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 그곳에 산이 있다

2009-11-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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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피아노를 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부쩍 피아노 치는 횟수가 늘었다. 곧 승욱이 학교에서 미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년에 한 번 하는 IEP미팅이 있고, 3년에 한 번씩 하는 미팅이 있는데 이번이 3년만에 하는 미팅이다.

3년 전 교육구 디렉터와 힘 겨루기를 한 생각이 나면서 마음에 부담이 더해지고 있다. 어렵사리 우리편을 들어주었던 디렉터들이 전부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아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학교에 교감선생님의 공석이 오래되고 있다. 모든 일을 잘 처리해 주시던 교감선생님이 정년 퇴직을 하고 아직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이다. 교장선생님이 미팅을 준비하는 것 같은데 깐깐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성격 또한 어찌나 급한지 미팅을 준비하면서 하루에 서너 번씩 전화를 거는 통에 정신이 덩달아 없다.

토요일에 하는 AVT(와우이식전문 스피치 교육)를 평일로 옮기라는 전화를 받았다. 토요일 수업은 교육구에서 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이유다. 지난 6월에 IEP 자료를 들여다보면서 생각을 한다. ‘난 왜 이리 끝도 없이 높은 산을 넘어야 하나.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는 이유는 뭘까. 이번엔 저 높은 산을 어떻게 넘지?’


오늘이다. 대충 마음의 생각을 정리하고 새벽에 승욱이 학교로 출발을 한다. 자동차 핸들을 꽉 잡고 “하나님, 저는 저 높은 산을 없애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높은 산을 낮춰달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높은 산을 비켜가게 해달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저 산을 능히 넘을 수 있는 힘을 주세요. 용기를 주세요. 그리고 지혜를 주세요.”

오늘도 난 새로운 기록을 남기려 미팅장소로 들어선다. 너무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오지 않았다. 쌀쌀한 아침공기가 날 더 긴장하게 한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다. 8시30분에 모두가 자리에 앉았다. 각자의 소개를 하고 미팅을 시작한다. 난 오늘 이 산을 넘을 것이다. 속마음은 떨고 있지만 얼굴은 누구보다 차분하다. 지난 8년간 수도 없이 해왔던 승욱이 교육에 관한 미팅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나보다.

“자! 등산 준비~ 출발~”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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