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로빈 후드 (Robin Hood)

2010-05-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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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셔우드로 가자 약자를 위해 싸우자”

▶ 리들리 스캇-러셀 크로우 콤비가 그린 액션물

★★★ (5개 만점)


영국판 의적 일지매인 로빈 후드의 전설은 장수하는 인기 소재로 과거에도 여러 번 영화로 만들어졌다. 약자를 도와 부자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세력자의 힘을 유린하는 내용의 그 인기의 비결이다.

과거 더글러스 페어뱅스의 무성영화를 비롯해 션 코너리와 케빈 코스너 등 여러 스타들이 로빈 후드 역을 맡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에롤 플린이 나오는 ‘로빈 후드의 모험’(1938)이다. 멋있는 배우들의 모습과 연기, 액션과 모험과 로맨스 그리고 의상과 세트와 화려한 컬러 및 에릭 본 콘골드의 교향곡을 연상케 하는 음악 등 모든 것이 훌륭한 흥미진진한 명화다.


지난 14일에 개봉된 ‘로빈 후드’는 두 콤비 리들리 스캇 감독과 러셀 크로우가 다시 손잡고 만든 스케일 큰 액션 모험영화로 과거의 로빈 후드 영화와 내용과 톤 등이 모두 다르다. 우선 영화가 매우 사납고 거칠다. 마치 스캇과 크로우가 함께 일한 ‘검투사’를 보는 느낌이다.

그리고 내용도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역사에 충실하게 만들었다. 과거 영화들은 로빈 후드가 셔우드 숲을 본거지로 노팅엄의 귀족들을 유린하는 내용이 주였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해서 평범한 평민으로 활 잘 쏘는 로빈 후드가 의적이 되지 않을 수밖에 없는가 하는 과정을 그렸다.

그래서 영화가 속편을 예고하는데 스캇과 크로우도 이 영화가 관객들의 호응을 받으면 속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액션과 모험이 요란하고 영국 현지촬영 등 볼 것이 많지만 보통 액션 모험영화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다. 그리고 여러 스타들이 맡은 역과 성격도 충분히 개발되지 못했다. 새로운 감은 없으나 보고 즐기기엔 손색없는 오락영화다.

얘기는 십자군 전쟁에 나갔다 10년 만에 귀국하는 사자 왕 리처드(대니 휴스턴)가 도중에 프랑스군이 점령한 성을 공격하다가 사망한 1199년부터 리처드의 동생으로 형의 자리에 앉아 국민의 고혈을 빨아 마시는 존(오스카 아이작)이 왕이 돼 마그나카르타에 서명한 1215년에 이르기 까지 진행된다.

사망한 리처드의 왕관의 운반책인 귀족 록슬리마저 살해되면서 역시 십자군 전쟁에 나갔던 로빈 롱스트라이드(크로우)가 이 왕관을 간직하고 신분을 록슬리로 위장한 채 귀국한다. 왕관을 존에게 반납한 뒤 로빈은 노팅엄의 록슬리의 집을 찾아간다.

집에는 남편을 기다리는 품위와 아름다움을 함께 지닌 매리온(케이트 블랜쳇)과 매리온의 눈 먼 시아버지 월터 록슬리 경(맥스 본 시도우)이 살고 있는데 월터는 로빈을 자기 아들처럼 대한다. 그리고 매리온에게 로빈과 함께 살라고 권한다.

요조숙녀인 매리온은 처음에는 로빈을 괄시하나 서서히 그의 남성다움과 인간성에 끌려들게 되면서 둘 간에 사랑이 싹 튼다.


한편 프랑스군이 영국을 침입하면서 로빈과 그의 쌈 잘하는 동료들인 빅 존과 턱 수사 등은 국가를 위해 왕군에 합류, 적을 무찌른다(프랑스군의 영국 해안 상륙장면이 꼭 ‘라이언 일병 구출작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닮았다).

그리고 로빈은 민주주의를 실천하겠다던 약속을 어긴 존에 의해 반역자로 몰려 매리온과 동료들과 함께 셔우드 숲으로 도주한다. 이리하여 로빈 후드가 탄생한다. PG-13. Universal.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로빈 후드(러셀 크로우)가 적을 향해 활을 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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