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걸작 영화의 해, 1939년”

2009-10-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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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오즈의 마법사·역마차…

70년 지나 되돌아 본 할리웃 최고작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오즈의 마법사’ 및 ‘역마차’와 같은 명화들이 나온 1939년은 지금까지도 할리웃 사상 최고의 걸작들이 가장 많이 만들어진 해로 평가 받고 있다. 요즘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제작하는 영화들의 수준과 질을 볼 때 지금으로부터 무려 70년 전에 이런 영화들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거의 기적처럼 느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스튜디오들은 영화를 마치 국화빵 찍어내다시피 했는데 1939년 한 해에 제작된 영화는 총 500여편. 1주일에 평균 8,500만명이 극장을 찾아가던 때였다. 당시 할리웃에는 각 방면에 걸쳐 뛰어난 재능을 지니 사람들이 모여 그들의 에너지로 코미디에서 신파극 그리고 대하극에서 스크루볼 로맨스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양산해 냈다. 당시는 음향 녹음기술이 향상되던 때로 이에 따라 좋은 대사가 필요해 스튜디오들은 희곡작가와 소설가들을 각본가로 고용하면서 양질의 각본이 나왔고 또 컬러 영화기술도 급진전하면서 ‘오즈의 마법사’와 같이 시각적으로도 눈부신 영화들이 나왔다. 1939년에 만들어진 영화들 중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것들을 적는다. 모두 DVD로 나와 있다.


다양한 장르 양산
음향 녹음술도 발달
양질의 각본 나오고
컬러화면도 급진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이 영화는 제작되기 2년 전부터 제작자인 데이빗 O. 셀즈닉의 교묘한 상술로 대중의 큰 화제가 됐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과연 누가 주인공인 스칼렛 오하라로 발탁될 것이냐 하는 것. 셀즈닉은 이미 스칼렛으로 비비안 리를 점찍어 놓고도 온갖 추측을 난무케 했었다. 리는 매일 아침 6시30분에 집을 나와 스튜디오에 도착, 화장을 하면서 아침을 먹은 뒤 첫 장면을 오전 8시45분에 찍었고 스튜디오를 밤 9시나 10시가 돼야 떠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역마차’(Stagecoach)-존 포드 감독은 생애 총 130여편의 영화를 만들었으나 특히 웨스턴의 장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영화는 포드의 첫 유성영화로 그가 좋아하는 애리조나와 유타주 경계에 있는 모뉴먼트 밸리에서 찍었다. 웨스턴이라는 장르를 다른 장르와 비견할 것으로 만들어준 영화로 당시만 해도 비교적 덜 알려진 존 웨인을 주연으로 쓰는 것을 제작사가 반대해 포드가 애를 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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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포드 감독이 ‘역마차’ 촬영지인 모뉴먼트 밸리에서 기병장교 역의 배우에게 연기지도를 하고 있다.


▲‘젊은 미스터 링컨’(Young Mr. Lincoln)-헨리 폰다가 변호사 시절의 젊은 링컨으로 나와 여러 어려운 문제들과 씨름한다. 존 포드가 감독한 이 영화는 여러 링컨 영화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폰다의 분장에만 3시간이 걸렸는데 분장 후 폰다 자신도 자기가 링컨과 너무나 닮아 놀랐다고 한다.

▲‘데스트리 다시 말 타다’(Destry Rides Again)-액션 가득한 웨스턴 풍자극으로 제임스 스튜어트가 보안관으로 나와 거친 마을을 폭력 없이 순화시킨다. 마를렌 디트릭이 술집 가수로 나와 고혹적인 허스키 음성으로 노래 부른다. 스튜어트는 이 영화의 히트는 디트릭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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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트리 다시 말 타다’ 촬영 중 물에 발을 담그고 신문을 읽고 있는 마를렌 디트릭.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어린 주디 갈랜드가 도로시로 나와 노래 ‘무지개 넘어’를 부르는 환상적인 동화. 캔사스의 시골 소녀가 애견 토토와 함께 무지개를 넘어 다채로운 인물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 온갖 모험을 경험한다. 컬러와 세트가 황홀하다.


▲‘겅가 딘’(Gunga Din)-19세기 인도 변경에 배치된 장난기 심한 3인의 친구이자 전우가 영국군을 박살내려는 컬트집단과 싸운다. 케리 그랜트, 더글러스 페어뱅스 주니어, 빅터 맥래글렌 이 나오는 액션과 모험이 가득한 오락영화의 백미.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Mr. Smith Goes to Washington)-젊은 이상주의자 상원의원(제임스 스튜어트)이 상원의 부패와 대결한다. 프랭크 캐프라 감독은 시골 청년과 이상주의자의 모습을 갖춘 스튜어트는 스미스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배우였다고 말했다.

▲‘어두운 승리’(Dark Victory)-사치와 허영에 물든 젊은 부잣집 사교계 여성(베티 데이비스)이 불치의 병에 걸리면서 영적으로 재생한다.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의 사장 잭 워너는 처음에 주인공이 암으로 죽는 영화를 누가 볼 것이냐며 제작에 반대를 했으나 데이비스의 고집에 제작을 허락했다. 데이비스는 이 역으로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었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빅토리아 여왕 이전의 시대 영국의 히드가 지천으로 깔린 황야에 있는 워더링 하이츠의 주인 집 딸(멀 오베른)과 이 집의 종(로렌스 올리비에) 간의 못 이룰 비극적 사랑을 그린 분위기 짙은 걸작.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이 원작으로 오스카 촬영상 수상.

▲‘니노치카’(Ninotchka)-파리 주재 공무원들의 근무태도를 감사하러 온 얼음장처럼 차가운 러시아의 여공산당 간부(그레타 가르보)가 낭만의 도시 파리와 여기서 만난 멋쟁이 신사(멜빈 더글러스)에 반해 마음이 녹는다. 가르보의 첫 경쾌한 코미디로 제작사는 ‘가르보 웃다’라는 선전 문구를 내걸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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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노치카’ 촬영을 위해 화장을 하고 있는 그레타 가르보를 내려다 보고 있는 촬영감독 윌리엄 대니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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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분장을 한 헨리 폰다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여자들’(Women)-상류사회 여성들의 우정과 이혼과 경쟁의식과 교활함 등을 그린 올 여성 수퍼스타들이 나오는 드라마로 여자들이 재잘댄다. 조운 크로포드, 노마 시어러, 로잘린 러셀, 조운 폰테인, 폴렛 고다르.

▲‘굿바이, 칩스씨’(Goodby, Mr. Chips)-평생을 제자 양성에 헌신한 내성적인 남자학교 교장 선생님(로버트 도냇)의 삶과 그를 사랑하는 여인(그리어 가슨)의 이야기. 도냇이 오스카상을 받았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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