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떨어진 집값 더 떨어진 크레딧

2009-10-01 (목)
크게 작게

▶ 크레딧 한도 절반 넘게 쓰면 악영향

미국은 신용사회다. 신용도를 대변하는 크레딧 점수로 소비자의 신용관리 능력과 성향이 판가름 된다. 주택 구입, 자동차 할부 구입, 신용카드 발급 때 크레딧 점수가 낮으면 대출에 어려움을 겪거나 높은 이자율을 적용 받는다. 이 때문에 미국 생활에서 크레딧 점수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해 크레딧 점수 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주택 소유주들이 늘고 있다. 모기지 페이먼트가 한두 번 늦어지면서 점수가 깎이는 것은 물론 융자 재조정, 숏세일, 차압 과정 등을 거치게 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점수를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숏세일-130점 차압-150점 파산-360점 등
주택시장 침체로 망가지는 소유주 잇따라


HSPACE=5
크레딧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발급받아 검토하고 오류가 있으면 즉시 수정해야 크레딧 점수 하락을 막을 수 있다.



◇크레딧 점수 실태

크레딧 점수 산정기관 중 한 곳인 ‘밴티지스코어 솔루션사’에 따르면 이른바 ‘수퍼 프라임’으로 불리는 900점 이상 크레딧 점수의 소비자 수가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1분기 수퍼 프라임으로 분류되는 소비자들의 수는 약 3,660만명으로 전체 조사자 2억1,300만명 중 17.2%를 차지했다. 올 2분기 조사에서는 수퍼 프라임의 수가 약 3,300만명으로 대폭 줄어 전체 조사자 2억1,690만명 중 15.4%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비슷한 기간에 크레딧 점수가 낮아 ‘서브 프라임’으로 분류되는 소비자의 수는 급증했다. 밴티지사의 2006년 3분기 조사에서 서브 프라임 소비자는 약 3,440만명으로 전체 약 16.6%를 차지한 반면 올해 2분기에는 약 3,980만명으로 크게 증가해 전체 조사자 약 2억1,690만명 중 18.3%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난에 주택가격 하락까지 겹치면서 융자 재조정, 숏세일, 은행차압이 불가피해진 주택 소유주들이 크게 늘어 크레딧 점수 관리에 허점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밴티지사에 따르면 숏세일 전 크레딧 점수 862점을 자랑하던 한 고객은 숏세일 후에 점수가 약 120~130점 떨어진 사례가 있었다. 만약 주택차압을 당하게 되면 하락폭은 약 150점으로 커지는데다 최고 7년 동안 차압기록이 남게 된다. 숏세일, 차압보다 크레딧 점수에 더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파산보호로 이 경우 약 355~365점의 하락을 감수해야 하고 약 10년간 기록이 유지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크레딧 점수 산출 방식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크레딧 점수는 ‘페어 아이잭 코프사’가 산정하는 파이코(FICO) 스코어와 밴티지 솔루션사가 산정하는 밴티지 스코어 등이다.
두 기관 모두 3대 신용평가 기관인 트랜스유니온, 익스피리언, 에퀴팩스 등이 수집한 신용평가 자료를 토대로 크레딧 점수를 자체 산정하는데 파이코의 경우 점수대가 300~850점인 반면 밴티지는 501~990점으로 점수대를 분류한다.


온라인 크레딧 점수 제공업체 ‘마이파이코닷컴’(MyFico.com)에 따르면 크레딧 점수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페이먼트 히스토리로 평가항목 중 약 35%를 차지한다. 이 항목에서는 각종 페이먼트를 정해진 기한 내 납부했는지 여부와 만약 연체했다면 연체 기간, 얼마나 자주 연체했는지 등이 주요 검토사항이 된다.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미납 부채 규모로 약 30% 정도를 차지한다. 크레딧 점수 조사 때 각 계좌별 대출금 잔액 규모와 사용된 대출금 사용한도 등이 이 항목의 검토대상이다. 이밖에도 신용거래 유지기간(15%), 최근 개설된 신용 계좌수와 조회 횟수(10%), 신용계좌 종류(10%) 등이 크레딧 점수를 좌우하는 주요소들이다.


◇크레딧 점수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

- 크레딧 점수가 재정 능력을 대변한다.

그렇지 않다. 크레딧 점수 산정 기준에는 개인의 소득, 직장 경력, 자산 등은 전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크레딧 점수로 개인의 재정능력을 파악할 수 없다. 크레딧 점수는 성적표보다는 SAT 점수에 가깝다. 성적표는 학생의 과거의 단순기록을 보여주는 반면 대학들은 SAT 점수를 통해 대학에서 학생 미래 적응 여부를 판단하려고 한다. 마찬가지로 렌더들은 크레딧 점수를 통해 융자 신청자의 재정 능력을 파악하기보다는 신청자가 페이먼트를 제때에 납부하려는 의지를 갖추었는지를 확인하려고 한다.

- 크레딧 카드 부채를 매달 완납하기 때문에 점수가 향상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 개인 신용평가 자료를 제공하는 신용평가 기관들은 고객들의 크레딧 카드 빚 완납 여부를 알 수 없다. 단지 대출금의 잔액 내용과 기한 내 납부 여부를 조사해 크레딧 점수 산정기관에 보고할 뿐이다. 따라서 크레딧 사용 한도 내에서 얼마만큼을 사용하는 지가 우수한 크레딧 점수를 좌우하는 중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에퀴팩스의 스티프 엘리 개인정보 담당부문 사장은 “크레딧 사용 한도액의 절반을 넘지 않게 사용해야 좋은 크레딧 점수를 유지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 연체한 적이 있지만 완납했기 때문에 크레딧 점수가 바로 회복될 것이다.

반드시 그렇지 않다. 크레딧 점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연체 기록이다. 연체가 발생하면 연체 기간에 따라 기록이 1~3년까지 유지될 수 있다. 연체 이후 완납 여부와는 별개다. 회사마다 규정이 다르지만 이론적으로 페이먼트가 하루만 늦어도 연체로 간주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회사가 납부기한을 30일 넘기거나 혹은 납부 기한을 2번 넘기면 곧바로 연체로 보고하는 경우가 많다.

- 크레딧 보고서의 상환기록은 최고 7년간 유지된다.

반드시 그렇지 않다. 연체나 미납 등의 내용은 대개 최고 3년간 유지되고 컬렉션이나 파산 등의 내용은 대개 7년간 기록된다. 반면 좋은 기록은 최장 10년간 유지된다. FICO사의 소비자 영업담당 배리 파레프노 매니저에 따르면 이미 해지된 계좌라 하더라도 상환기록이 좋으면 10년간 크레딧 보고서에 유지될 수 있다. 또 해지된 계좌나 휴면계좌도 크레딧 유지기간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 800점 이상이면 좋은 크레딧 점수다.

반드시 그렇지 않다. 700점 중반대까지의 크레딧 스코어의 경우 점수가 매 20점 정도 차이 날 때마다 이자율 등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점수가 750점을 웃돌면 그 차이가 미미해지는 경우가 많다.


◇크레딧 점수 관련 알아두면 좋은 웹사이트

- 연방정부 승인 크레딧 리포트 무료 발급 웹사이트
www.annualcreditreport.com
- 크레딧 리포트 발급 신청서 양식
www.ftc.gov/bcp/edu/resources/forms/requestformfinal.pdf
- 크레딧 리포트 오류 개선 신청 서면 양식
www.ftc.gov/bcp/edu/pubs/consumer/credit/cre03.shtm#improve
- 크레딧 수정 사기회사 구별법
www.ftc.gov/bcp/edu/pubs/consumer/credit/cre13.shtm

HSPACE=5
전문가들은 좋은 크레딧 점수 유지를 위해 크레딧 사용 한도액의 절반을 초과해 사용치 않도록 주의할 것을 충고한다.

<준 최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