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헌팅턴라이브러리 확 달라졌어요

2010-03-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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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정원 새 명소… 갤러리도 새 단장

최근 몇 년간 남가주 주요 관광·문화 명소 중 하나인 헌팅턴 라이브러리(Huntington Library)는 ‘새 옷’을 갈아 입었다는 표현에 걸맞게 신축 및 확장·보수공사가 이어졌다. 10년이 넘는 계획과 공사 끝에 중국 정원이 그 웅장한 모습을 지난 2008년 봄 일반에 드러냈으며 수많은 유럽과 미국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헌팅턴 미술 갤러리(Huntington Gallery) 역시 그해 2년간의 리모델링 끝에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을 맞았다. 헌팅턴 라이브러리는 중국정원의 오픈과 함께 지난 2004년 문을 연 로즈힐스 식물과학관(Rose Hills Conservatory for Botanical Science)과 ‘헬렌 앤드 피터 빙 어린이 정원’(Helen and Peter Bing Children’s Garden) 등을 포함해 20여개의 식물원과 정원을 갖추게 됐으며 미술 갤러리 리오픈과 함께 그야말로 종합박물관 겸 미술관으로 그 명성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 희귀서적과 국보급 유물을 보유하고 있는 헌팅턴 라이브러리의 여러 관광 명소 중 지금 가장 인기가 높은 중국 정원으로 봄맞이 주말나들이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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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계획과 신축 끝에 헌팅턴 라이브러리의 새로운 명소로 등장한 중국 정원. 벚꽃나무에 봉오리가 맺히면서 봄맞이가 한창이다.


■중국 정원


‘향기가 흐르는 가든’(Garden of Flowing Fragrance·류방원)이란 이름에 걸맞게 지난주 비가 내린 후 차분한 분위기로 관객을 맞고 있는 헌팅턴 라이브러리의 중국정원은 지금 막 피어나고 있는 봄꽃들의 내음이 정원 주변을 잔잔하게 감싸고 있었다.

겨울의 꽃 동백을 비롯해 중국을 대표하는 모란화 그리고 봄의 여왕 벚꽃이 3월 중순의 ‘절정’을 미리 준비하면서 그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다.

중국 정원은 일본 정원과 함께 도서관을 대표하는 볼거리로 부상했는데 중국계 피터 파안나커가 유산 1,000만달러를 기증하면서 거센 탄력을 받아 총 공사비 1,830만달러로 신축됐다. 총 규모는 12에이커인데 현재 3.5에이커 정도가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정원 내에는 1.5에이커의 대형 연못이 들어섰다. 연못 주위로 파고다, 연꽃 파빌리언, 티 하우스, 티 스토어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5개의 돌다리가 연못을 돌면서 건축물들을 연결시키는데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봄꽃의 행렬이 건축물과 다리들을 더욱 아름답게 포장시키고 있다.

중국 동양화에서 접할 수 있는 옛 정원의 모습을 실질적으로 그대로 관찰할 수 있는 정원은 옛 중국 학자들의 서원을 모델로 만들어졌다. 연못 옆에 마련된 정자와 티 하우스에 학자들이 모여 정치와 철학을 논하고 글을 짓고 그림을 그리던 모습을 방문객들이 머릿속에 그릴 수 있도록 정원 및 주변의 건축물이 디자인되어 있다.

사람이 만든 연못이지만 물의 흐름을 자연적으로 만들어 물이 고이는 포인트가 자연 그대로 발생하게 설치되는 등 자연의 느낌 그대로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정원을 만들기 전에 현장에 있었던 나무들을 될 수 있으면 그대로 사용했으며 연못 주변을 치장한 여러 바위들도 중국의 타이 호수에서 있었던 자연석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중국 정원의 또 다른 볼거리는 특출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건축물들. 특히 호수 한 쪽에 자리 잡고 있는 파고다는 그 독특한 모습에 눈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헌팅턴 라이브러리의 리사 블랙번 홍보관은 “캘리포니아의 지진을 이겨낼 수 있는 중국식 건축물을 올린다는 것부터 쉬운 프로젝트가 아니었다”며 “방문객들은 정원 규모와 아름다움에 놀라움 감추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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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원의 또 다른 볼거리는 특출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건축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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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안채를 돌아보면 중국의 옛 서원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연못·서원·파고다
동양문화 운치가…


15세기 고서 즐비… 130에이커 정원 경탄


■기타 볼거리

1919년에 설립된 207에이커의 광활한 면적의 도서관에는 ‘켄터베리 이야기’ 원고를 비롯해서, 에드가 앨런 포, 벤자민 프랭클린, 셰익스피어 등 미국과 영국을 대표했던 유명 문학가들의 작품이 15~16세기 때의 악보들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또한 구텐베르크의 성경은 1450년 무렵 독일 마인츠에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송아지 피지에 인쇄한 것으로 도서관에서 소장한 책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정원은 207에이커 면적 중 130에이커를 차지한다. 장미 정원, 선인장 정원 등 세계 각국에서 수집, 재배하는 희귀식물들과 여러 종류의 나무, 식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10여에이커의 일본 정원은 벌써 오래 전부터 조성이 되어 일본 가옥과 정원의 나무들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 라이브러리에 들어선 로즈힐스 온실 식물과학관은 여느 식물원처럼 온실 속에서 잘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보는 것으로만 만족하는 시스템이 아니고 방문객들이 직접 식물의 생태계에 들어가 전시되고 있는 식물을 연구하고 각종 기구를 이용해 실습에 참여하는 과학체험 시설이다.

캘리포니아 과학관처럼 손으로 만지면서 식물의 생태계를 배우는 각종 과학 실험기구들이 식물원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식물원과 과학관을 혼합한 새로운 컨셉의 전시 시설이다.

식물과학관 바로 옆에는 어린이 놀이터를 식물을 이용해 만든 칠드런스 가든도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이 정원은 꽃밭과 식물들 사이로 아이들이 직접 들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가든이면서 놀이공원이고 생태관찰 과학관이다. 정원의 식물을 통해 다양한 식물의 종류를 알고 서로 구별할 줄 알며 식물의 촉감을 느끼고 흙을 이해하고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마음을 키워주는 자연 교육학습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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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옆에 위치한 파고다가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관람 가이드

이곳은 헌팅턴 라이브러리, 헌팅턴 아트 갤러리, 헌팅턴 식물원 등 3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각자의 취향에 따라 시간 배분을 잘해서 관람해야 한다.

개장시간은 평일의 경우 4시간30분. 주말에도 6시간30분으로 한정되어 있다.
공원 입장 후 안내소에 한국어로 된 안내책자(무료)가 비치되어 있다. 참고해서 어떻게 투어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인지 스케줄을 먼저 계획한 후 투어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개장 시간

평일(월·수~금): 오후 12시~4시30분
주말: 오전 10시30분~오후 4시30분, 화요일은 휴관.

•입장료

주중: 15달러, 노인(65+) 12달러
청소년(12~18세) 10달러
아동(5~11세) 6달러
주말: 20달러, 노인 15달러, 청소년 10달러
아동 6달러, 5세 미만 및 멤버 무료

•주소: 1151 Oxford Rd. San Marino

•문의: (626)405-2100
www.huntington.org

프랑스 고대가구·영국 수공예 전시

■헌팅턴 갤러리

헌팅턴 라이브러리의 주인이었던 헨리 E. 헌팅턴 가족의 주요 거주 공간이었던 건물로 이 곳은 그동안 시간이 지나면서 지붕과 벽 등이 크게 훼손됐다. 지난 1985년에는 누전으로 불이나 레놀드의 작품 등이 화재로 손실됐으며 벽에 빗물이 스며들어 와 미술품들을 손상시키기도 했다.

라이브러리 측은 그동안 예산 부족으로 이 건물의 보수공사를 미뤄왔다가 이번에 로즈힐스 재단 등 남가주 여러 기부단체로부터 전달받은 2,000만달러의 기금으로 리노베이션 작업을 마치고 지난 2008년 여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갤러리가 오픈했다.

고대 이탈리아 빌라 형식으로 지난 1911년 신축된 헌팅턴 갤러리는 그동안 루이 16세 때 프랑스 귀족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호화로운 응접세트 등, 16세기에서 18세기에 걸친 유럽의 회화와 초상화들이 많이 전시되어 왔다. 특히 토머스 게인즈보가 상인의 아들인 조나단 버톨을 모델로 그린 초상화 ‘블루보이’는 헌팅턴 아트 갤러리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다. 지난 1928년부터 미술관으로 사용되면서 그동안 3,000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맞았다.

종전에는 1층만 전시관으로 사용됐던 헌팅턴 갤러리는 2층에 2개 새로운 전시관이 문을 열었다. 2층 신설 전시관에는 프랑스 고대 가구와 조각품이 전시되고 있다. 또 다른 전시관에는 현재 라이브러리가 보유하고 있는 영국 수공예의 거장 윌리엄 모리스의 작품들이 주로 전시되고 있다.

<글·사진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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