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 내려놓기

2010-02-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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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욱이 이야기

승욱이 영상작업이 막바지에 와 있다. 편집만 하면 두 달간의 작업이 모두 마무리가 된다. 주제도 정했고 영상에 들어갈 음악도 선정해 놓았고, 가편집이 나오고 글을 쓰면 나레이션 작업과 함께 완성이다. 마침 나레이션을 해주실 분도 다 정해졌기에 가편집을 기다리고 있다. 영상을 찍어준 효종씨의 스케줄이 자꾸 미뤄지면서 예상대로 끝나지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효종씨, 가편집은 언제되요?” 흠… 대답이 없다. 며칠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효종씨가 사는 곳으로 찾아갔다. 아이쿠야… 이런 일이… 효종씨가 군입대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몇년간 승욱이를 볼 수 없을 것 같은 마음 때문인지 너무 많은 필름을 찍게 되었고, 방대한 필름을 정리하는 데도 시간이 엄청 걸리는 것이었다. 이번 영상에 대한 주제를 잘 말해 주었고, 그렇게 편집을 부탁했지만 20시간이 넘는 필름을 10분으로 줄이는 건 너무 어려운 작업이다. 며칠을 걸려 겨우 1시간 분량으로 가편집이 되었다. 그리고, 2주 동안 더 이상의 가편집을 하지 못하고 있다. 1시간짜리 가편집을 보면서 “이 부분 자르고, 없애고, 버리고…”를 계속 말했지만 말처럼 쉽게 편집이 되지 않는다. 우리 둘 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길을 잃었다. 길지도 않은 10분짜리 영상 만드는 작업이 왜 이리 어려운지.

나레이션을 녹음하기로 한 날짜는 다가오는데 가편집도 마치지 않았고, 글도 나오지 않았다. 초조한 마음에 또 효종씨를 만나 “이 부분 자르고, 없애고, 버리고…”를 외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음이 나에게 “민아야, 자르고, 없애고, 제발 버려” 내가 효종씨에게 했던 말이 내가 나를 향해 하고 있다. 10분짜리 영상을 만드는 것이 마치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만드는 냥, 그렇기 때문에 잘해야 하고 완벽해야 하기에 지금 길을 잃은 것을 알게 되었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잘 만들어야 하는 마음을 자르고,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마음을 없애고, 완벽하려는 마음을 버리니 마음이 편하다. 아니 정리가 된다. 글을 먼저 써서 바로 편집으로 들어가니 모든 것이 술술 풀리기 시작이다. 이번 영상이 3번째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이전 것보다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내 의견과 욕심만 앞서고 정작 왜 영상을 만드는지를 망각하게 되었다. 요즘 내 인생에 자꾸 욕심 부리는 부분이 많아진다. 온전한 내려놓기가 되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될 것같다. 이제 지금 이 시점에서 내 스스로에 욕심을 내는 것들을 ‘자르고… 없애고… 버리고…’를 해야겠다.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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