 - 중가주 숨은 보석 ‘롬폭’

▶ 200년 넘은 미션 당시 생활상 아련

‘롬폭’(Lompoc)은 중가주 샌타바바라 카운티에 있는 작은 농경도시이다. 인근에 있는 솔뱅이나 샌타이네즈 밸리에 비해 관광지로서 그 유명세가 낮지만 초여름의 온기가 대지를 감싸고 있는 요즘 가족과 함께 부담 없이 방문하기 좋은 평화로운 타운이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1번 하이웨이 주변으로 따사로운 캘리포니아의 오후 햇살을 받으며 가지를 넓게 퍼뜨리고 서 있는 오크트리의 언덕들이 이어진다. 넓은 들판 곳곳에는 검은색 앵거스 소(angus cow)들이 한가롭게 그늘에 앉아 되새김질을 하고 있으며 멀리 솔개 한 마리가 저녁 먹거리를 찾아 분주하게 상공을 가른다. 꽃재배 단지와 요즘 새롭게 부상한 와인 타운으로도 유명한 롬폭과 인근 관광지들로 여름맞이 여행을 떠나 본다.


롬폭은 한 때 세계적으로 유명한 꽃재배 단지로 그 명성이 높았다. 세계 꽃씨 시장서 거래되는 각종 꽃씨 중 25% 이상을 생산해 내기도 했다. 롬폭의 꽃재배 단지는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만발하는 초여름이면 온 시가 화려한 모습으로 변모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꽃재배에 대한 경제성이 떨어지면서 꽃보다는 다른 농산물들이 필드를 매우고 있다.

19세기 초, 한 기독교 단체가 악마와 멀어지기 위해 이상적인 성지를 찾다가 신의 계시로 도시를 세웠다는 이곳은 낮은 구릉에 둘러싸인 분지로 서쪽으로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다. 연중 낮 최고기온이 화씨 70〜80도를 유지하는 날이 많아 꽃을 비롯한 각종 채소를 재배하기 좋은 곳이다.


롬폭은 도시로 들어가면서부터 그 아름다움에 한껏 취하게 되는 곳이다. 샌타바바라를 지나서 가비에타 주립공원 다음에 나오는 1번 하이웨이로 들어가 20분 정도 드라이빙을 하면 타운에 도착하는데 이 산길이 캘리포니아 관광청이 지정한 아름다운 드라이빙 코스 중 하나이다.

20분 정도 전혀 높지 않은 언덕을 오르내리면서 진행하는 드라이빙은 도심에서 빠져나온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평온함과 안정감을 전달받는다.

롬폭의 꽃단지는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도시 서쪽 3~4마일 지점에 있다. 꽃들은 6월 초부터 피기 시작해 6월 말 만개되는데 과거에 비해 그 규모가 작지만 꽃밭 가까이 다가서면 황홀한 향기와 아름답기 그지없는 꽃송이들로 인해 순간 온 몸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푸근함과 희열이 피어난다.

6월 말 꽃들의 만개와 함께 ‘롬폭 꽃축제’가 23〜27일 열린다. 축제는 26일 오전 10시 H 스트릿과 파인 애비뉴서 2시간 동안 펼쳐지는 퍼레이드로 절정에 달하는데 이 퍼레이드에 참가한 가지각색의 꽃차들과 마칭밴드 등이 지나가는 광경이 매우 재미있다. 이곳에서 재배하는 각종 꽃들과 모종도 구입할 수 있다.

유명 미술인들이 그린 벽화의 도시로도 유명한 롬폭의 상공회의소서는 꽃구경을 오는 관광객들에게 꽃재배 단지의 위치 등을 자세히 소개하는 지역 지도를 무료로 배부하고 있다.

•문의: (805)736-4567
www.lompoc.com


■드라이빙 메모

LA에서 101번 프리웨이 노스를 타고 가다가 샌타바바라에서 약 40분 정도 더 가면 롬폭(Lompoc)으로 향하는 1번 하이웨이가 나오면 갈아탄다. 이 길로 20분 정도 달리면 롬폭에 도착한다. LA에서 2시간30분 정도 운전을 해야 한다.
인근에는 덴마크 스타일 관광지인 솔뱅과 와인으로 유명한 샌타이네즈 밸리 그리고 북쪽으로는 딸기 생산지 샌타마리아와 여러 해변 관광지인 피스모 비치, 아빌라 비치 등이 모여 있다.



롬폭에서는 매년 6월 말 꽃을 주제로 한 축제가 열린다. 여러 종류의 꽃도 구입할 수 있다.


롬폭 인근 관광지


▲라푸리시마 미션(La Purisima)

지난 1787년 세워진 거대한 사이즈의 미션이다.

주립공원으로 선정돼 주정부가 관리하면서 그 형태가 옛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미션은 18세기 초 캘리포니아 개척자들의 실생활을 그대로 알아볼 수 있는 유적지이기도 하다. 2,000에이커의 방대한 대지에 세워진 미션서 한때 1,200여명의 수도자들과 군인들이 생활을 같이 했는데 이들은 이곳서 의식주를 자급자족했다.

18세기 당시에 심어졌던 과일나무와 농경지에서 현재도 농산물이 수확되고 있으며 수도자들의 숙소, 식당, 목공소, 옷을 만들던 베틀과 빵을 굽던 대형 오븐까지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물이 흐르는 계곡 사이로 방문객을 위한 피크닉 테이블도 마련돼 있으며 떡갈나무들이 우거진 산책로를 따라 등산도 즐길 수 있다.

가주에 있는 21개의 스패니시 미션 중 가장 큰 사이즈를 자랑한다. 1812년 지진으로 거의 모든 건물이 파손되었다가 연방정부가 1930년대에 실시한 ‘아메리칸 웨스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복원작업 끝에 예전 그대로 모습으로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미션 입구에 있는 비지터센터를 방문하면 19세기 캘리포니아 개척자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각종 유물과 기구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당시 모습을 담은 사진 자료들도 찾아볼 수 있다.

라푸리시마에는 한때 5,000여명의 스패니시 개척자들과 이 지역 인디언들이 거주했던 곳으로 하나의 교회이기보다는 19세기 당시로써는 상당한 사이즈의 타운 역할을 했던 곳이다. 지금도 농토와 과수원이 미션 내에 있으며 소, 양, 염소, 닭 등 수많은 가축들을 아직도 기르고 있다.

공원은 롬폭에서 동쪽에서 2마일 거리에 있다. 개장은 매일 오전 10시~오후 5시. 입장료는 없고 주차료는 차량 당 7달러.

•주소: 2295 Purisima Rd. Lompoc
•문의: (805)733-3713
www.lapurisimamission.org

캘리포니아 21개 미션 중 가장 사이즈가 큰 라푸리시마 미션. 18세기 당시 성당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롬폭 와인밸리

101번 프리웨이에서 롬폭으로 들어오는 도시인 불엘튼(Bullerton)에서 서쪽으로는 롬폭에 이르는 약 15마일 길이의 지역을 샌타리타 힐스(Santa Rita Hills)라 부른다.

이곳이 최근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는 새로운 와인산지로 주목을 끌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분지는 몇몇 예외적인 지역을 빼고는 남북으로 형성돼 있는데, 이곳은 동서로 형성되면서 시원한 태평양의 해풍이 넘나든다.

수확되는 포도의 질이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온이 주변 지역보다 훨씬 서늘하고 안개가 좋은 포도를 자라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주위 경관이 뛰어나 운전이 지루하지 않다. 길을 따라가다 나오는 와이너리와 테이스팅 룸에 들러 와인들을 맛본 후 피크닉을 즐기고 이 동네 식당들에서 저녁까지 먹고 돌아오면 즐거운 주말여행이 된다.


롬폭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좋은 질의 와인 포도가 재배되는 지역이다. 포도원 관광도 그 유명세가 높아지는 곳이다. <롬폭 관광청>


▲반덴버그 우주공군기지

반덴버그(Vandenberg) 우주공군기지는 전국에서 가장 중요한 군사기지로 알려져 있다.

NASA 외에도 보잉 등 여러 회사들이 기지에 상주하고 있다.

우주왕복선을 비롯, 각종 로켓들이 기지에서 발사되는데 시기를 맞추어 방문하면 로켓이 발사되는 장관을 목격할 수 있다.

공군기지는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의 무료 투어를 제공하는데 예약은 3주 전에 해야 한다.

•예약 및 문의: (805)606-3595
vandenberg.af.mil


■ 롬폭의 해변

천혜의 해안 절경, 환상적 드라이브코스


▲할라마 비치(Jalama Beach)

롬폭의 해변은 한가하면서 특별한 경치를 자랑하기 때문에 사색하는 낭만의 여유가 있어 좋다. 소위 ‘고독이 있는 풍경’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할라마 비치는 반달형의 고요한 해안선으로 샌타바바라 인근에 거주했던 추마시(Chumash) 인디언이 신성하게 생각했던 트랭퀼런 마운틴(Tranquillon Mountain)이 병풍처럼 싸고 있다. 주요 도로에서 해안으로 향하는 드라이브는 주변 경치와 어울려 유쾌한 경험이 된다.

일반에게는 별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할라마는 캠핑, 하이킹, 피크닉 등 레포츠를 즐기기 위한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서핑하기에 최적인 파도가 형성돼 파도타기 광들이 ‘쉬쉬’하면서 소문내지 않고 즐겨 찾는 이곳은 산책코스로 안성맞춤인 길고 긴 백사장이 한적하게 누워 있는데 해안선을 따라 앰트랙 열차가 바람에 실려 미끄러지듯 인근의 절벽을 지난다.

남가주 해안 가운데 산책하기가 가장 완벽한 곳의 하나로 썰물에는 깨끗하게 펼쳐진 해안이 7마일 남쪽의 포인트 컨셉션(Point Conception)까지 이어진다.
북쪽으로 이어지는 해안은 남쪽보다는 짧지만 해안 절벽의 작은 동굴과 좁고 긴 모래언덕 등이 있어 경치가 뛰어나다.

북쪽 해안을 따라하는 하이킹은 왕복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유명 여행잡지인 ‘센셋’은 이 지역을 남가주 경치 좋은 10선 해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가는 길 101번에서 롬폭으로 향하는 1번을 타고 약 14마일 정도 가면 할라마 로드(Jalama Rd.)가 나오면 좌회전. 이 길을 따라 목장을 지나고 언덕을 넘어서 떡갈나무가 늘어선 좁고 꼬불꼬불한 계곡 속으로 줄달음질친다. 경치를 즐기며 드라이브를 하다가 어느덧 태평양에 안기는 곳이 바로 할라마 비치다.


▲오션 비치(Ocean Beach)

롬폭 다운타운에서 서쪽으로 15분 거리에 있는 아름다운 해안이다.

샌타이네즈 강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있는 해변으로 드넓은 모래사장에 이용객은 4~5팀에 불과해 마치 프라이빗 비치에서 휴가를 즐기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앰트랙 기차역이 있어 기차를 타고도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한적하면서도 온화한 분위기가 감도는 이 해변은 난류와 한류가 합쳐지는 해역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백사장을 따라 자갈 채취 등을 하면서 아이들이 시간가는 줄 모른다.

가는 길롬폭에서 오션 애비뉴를 따라 서쪽으로 길이 끊어질 때가지 가면 표지판이 보이고 오션 비치 해변에 도착한다.

롬폭 인근에는 아름다운 해변이 많지만 방문객의 수는 매우 드문 특별한 곳이다. <백두현 기자>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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