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호젓한 산길 굽이굽이 가을이 성큼

2009-09-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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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가주 1박2일 드라이빙 코스

▶ 빽빽한 송림 스치면 마음의 때 말끔이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영화 속에만 나오는 장면은 아니다. 적어도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멋이자 즐거움이다. 비록 장거리가 아닌, 그리고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도 해도 드라이브 그 자체만으로도 한 주의 피로를 풀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수십 년에 걸쳐 만들어진 프리웨이와 하이웨이들이 도시를 거미줄 같이 잇고 있으며 산간지역이나 해변지역 구석구석까지 잘 만들어진 도로가 여행객들이 자동차를 이용해 움직일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최근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여행을 나서기가 쉽지 않은데 이럴 때일수록 자주 바깥외출을 하는 것이 기분 전환에도 좋고 일생을 설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LA에서 부담 없이 당일이나 1박2일 코스로 가볍게 떠날 수 있는 드라이빙 코스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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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어와 무어팍을 잇는 23번 하이웨이. 도로가 그림스 캐년 지역의 산간 지역을 내려오고 있다.

# 샌타클라라 밸리(Santa Clara Valley)

샌타클라라 밸리는 LA에서 한 시간 반 정도의 드라이브로 만날 수 있는 전형적인 남가주의 전원 농장지대다. 수십만 그루의 나무들이 남가주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먹음직스러운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캘리포니아 최대의 오렌지 재배단지인데 바로 이곳에서 캘리포니아 최초의 유전이 발견되기도 했다.

126번 하이웨이 상으로 필모어(Fillmore), 샌타폴라(Santa Paula), 파이루(Piru) 등 3개의 작은 도시들이 모여 있는데, 80년이 넘은 건물들이 20세기 초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매 주말이면 오렌지 밭 사이로 관광열차도 운영되고 있어 주말 여행지로 더없이 좋은 곳이다.

여행은 가는 곳의 풍물을 만나는 일이다. 그런 풍물 가운데서 먹을거리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을 안겨주는데 특히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은 여행의 피로를 덜어주는 효자노릇을 한다.

샌타클라라 밸리에는 싱싱한 로컬 과일을 맛볼 수 있는 과일 스탠드(fruit stand)와 계절의 향기를 듬뿍 선사하는 수목원들이 곳곳에 있다.

가는 길LA에서 5번 하이웨이 노스를 타고 가다가 매직마운틴이 있는 발렌시아에서 나오는 126번 하이웨이 이스트로 갈아탄다. 이 길을 따라 나오는 작은 마을들을 즐기면서 관광을 하면 된다. 올 때는 필모어에서 시작되는 23번 하이웨이를 사우스 타고 오다가 무어팍에 도착, 118번 이스트→5번 사우스를 타고 내려오면 다른 경치를 감상하면서 돌아오게 된다.


고산준령 이스턴시에라
9월 중순이면 울긋불긋
미 20대 해수욕장 선정된
카핀테리아 가을바다 멋


■ 아이들와일드(Idyllwild)

LA에서 팜스프링스로 가는 프리웨이에서 멀지 않은 산간지역에 아이들와일드라고 하는 아주 작은 마을이 있다. 인구 3,000명이 정도의 이 마을은 해발고도 8,516피트의 고산 샌하신토 바로 서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고 빽빽이 우거진 노송들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별장과 같은 집들이며 꼬불꼬불 이어져간 포장도로가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마을 같다. 겨울에 눈이나 소복이 내리는 날이면 LA 지역에 이렇게 아름다운 산간마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아이들와일드는 팜스프링스의 케이블카로 오르는 산의 뒤쪽이다. LA에서 10번 프리웨이 웨스트로 90마일 정도 가면 배닝(Banning)이 나오고 이곳에서 8th St.으로 빠지면 먼지 하나 없이 훌륭히 포장된 243번이 시작된다. 문경새재 같은 꼬불꼬불한 산길 1차선을 만나서 35마일 정도 창을 열어 울창한 삼림 속의 맑은 공기로 삼림욕을 하면서 오른다.

6,000피트 정도 오르면 유럽 스위스풍의 산장 같은 설악동이 등장하는데 상공회의소와 자그마한 동네 신문사도 있고 선물점, 카페, 산장, 호텔 등이 즐비하다. 아름드리 울창한 숲 속에 자리 잡은 이곳은 공해라고는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맑은 공기를 느낄 수 있고 동부처럼 빨강색의 단풍은 아니지만 노란색으로 변한 단풍과 인도 바닥에 떨어져 깔려 있는 낙엽에서 가을을 발견한다.

올 때는 온 길로 다시 오지 말고 243번 사우스를 타다가 74번으로 연결되는 코스를 택하는 것이 좋다. 한참 내려오다가 이곳의 백미 비스타 포인트(Vista Point)를 절대 놓치면 말아야 한다. 저 멀리 팜데저트가 마치 지도를 내려다보듯 눈 아래 펼쳐지면서 가슴을 아주 시원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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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1일 자동차 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아이들와일드. 산속에 있는 마을이 매우 아름답다.


■오웬스 벨리와 이스턴 시에라 (Owens Valley & Eastern Sierra)

LA에서 오웬스 벨리로 가는 길은 먼저 5번 하이웨이 노스를 타고 북쪽으로 향해 가다가 곧이어 뉴홀(Newhall)지역에서 연결되는 14번 프리웨이 노스로 갈아타고 계속해서 북쪽으로 달리면 14번 프리웨이는 모하비(Mojave)지역을 지나 395번으로 자연스럽게 바뀐다.

이스턴 시에라의 관광명소는 14번이 395번으로 바뀐 후 100마일 정도 더 북쪽으로 운전을 하면 마주할 수 있는 빅 파인(Big Pine)지역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때부터 왼쪽으로 미 서부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흰 눈이 쌓여 있는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고봉들의 자태를 바라보며 북상하게 된다.

송어 낚시로 유명한 비숍에 도착하면 사우스 앤 노스 레익(South Lake & North Lake)로 들어서는 168번 도로를 만난다. 도로는 산중턱에서 사우스 레익(South Lake)로 들어가는 도로와, 그 유명한 사브리나 레익(Sabrina Lake)과 노스 레익(North Lake)로 향하는 도로로 나뉜다.

사우스 레익으로 들어가는 도로는 9월 중순부터 한 달 정도 단풍이 현란한 곳으로 유명하다. 호수의 주차장은 인근의 해발 2,000피트에서 1만 피트가 넘는 비숍 패스(Bishop Pass)를 향하는 5마일 등산코스의 출발점 역할을 하고 있다. 킹스 캐년(Kings Canyon) 국립공원의 후문이기도 한 이곳 비숍 패스는 피크닉장도 잘 갖춰져 있으며 사우스 레익에서는 배를 빌려 뱃놀이와 낚시를 즐기면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사브리나 호수의 위쪽으로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비포장도로를 타고 만나는 노스 레익은 산 속에 숨어 있는 알파인(Alpine) 호수이다. 플라이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이 낚싯줄을 던지는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의 연출하며 멀리 구름에 쌓인 시에라네바다의 첨봉들이 단풍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의 극치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이스턴 시에라는 비숍 지역 외에도 맘모스 레익(Mammoth Lakes), 콘빅트 레익(Convict Lake), 준 레익(June Lake) 등 유명 관광지가 모여 있는 곳이다. 특히 준 레익의 경우 호수를 일주하는 1시간 드라이브 코스(June Lake Loop: 158 Hwy)는 캘리포니아 관광국으로부터 ‘캘리포니아의 10대 시닉(Scenic) 하이웨이’의 하나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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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턴시에라 비숍 지역에 있는 사브리나 레익의 지난해 가을(10월 초) 모습. 비숍 지역은 LA에서 떠나는 가을 드라이빙 여행지로 알맞은 곳이다.


■팔로스버디스 드라이빙

시원한 바다를 끼고 도는 LA 제일의 조망 드라이브 코스. 돌출된 경관과 자갈밭 해변 그리고 언덕 위에서 고래의 남행도 볼 수 있는 곳인데 평일이면 바닷가에 차를 세우고 해변 전체를 차지하고 깊은 명상에 잠기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해변마다 가볍게 도전할 수 있는 하이킹 트레일이 있어 가족들과 조용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태평양의 절경을 감상하게 된다. 멀리 카타리나 섬을 배경으로 한 경치가 뛰어나다. 썰물에는 바다 생태계를 공부하는 학습장으로 변한다.

가는 길LA에서 110번 프리웨이 남쪽 방향으로 가다가 토랜스시에서 나오는 1번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에서 내려 우회전, 서쪽으로 3마일 정도 가면 호손(Hawthorne) 블러버드가 나온다. 이곳에서 좌회전해서 팔로스버디스 반도로 진입해 팔로스버디스 드라이브를 만난다. 팔로스버디스 드라이브는 반도를 따라 이어지는 15마일의 드라이빙 코스인데 곳곳에 차를 세우고 바다를 감상하는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이곳의 좋은 전망대 공원인 아발로니 코브에서 남단을 돌아 샌피드로시로 들어가면 ‘우정의 종각’을 만나게 되고 동쪽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LA 하버가 눈에 들어온다.


■카핀테리아 해변 드라이브

여행 전문가들에게 옛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남가주의 해변을 꼽으라면 벤추라와 샌타바바라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카핀테리아를 든다. 상쾌한 바닷바람이 오랜 세월 이 곳 해변을 장승처럼 지키고 서있는 해송 사이로 오가며, 고운 모래펄이 잔잔한 파도와 잘 어울리는 결코 크지 않는 해수욕장이 한가로우면서도 운치가 넘친다.

전국 해수욕장을 직접 찾아가 기후와 수온, 해변의 형태, 모래의 질 등을 조사해 발표하면서 ‘해변 박사’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스테판 레터맨 박사가 선정한 미국 내 20대 해수욕장 가운데 하나인 카핀테리아는 샌타모니카, 베니스 등 남가주의 유명한 해수욕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방문객들에게 선사한다.

바다가 깊지 않아 어린이들도 쉽게 수영을 할 수 있으며 남가주의 다른 해변과는 달리 수온도 높은 편이다. 수영을 하지 않아도 그냥 바닷가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거나 수면을 가르는 갈매기의 날개 짓을 보면서 사색에 빠질 수도 있다. 희귀 조류와 야생동물, 그리고 고래, 돌고래, 바다사자, 바다표범, 물개 등 다양한 해양 생물도 쉽게 눈에 띈다.

교회에서 단체로 피크닉을 가도 좋을 만큼 넓은 피크닉장이 있는데 바비큐 시설이 완벽해 가족, 친지들과 음식을 나누면서 유익한 한나절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해변을 둘러싸고 형성된 캠프장은 여름철 주말이면 100여개의 텐트가 들어설 만큼 인기가 높다.

가는 길LA에서 101번 프리웨이 노스를 타고 80마일 정도 가면 벤추라시를 지나서 카핀테리아에 도달하게 된다. 캐시타스 패스(Casitas Pass)에서 내려서 좌회전 타운에 들어서면 카핀테리아 애비뉴가 곧 나오고 이곳에서 우회전, 팜스(Palms) 애비뉴가 나오면 다시 좌회전해서 5블럭 정도 들어가면 카핀테리아 스테이트 비치 입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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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추라와 샌타바바라 해변의 독특한 스타일의 정취를 느낄수 있는 카핀테리아 비치.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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