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적정가보다 약간 높게 내놔라

2010-03-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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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 팔 때 꼭 알아야 할 셀러의 협상 기술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가 돌아왔다. 늦은 겨울비로 한동안 주춤했던 바이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주택 구입자에게 제공되는 세금 혜택 마감 시한을 코 앞에 두고있어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바이어들의 잡으려는 셀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오픈 하우스 사인이 주말이면 거리마다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부동산 거래는 ‘협상의 예술’이라고 할 수있다. 바이어와의 가격 협상은 물론 집을 팔기위해 에이전트를 선정하는 순간부터 협상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올바른 협상 기술을 내세워 주택 매매에 나서면 주택 시장이 아무리 침체기라도 해도 손해보지 않고 주택을 처분할 수 있다. 주택 매매시 알아두면 좋은 셀러의 협상 기술을 소개한다.


바이어와 협상하며 가격 낮춰주면
승리했다는 느낌 심어줘 계약 쉬워져
성격 좋은 에이전트 선정하지 말고
전략이 강한 사람 택해야 협상에 유리


◇ ‘나이스’ 에이전트는 피하라


‘부동산 협상 기술’(Tips and Traps When Negotiating Real Estate)의 저자 로버트 어윈은 “에이전트 선정시 성격 좋은 에이전트보다는 전략이 좋은 에이전트를 고르라”고 충고한다.

‘나이스 가이’ 보다는 셀러를 대변해 강한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에이전트를 선정하라는 충고다. 때로는 바이어의 비위를 거슬리고 심지어 셀러의 입장과도 반대는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전략적인 에이전트가 부동산 거래시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셀러의 첫째 목적은 매물로 내놓은 주택을 적절한 가격에 파는 것이지 에이전트와 좋은 관계를 맺으려는 것이 아님을 명심한다.

이같은 목적을 잊지 않고 에이전트 선정시 에이전트의 판매 전략을 들어보는데 주의를 기울인다. 에이전트와 면담시 셀러들이 가장 먼저 물어보는 질문중 하나가 수수료율이다. 법으로 정해진 수수료율은 없다.

어디까지나 셀러와 에이전트간 합의를 통해 수수료율을 정한다. 에이전트가 제시하는 수수료율이 터무니 없이 높으면 협상을 통해 낮춰보도록한다. 동시에 수수료율을 너무 깎으려고만 하는 행위도 주택 판매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주의한다. 에이전트와의 면담을 통해 적정한 수수료율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 조금 높은 가격에 내놓는다

‘주말 부자의 부동산 협상술’의 공동 저자 마이크 서미와 로저 도슨은 “적정 판매 가격을 정했으면 조금 높은 가격에 시장에 내놓아라”고 저서를 통해 조언하고 있다. 언뜻 들으면 매우 셀러들에게는 매우 기초적인 상식인 것처럼 들리지만 이같은 상식을 무시하는 셀러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하루라도 빨리 집을 처분해야하는 셀러들이 초조해지면 심리적인 여유를 잃게 된다. 가격을 낮게 내놓으면 빨리 팔리겠지 하는 생각으로 이같은 상식을 잊기 일쑤다. 일반적으로 가격을 조금 높이 내놓는 이유는 바이어들과의 가격 협상을 대비하기 위한 이유가 가장 크다.


협상을 통해 가격을 낮춰 계약하면 바이어들에게 협상에서 승리했다는 느낌을 심어줘 이후 거래를 비교적 수월하게 이끌 수 있다. 무조건 가격만 낮춘다고 해서 집이 빨리 팔리는 것은 아니다. 적정한 가격을 정하는 것보다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 주택 판매 시 더 중요하다. 싼 가격에 집을 파는 것보다 집이 마음에 들어 제값을 지불하고 구입할 바이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3만원짜리 가격표를 점원의 실수로 30만원으로 바꿔 적은 후 넥타이가 불티나게 팔렸다는 마케팅 일화는 제품 판매시 가격보다 바이어의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진행 가격’을 산출한다

주택이 위치한 지역의 주택 가격 흐름을 파악한 후 이를 반영한 판매 가격을 선정한다. 인근에서 6개월전에 팔린 주택의 가격을 따라 단순히 가격을 결정하지 말고 주택 가격이 상승세인지 하락세인지를 먼저 파악한다. 예를 들어 주택 가격이 연간 약 10%씩 상승하는 지역에서 6개월전에 팔린 집이 30만달러라면 이같은 상승률을 적용한 31만5,000달러가 적정한 가격이라는 설명이다. 반대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지역이라면 하락률을 적용해 판매 가격을 정해야 주택 판매가 지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지역 주택 가격의 추세를 파악하려면 에이전트에게 요청하는 길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최근에는 ‘질로우닷컴’(www.zillow.com)이나 ‘트룰리아닷컴’(www.trulia.com) 등의 온라인 부동산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지역별로 집계된 주택 매매 가격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 가격 협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바이어들로부터 오퍼가 제출되기 시작하면 일단 한발 뒤로 물러서서 가격 협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협상 기술이다. 에이전트에게 판매를 원하는 가격대를 알려주고 가격 협상은 에이전트에게 일임한다. 셀러가 가격 협상에 일일이 참견하다보면 감정이 개입되게 마련이고 협상을 그르치기 쉽다. 에이전트를 고용하는 목적 중 하나가 주택 매매 이해 당사자인 셀러와 바이어가 직접 부딪혀 감정 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기 위함이다.

설사 바이어가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의 오퍼를 제출했다 하더라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부동산 브로커 리처드 코트니는 “아무리 낮은 가격의 오퍼가 제출되더라도 협상을 유도하는 자세가 현명한 협상 기술”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바이어가 30만달러짜리 매물에 20만달러짜리 오퍼를 제출했을 경우 리스팅 가격보다 약간 낮은 29만달러 정도로 카운터 오퍼를 보내는 것이다. 이때 셀러가 주택을 팔고자 하는 의지가 전달돼 바이어를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는 동시에 조급하지 않다는 것도 보여줄 수 있다.


◇ 시간 조절이 열쇠

부동산 거래 협상 때 타이밍 조절이 성공을 좌우한다. 협상 테이블에 상대방을 오래 앉힐수록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확률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한 협상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바이어들의 심리를 이용한 협상술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낮은 가격의 오퍼라고 해도 반드시 바이어측에 카운터 오퍼를 전달한다. 동시에 양보 조건을 추가하면서 협상이 중간에 중단되지 않고 진행되도록 유도한다. 양보 조건은 가격을 낮추는 것이 될 수 있고 기타 에스크로나 융자 조건을 완화해주는 것 등도 포함 될 수 있다.

또는 바이어가 맘에 들어할 만한 가구나 가전 제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오퍼 조건에 포함시키는 것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좋은 방법이다. 이같은 양보 조건 제시는 협상 막바지에서도 때로는 큰 효과를 발휘한다. 협상이 진전없이 팽팽하게 진행될 경우 작은 양보 조건을 제시해 협상을 마무리 짓는 것이 결국 전체 거래를 유리하게 이끄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한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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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가격을 조금 높여 내놓는 것이 협상에서 유리하다. 왜냐하면 바이어들과의 협상을 통해 가격을 낮춰 계약하면 바이어들에게 협상에서 승리했다는 느낌을 심어줘 이후 거래를 비교적 수월하게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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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오픈 하우스 사인이 곳곳에 자주 등장한다. 주택 시장에도 봄 분위기가 완연하다. 주택 판매가 어려운 시기지만 적절한 협상기술을 익히면 주택 거래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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