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의 에릭 로머’ 홍상수

2009-09-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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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CMA 빙극장 19일까지 8편 상영

LA 카운티 뮤지엄(5905 윌셔)은 오는 11일부터 19일까지 뮤지엄 내 빙극장(323-857-6000)에서 매 주말 한국 감독 홍상수의 영화 8편을 상영한다. 그의 데뷔작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부터 최신작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등이 상영되는 시리즈 제목은 ‘담배와 알콜’(Cigarettes & Alcohol). 홍상수 영화의 주인공들은 어김없이 식당이나 술집에 앉아 술 마시고 담배를 태우면서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기 때문에 붙인 제목이다. 술과 담배와 외에도 여자와 여행을 좋아하는 그의 영화는 뚜렷한 플롯이 있다기보다 대인 관계를 통한 인간 심리묘사를 좋은 대사로 처리하는데 각본도 본인이 쓴다. 외국 특히 프랑스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홍상수는 역시 말 많고 인간(특히 여자) 심리묘사에 뛰어난 프랑스의 에릭 로머 감독을 연상케 하는데 그래서 외국 비평가들은 그를 ‘한국의 에릭 로머’라 부른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등
심리묘사 뛰어난 작품들

■11일(하오 7시30분)

▲‘잘 알지도 못하면서’(Like You Know It All·2009)-예술적 영화를 만드는 남자가 제천에서 열리는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초청돼 그 곳에 갔다가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와 이어 제주도에 특강을 갔다가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그린 라이벌 의식과 성적 무분별 그리고 음주 문화 등을 코믹하게 그렸다. 올 칸영화제 출품작. 김태우, 고현정, 엄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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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도 작품으로 올 칸 영화제에 출품됐던 ‘잘 알지도 못하면서’.


■12일(하오 5시)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The Day a Pig Fell into the Well·1996)-홍 감독의 데뷔작. 별 볼일 없는 작가가 어느 날 후배의 출판사를 찾아갔다가 평론가와 한바탕 싸움을 벌인다. 삼류소설가라는 피해의식에 시달리는 그는 유부녀와 사랑하는 사이. 황량한 서울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서로 관계없는 듯한 네 개의 얘기가 연결된다. 김의성, 이응경, 조은숙. 박진성. ★무료.


■12일(하오 7시30분)

▲‘해변의 여인’(Woman on the Beach·2006)-영화감독이 작품구상을 위해 내켜하지 않는 후배를 졸라 함께 겨울 서해안으로 여행을 간다. 후배는 자기 여자 친구인 싱어송 라이터를 데라고 오는데 이 여자와 감독이 눈이 맞아 밀회를 즐긴다. 김승우, 고현정, 김태우.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Woman Is the Future of Man·2004)-대학 강사로 교수가 꿈인 문호와 그의 후배로 미국 유학생인 감독 지망생 헌준이 오랜만에 만나 대낮에 중국음식점에서 낮술을 즐긴다. 둘은 얘기를 나누다가 즉흥적으로 둘이 모두 사랑했던 선화를 만나기 위해 여자가 살고 있는 부천으로 간다. 그러나 선화는 둘을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다. 유지태, 김태우, 성현아.(동시상영)


■18일(하오 7시30분)

▲‘생활의 발견’(Turning Gate·2002)-유명 연극배우로 영화에 나왔다가 참패를 한 경수는 작가인 선배가 있는 춘천으로 내려간다. 그는 여기서 선배가 좋아하던 자신의 팬이라는 무용가를 만나 짧은 관계를 맺는다. 경수는 춘천을 떠나 기차를 탔다가 옆에 앉은 유부녀 선영에게 마음이 끌려 여인이 내리는 곳에서 자기도 내려 무작정 여자를 따라간다. 참 좋다. 김상경, 추상미, 예지원.

▲‘극장전’(Tale of Cinema·2005)-영화 속의 영화와 현실로 전후반부로 나뉘어졌다. 전반부는 수능시험을 마치고 거리로 나갔다가 첫사랑 영실을 우연히 만난 상원의 이야기. 후반부는 상원의 얘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를 보고 나온 남자가 영화 속 주인공인 여배우를 우연히 만나는 얘기. 김상경, 엄지원, 이기우.(동시상영)


■19일(하오 5시)

▲‘강원도의 힘’(The Power of Kangwon Province·1998)-같은 주말 따로 강원도로 여행을 간 문학교수와 그의 전 제자 간 삶이 서서히 연결된다. 백종학, 오윤홍. ★무료.


■19일(하오 7시30분)

▲‘밤과 낮’(Night and Day·2008)-40대 유부남인 국선화가가 함께 대마초를 피운 선배가 구속되자 파리로 도망간다. 그가 파리에서 옛 애인 등 여러 여자를 만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온다. 김영호, 박은혜, 황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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