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급전마련’ 몰린다

2009-10-03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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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반지부터 골프채까지

맨하탄에서 델리가게를 운영하는 박 모씨 부부는 집에 보관해오던 보석류를 몽땅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렸다. 부채를 갚기 위해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지만 담보 없이는 한푼도 빌려줄 수 없다는 은행의 높은 문턱에 그동안 간직해왔던 자녀들 돌반지와 예물을 담보로 당장 필요한 돈을 융통한 것이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담보 대부업체와 보석 전문점을 찾아 생계비와 급전을 마련하려는 한인들의 발걸음이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퀸즈 플러싱에 위치한 U 전당포 관계자는 “대개 목돈이 필요한 분들이 친인척이나 주위사람들로부터 돈을 빌리지 못할 경우 찾는 사례가 많다”면서 “경기가 어렵다 보니 담보기간 4개월내에 갚지 못해 물건을 찾아가지 못하거나 이자만 내고 기간을 연장하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플러싱의 또 다른 전당포 관계자는 “대부분 고객들은 보석류를 맡기고 있지만 손님 중에는 자동차나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달라고 부탁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며 “그러나 갈수록 물건을 찾아가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 얼마 전부터는 값비싼 보석류나 고급시계 등 일부 품목만 받고 있다”고 전했다.

급전 마련을 위해 보석 전문점을 찾아 장롱 속에 보관해오던 금붙이를 내다파는 한인들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최근 금값이 온스당 1,000달러선을 오르내리자 고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플러싱 소재 공보석 관계자는 “생계비 마련을 위해 반지나 목걸이, 팔찌 등 귀금속을 판매하는 고객이 올 중반부터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여기에 최근 금값이 급등하자 이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중고 명품 위탁판매점들에는 최근 고객들이 팔아달라고 맡긴 명품 가방과 반지, 고급 시계, 골프채, 가구 등 중고 명품들이 즐비하다.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제품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이 다른 하나를 처분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에는 당장 급전이 필요해 맡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면서 불경기의 심각성을 실감한다고 전했다.<김노열 기자>
HSPACE=5

플러싱의 한 전당포에 들른 여성 고객이 담보로 맡길 보석류를 감정 받기 위해 꺼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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