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런던의 소녀처럼 혹은 80년대 로커처럼

2009-11-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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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코트 샤핑

어차피 변화가 태생의 목적인 핸드백과 슈즈를 고르면서 ‘완벽’이라든가 ‘평생’이라든가 하는 단어를 추구하는 이도, 기대하는 이도 없다. 왜냐하면 그 분야에서는 변화무쌍이야말로 그들의 존재 이유이며 구매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트나 재킷에 이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입었을 때 ‘완벽 피팅’을 자랑하는 잘 재단된 재킷이나 코트를 만나 본 적이 있는 이들은 알 것이다. 적절하게 결점은 감춰주고 라인은 살려주는, 그러면서도 왠지 모를 아우라까지 느껴지는 그런 코트 한 벌은 제 아무리 길고 긴 대기자 명단을 가지고 있는 ‘잇백’과 바꾸자 해도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딜이라는 것을. 물론 이 ‘드림 코트’는 ‘투자’라는 말이 썩 어색하지 않을 만큼의 질 좋은 캐시미어나 실크 혹은 트위드(tweed) 같은 좋은 소재는 기본이어야 하겠다.

그러나 잘 생기고, 키 크고, 능력 있고, 적절한 유머 감각에 젠틀한 매너까지 갖춘 남자를 현실 세계에서 만나는 것만큼이나 이 ‘드림 코트’를 발견해 내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래도 해마다 여자들은 남자들은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이 별따기 대장정에 나서 왔고 실패와 실패를 거듭하며 코트 샤핑에 대한 노하우를 익혀왔다.


그리하여 드디어 그 ‘하늘의 별 따기’에 나설 시간이 돌아왔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나도 멋진 코트 한 벌 있었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부르지만 정작 샤핑에 나서면 썩 맘에 드는 것을 만나기가 쉽지가 않고, 또 어쩌다 맘에 드는 것을 만나 가격표를 볼라치면 화들짝 놀라 들었던 옷을 단박에 내려놓을 만큼 가격이 만만치 않다. 어렵고도 험난한 겨울 아우터 샤핑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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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가장 눈에 띄는 클래식 스타일을 선보인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Marc by Marc Jacobs)의 트위드 소재 롱코트. 고급스런 소재와 클래식한 디자인이라 오래두고 입어도 손색이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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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로커 스타일처럼 입고 싶다면 단연 레더 재킷이 빠질 수 없다. 그 중에서도 ‘디스퀘어드 2’(Dsquared2)의 이번 시즌 컬렉션에 나온 레더 재킷은 칵테일 드레스와 스키니 진 모두에 두루 잘 어울린다.

캐시미어·실크·트위드… 소재 고급화 디자인은 클래식
모피도 머스트해브 아이템
막스마라·마크 제이콥스 등 세련된 롱·하프코트 과시
버버리는 ‘젊은 감각’ 변신



■ 유행 경향과 브랜드

이처럼 코트 한 벌 샤핑에 진땀을 뺐던 이들에게는 더 서글픈 뉴스겠지만 이번 시즌 겨울 코트는 그 어느 때보다 샤핑이 쉽지 않을 듯 싶다. 불경기와 상관없이 패션 아이템들이 갈수록 고급화되고 있는 요즘, 코트는 바로 그 정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산 캐시미어 소재를 기본으로 실크와 트위드에 덤으로 퍼(fur)까지 지금까지 코트를 위해 등장했던 최고급 소재가 이번 시즌 코트의 유행 경향 한 가운데 서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 패션에 대명사인 ‘자라’(Zara)에서도 1,000달러가 넘는 퍼 코트를 내놓았을 정도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다시 이를 뒤집어 생각해 보면 ‘투자’의 개념으로 코트 샤핑을 작정한 이들에게는 어찌 보면 꽤 오랫동안 두고두고 입을 수 있는 코트를 만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질 좋은 소재에 이번 시즌 코트 디자인은 소재의 고급화에 걸맞게 요란하고 튀는 디자인보다는 클래식하면서도 얌전한 디자인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인지 아주 두꺼운 투박한 디자인과 소재보다는 날렵하면서도 가벼운 소재의 심플한 디자인이 대부분이어서 캘리포니아 날씨에 딱 맞는 코트에 대한 선택의 폭도 넓어 졌다.

한동안 겨울코트의 대명사였던 ‘막스마라’(Max Mara)는 이번 시즌에도 변함없이 캐시미어 소재의 카멜(camel)컬러 코트를 길이별 디자인별로 선보였으며 마크 제이콥스 역시 울과 실크 소재의 클래식하면서도 단정한 느낌의 롱코트와 하프코트를 선보여 트렌드 세터들에게 일찌감치 눈도장을 받았다. 만약 막스마라의 가격대가 부담스럽다면 막스마라의 세컨 브랜드인 ‘막스 앤 코’(Max & Co)에 들러보길. 막스마라 느낌보다 더 캐주얼하지만 그러면서도 클래식한 분위기를 잃지 않는 디자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런던 중산층 아줌마의 전유물’이라는 낡은 이미지를 벗고 트렌디하면서도 젊은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버버리’와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은 더할 나위 없이 클래식한 더블 버튼 롱코트와 울과 저지 혼방 트렌치 코트를 내놓아 이미 겨울 코트 머스트 해브 아이템 0순위에 등극한지 오래다.

만약 확실하게 이번 시즌 괜찮은 코트를 누리는 샤퍼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매장이다.

컨템포러리 브랜드에서는 보다 더 ‘밀리터리 룩’ 느낌이 가미된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데 그렇다고 심각하게 남성스러운 느낌이라기보다는 보다 더 단정한 트렌치 코트와 더블 버튼 등 오히려 보수적인 디자인이라 보면 될 듯 싶다.

만약 보다 더 유니크한 디자인을 고르는 ‘오프닝 세레모니’(Opening Ceremony) ‘나이스 컬렉티브’(Nice Collective), VPL 등 바니스 뉴욕 co-op에서 선보인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눈여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만약 여성스런 느낌의 코트를 원한다면 ‘앨리스 앤 올리비아’(Alice + Olivia)나 ‘나네트 레포르’(Nanette Lepore)가 내놓은 벨티드 코트(belted coat)처럼 몸매를 강조하는 울 소재 코트를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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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ette Lepore

<글 이주현 기자 ·사진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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