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당신도 새해엔 패셔니스타

2010-01-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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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패션 어드바이스

꽤 오랫동안 스타일 지면을 담당한 탓에 많은 이들이 어떻게 하면 옷을 잘 입을 수 있는지를 물어오곤 한다. 그 질문 속엔 갖가지 사연이 들어 있다. ‘분명 적잖은 돈을 패션에 투자하는데 전혀 옷 잘입는다는 소리를 못 듣는다’와 같은 가장 흔한 질문에서부터 혹은 ‘나이가 들면서 몸매가 예전 같지 않아 아무리 용을 써도 옷발이 살지 않아 아예 옷 잘 입기를 포기했다’는 신세한탄, ‘그래도 멋쟁이가 되려면 결국은 돈이 많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사연이 행간에 숨어 있다. 언젠가부터 얼굴 예쁜 여자, 혹은 잘 생긴 남자보다는 스타일 좋은 여자, 스타일 좋은 남자를 선호하는 시대가 됐다. 그러다 보니 패션은 그저 옷이나 액세서리를 일컫는 평범한 단어를 넘어 21세기엔 한 인간의 기호와 철학, 라이프 스타일, 심지어 정치적 성향까지 표현하는 또 다른 ID가 돼버린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타일’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돼 버린 듯한 느낌이다. 물론 이론으로 중무장했다 해서 패셔니스타로 거듭날 수 있다면 지구상에 옷 못 입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결국 패셔니스타가 되기 위해선 끝없이 연구하고, 입어보는 지난한 대장정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 새해 패셔니스타를 소망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패션 어드바이스를 귀띔한다.

반짝 유행 아이템 연연하지 말고
베이직 스타일에 투자하는게 현명
옷 구입땐 항상 코디를 염두에
액세서리 잘 고르면 뜻밖의 ‘효과’



■옷장 속을 정리하라

오늘 당장 당신의 옷장을 한번 열어 보길. 분명 십수년 전 적잖은 돈을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지금까지 이름만 대면 아는 명품 브랜드라는 이유로 유행이 지나도 한참 지났지만 정리해고 시키기엔 아까워 입지도 않지만 여전히 옷장 속에서 자리를 차지하는 애물단지들이 적잖을지도 모르겠다. 혹 유행은 돌고돈다는 교과서적인 믿음으로 쌓아두고 있는 것이라면 오늘 당장 정리해 어딘가에 기부하는 게 더 유용할 듯 싶다. 분명 스노 진의 유행도 다시 돌아오고, 미니 스커트의 유행도 돌아오지만 2010년 그 최신 유행이란 분명 80년대 신디로퍼나 마돈나가 입었던 그것과는 천지 차이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구입 전 갖고 있는 옷과 코디를 고려하라

컬러가 맘에 든다는 이유로, 유행 스타일이라는 이유로, 가격이 너무 싸다는 이유 등, 우리는 너무나 갖가지 이유로 일단 ‘지르고’보는 경향이 다분하다. 만약 그게 미니 드레스라면 어떤 쇼트 재킷 혹은 가디건과 함께 코디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게 좋다. 만약 같은 디자인의 레이서 백 드레스를 로열 블루와 그레이 컬러를 놓고 저울질한다면 옷장 속에 정말 괜찮은 겨자 컬러 가디건이 있다면 로열 블루를 선택하는 게 좋은 것처럼 말이다. 물론 아름다운 핑크 가디건이나 볼레로가 있다면 당연히 그레이를 선택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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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 배우 김민희는 트위기처럼 깡마른 몸매에 무얼 입어도 잘 어울리는 타고난 ‘옷발’과 패션 센스로 젊은 여성들의 패션 교과서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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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 20~30대 한국 여성들의 워너비 패셔니스타로 통하는 배우 최강희. 그녀는 적절한 베이직 아이템을 유행 아이템과 적절하면서도 시크하게 코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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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 20대 못지 않은 몸매와 패션 센스로 아줌마들의 우상이 된 김희애.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옷걸이가 패션보다 우선임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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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패셔니스타 장미희. 실루엣만으로는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몸매와 패션 연륜이 주는 아우라로 대한민국 최고의 패셔니스타라는 헌사가 아깝지 않다.

내 스타일에 ‘변화’를 주자


■베이직에 투자한다

이번 시즌 스트롱 숄더 재킷이 유행이라는 이유로 몇백달러를 이 유행 아이템에 투자하기보다는 그 예산으로 피팅 좋은 클래식한 블랙 재킷 한 벌에 투자하는 게 훨씬 더 현명하다.

물론 이미 시도해 본 이들은 알겠지만 영원 불멸의 클래식 아이템들은 결코 세일도 하지 않고, 세일폭도 크지 않아 매년 마음만 먹지 잘 구입하지 않게 되지만 1,000달러짜리 유행 아이템을 300달러에 건지는 것보다 이를 정가의 베이직 아이템에 투자하는 게 훨씬 더 현명하다.

이 베이직 아이템엔 질 샌더의 바늘 땀 촘촘하고 피팅 좋은 화이트 셔츠, 버버리의 트렌치 컬러 트렌치 코트, 돌체 앤 가버나의 트레이드 마크인 새틴 소재의 무릎길이 펜슬 스커트, 막스 마라의 카멜 컬러 캐시미어 코트, J크루 캐시미어 가디건, 샤넬의 블랙 앤 화이트 트위드 재킷, 얼굴 색과 잘 어울리는 파사미나, 마놀로 블라닉의 블랙 레더 펌프스, 피팅감 좋은 데님 재킷, 새틴 펠트가 덧대진 허리라인이 아름다운 턱시도 재킷 등등이 이 머스트 해브 리스트에 오를 수 있겠다.

물론 여기 나온 브랜드는 평범한 아줌마들이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 태반이지만 꼭 이 브랜드를 사야 된다는 게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해 브랜드 네임을 적은 것이므로 그에 준하는, 적절한 브랜드에서 샤핑하면 된다.


■액세서리에 과감히 투자하라

사람들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것은 옷보다는 액세서리다. 곰곰 잘 살펴보길. 일반인들과 패셔니스타들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 액세서리에 있다. 옷값과 맞먹는 실크 스카프, 부츠 값과 똑같은 오버사이즈 목걸이, 눈길 가는 귀고리, 코트보다 더 눈에 띄는 스웨터 목도리 등등이 그것이다. 특히 맘에 드는 겨울 액세서리를 발견한다면 눈 딱 감고 한번 투자해 보길. 아마 이번 시즌 당신은 분명 패셔니스타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변화를 즐겨라

‘난 블랙이 어울리지 않아’ ‘난 다리가 휘어서 미니 스커트는 안돼’ ‘가로 줄무늬는 뚱뚱하게 보일 거야’ 등등 당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이야말로 패셔니스타가 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앞으로 수십년간 똑같은 옷만 입겠다는 생각이 아닌 다음에야 평소 입어보지 않던 옷들을 시도해 보길. 아마 피팅룸에서 당신은 뉴튼이 사과가 떨어진 것을 보고 느꼈을 그 기쁨보다 더 큰 비밀을 터득하게 될지도 모른다.


■패셔니스타와 친구가 돼라

퍼스널 샤퍼 혹은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다. 돈 내고 이들을 고용할 수 없다면 주변에 스타일리시한 이들과 친하게 지내보길. 그 패셔니스타의 스타일이 자신과 다를지라도 패션 감각과 패션 정보가 빠른 이들은 당신에게도 훌륭한 패션 어드바이저가 돼 줄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그 패셔니스타의 스타일을 무조건 따라하진 말길. 이미 그 패셔니스타는 당신의 그 ‘짝퉁’스타일을 금방 눈치채고 경멸하거나 당신과 다시는 말도 안 섞을지도 모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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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의 베이직한 블랙 재킷은 수트는 물론 캐주얼과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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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 트렌치 코트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 중에서도 0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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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크루의 캐시미어 가디건과 스웨터는 베이직하면서도 색상도 다양해 한 벌쯤 갖고 있으면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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