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을수록 건강 헤친다

2010-04-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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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량생산 위해 성장호르몬·유전자 조작…

▶ 다큐영화 ‘Food, Inc.’ 통해 본 식품업계의 추악한 현실

누군가를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처해 있는 현실을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작은 관심과 노력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 키워 나가보고 싶다. 로버트 케널(Robert Kenner) 감독이 만든 ‘음식 주식회사’(Food, Inc.)라는 영화는 현대사회의 산업화된 음식에 대해 파헤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영화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휴가지에서 햄버거를 먹고 목숨을 잃은 두살짜리 아들의 어머니(아들이 12일만에 죽고도 며칠이 지나도록 정부는 그 햄버거 패티를 리콜하지 않는다), 요리할 시간이 없어 아침부터 패스트
푸드 달러 메뉴로 시작하는 저소득층 노동자 가족(아버지의 심각한 당뇨로 수입의 대부분을 약값으로 쓰면서 매일 건강을 헤치는 음식만 먹는 악순환의 반복), 유전자 복제된 식재료에 표기를 하면 불필요한 공포심을 유발하게 된다고 의견을 내는 정치인, 하루에 2,000마리의 돼지를 도살해야 하는 불법 노동자, 몬샌토(Monsanto: 라운드 업(Round Up)이라는 농약을 개발하여 이에 내성을 가지도록 유전자 조작된 콩을 만들었고 미국 내외를 아울러 거의 모든 유전자 조작 콩을 지배한다)에 대항하는 힘없는 농부들(사설 탐정을 보내고 재판까지 끌고가 변호사 비용 때문에 결국 포기하게 만든다), 완전히 유기농으로 방목하여 소, 돼지, 닭을 키우는 농부(농장을 문 닫게 하려는 의도로 FDA의 끝없는 위협을 받는다) 등 머리 복잡해진다고 모른 척 하기에는 우리 현실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이 불편한 사실, 누구도 자유할 수 없는 진실들에 대해 알아보자.


다큐멘터리 영화‘음식 주식회사’(Food, Inc.)의 포스터. 영화를 비롯하여 책도 나와 있으므로 읽어보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값싼 재료 조달하라”
패스트푸드 등장 후
음식도 ‘산업화’변모
햄버거 먹고 숨지기도


매 해 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 돼지독감뿐 아니라 시금치, 애플주스에서 나온 이콜라이, 햄버거를 먹고 하반신 마비가 된 여성 등 그저 음식을 먹었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생명의 원천이 되고 하루 세끼 먹는 ‘음식’이 목숨을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이 된다면 이보다 더 끔찍한 일이 있을까. 이런 사건의 모든 원인은 산업화 된 음식 시스템에서 발생한다.

‘산업화 된 음식’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산업화 된 음식이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음식의 산업화는 패스트푸드에서 시작되었다. 식당 주방에 공장 식의 운영방식을 들여 놓으면서 적은 비용으로 싸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면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되는데, 그들의 성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고 음식 재료의 생산지인 농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세계적인 성공을 이룬 패스트푸드 회사는 엄청난 양의 재료 충당과 어디서나 같은 맛을 내기 위해 똑 같은 품질의 간 쇠고기, 감자, 닭, 토마토, 상추, 사과 등이 필요하게 되는데, 조금 더 저렴하고 편리한 재료 구입을 위해 이런 재료들의 생산과정을 바꾸게 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싼값의 쇠고기를 위해 옥수수를 먹이기 시작했고, 치킨 너겟을 위해 닭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가슴살이 큰 치킨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예전에 농부 1명이 6~8명 정도를 먹일 수 있었다면 요즘은 126명을 먹일 수 있게 되었다. 역사상 가장 생산적인 인류로서 사람들을 위해 음식생산의 역사가 눈부시게 발전한 것 같아 보이지만 오로지 푸드 시스템을 지배하는 극소수(정치인, 비료나 식품 호르몬제를 만드는 화학회사, 대형 음식회사)에게만 엄청난 부를 가져다 주었을 뿐 ‘먹을수록 건강을 헤치기만 하는 음식’의 희생은 오직 소비자의 몫이다.



옥수수는 가장 값싼 사료라는 이유로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흠집이 있고 못생겨도 유기농은 영양적인 면에서 월등하다.


“빨리 살 찌게” 호르몬 덩어리 먹는다

비좁은 공간서 사료만 먹여 덩치 키운
속성 사육 소·닭·돼지 질병에 취약


■소

미국인 일인 쇠고기 평균 소비량이 200파운드 정도 되는데 정상적인 쇠고기 가격으로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상적인 쇠고기 가격’이란 목초에서 풀을 먹고 자라며 성장 호르몬(rBST) 없이 자연스러운 속도로 키운 소 한 마리에 드는 비용을 말한다.

그런데 요즘 소들은 풀 대신 세상에서 가장 값싼 사료인 옥수수를 먹고 움직일 수조차 없는 비좁은 공간에서 먹고 싸며 평생을 서서 자란다. 빨리 살찌게 하는 옥수수 사료와 성장 호르몬을 먹어 초 단시간에 몸집이 커지고 병에 걸릴 수밖에 없어 각종 항생제를 투여받는다.

풀을 먹고 자라야 하는 소가 옥수수를 먹어서 대장에 이콜라이 대장균의 변종인 이콜라이 O157이라는 바이러스가 생기고(참고로 옥수수를 먹던 소가 5일만 다시 풀을 먹게 된다면 대장 내 이콜라이는 사라진다.) 비 위생적인 도축장에서 도살되어 이콜라이는 도대체 쇠고기의 어느 부분으로 감염되었을지 모르는 채 암모니아로 세척되어 제품으로 생산되어 나온다.




■닭

미국은 그야말로 치킨 천지다. 어딜가나 값싸고 맛있는 치킨 요리가 널려 있다. 그런데 그 닭이 평생 햇빛 한 번 못보고 자란 닭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저지방 고단백의 닭가슴살을 얹기 위해 닭은 유전자적으로 다시 디자인 되었다.

가슴 살이 더 많아 지는 닭으로, 값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살이 많은 닭으로. 알에서 깨어나 7주 이내에 5.5파운드의 ‘제품’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사료에 성장호르몬을 섞어주는데 커지는 몸집의 속도를 뼈와 내장이 따라가지 못해 몇 발자국도 제대로 걷지 못한다. 조금 더 싼 가격을 위해 좁은 면적에서 많은 닭을 키우며 3개월이 걸려야 클 것을 49일 만에 키워내고 50년 전의 닭보다 크기는 두 배로 크다. 창조되어진 형태의 겉모습만 비슷할 뿐 속은 완전히 다른 새로운 닭이다.




■돼지

세계 최대의 돼지 도살장인 스미스 필드에서는 시간당 2,000마리의 돼지를 도살한다. 노동자들이 돼지의 피, 오줌, 배설물에 뒤덮히고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일을 하고 내장 등을 만지기 때문에 이에 감염되고 아파 쓰러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도살되어 나가는 돼지나 도살하는 사람이나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한다.




■옥수수

풀을 먹고 자라야 할 소가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고 닭, 돼지, 물고기도 마찬가지이다.

현대는 양식 물고기에게 옥수수 먹는 법을 가르친 인류이다. 이유는 옥수수가 가장 값싼 재료이기 때문이다.

유전자를 조작하고 농약을 개발하여 엄청난 양의 옥수수를 생산해 내면서 화학회사와 로비를 받는 정치인이 돈을 번다. 옥수수를 생산해 두면 대형 식품회사들이 여러 가지 용도로 사 들인다. 식품 공학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이 원료를 사용하며 못 만들어내는 것이 없다. 80년대 이후 미국 비만과 당뇨에 주범인 ‘하이 프룩토스 콘 시럽’이 그 산물이다.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월마트에 납품을 시작한 유기농 유제품 회사 스토니필드 팜(Stonyfiled Farm)의 대표는 상대가 너무 거대하여 마치 우리가 당하는 것 같이 느낄지 몰라도 현실은 그 반대라고 말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마켓에 진열되기 때문에 매일 장을 볼 때 우리는 투표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 라고 한다. 우리가 유기농 또는 제대로 생산된 음식을 많이 원할 때 더 많은 생산이 가능해 지고 가격도 낮출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마켓에 진열된 평균 4만7,000개의 상품 중에 좋은 제품을 골라내는 것은 제품에 대해 알아야 가능하다.




<우리의 건강과 지구를 지키는 음식구입 습관>

-지나치게 싼 음식은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최소한 유제품, 닭고기, 콩 제품 정도는 유기농 제품으로 구입하자.

-제철 식재료와 지역 농가의 제품을 구입하자.

-자연의 법칙에 따라 정직하게 생산된 달걀 12개에 3달러를 비싸게 여기면서 색소와 옥수수과당으로 만들어진 75센트짜리 소다를 싸다고 선뜻 사먹는 실수는 더 이상 하지 말자.

-재료의 표기가 정확하지 않으며 가공이 많이 된 음식을 피하자.(간 고기로 만든 음식, 소시지, 미트볼 등)

-좋을 것 없는 과식을 피하고 좋은 재료로 요리한 음식을 적게 먹는 습관을 들이자.

-식품 레이블을 읽어보는 습관을 들이자. 재료를 꼼꼼히 읽어보면 최소한 고과당 콘 시럽(HFCS) 같이 해로운 재료가 들어간 음식은 피할 수 있다.

-쇠고기 구입 때에도 항생제, 호르몬제 없이(No Antibiotic, No rBST) 키운 것을 구입하고 풀을 먹여 키웠는지(grass fed) 여부도 살펴보자.

● 더 많은 정보를 원한다면 www.takepart.com/foodinc


육류를 구입할 때 레이블을 잘 읽어보면 어떻게 길러졌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치즈, 버터, 우유, 크림 등 유제품은 꼭 유기농으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글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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