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막의 ‘문화 오아시스’

2009-09-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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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멕시코 알바커키 - 보헤미언 클럽 ‘오페라 여행’

▶ 어둠이 빚어낸 신비의 동굴

LA서 830마일 특별한 지형과
원주민 문화가 어우러지는 곳

여행에 연주회나 페스트벌 등 이벤트를 가미하면 즐거움은 더욱 커진다. 마치 맛있는 음식에 좋은 와인을 곁들이는 것처럼 여행 중 함께하는 이벤트는 더욱 이채롭고 깊은 추억을 선사한다. 클래식 감상 동우회 보헤미언 클럽(회장 이주헌)은 여행에 오페라를 접목시켜 행복한 레저 활동을 펴고 있는 단체다. 매달 샌디에고, 샌프란시스코, 오하이오, 뮤직센터의 LA OPERA, 디즈니 홀, 할리웃 보울 등의 지역을 방문해 오페라 공연을 감상하고 인근 관광지를 방문하고 있다. 여행 때마다 전문가가 동행해 오페라에 대해 배우는 등 여행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이기도 하다. 보헤미언 클럽이 지난달 24일 요즘 떠오르는 관광지로 그 명성이 높은 뉴멕시코 알바커키로 오페라 여행을 떠났다. 그 이야기를 클럽 멤버 박광순씨의 여행기를 통해 들어본다.


샌타페 오페라의 벽이 열린 극장은
노을진 야산·목장의 바람 함께‘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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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멕시코 야외의 특별한 경치를 만끽하면서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는 샌타페 오페라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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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관광의 도시로 부상하고 알바커키. 도시 중앙에 멋진 다리가 있다.


▲뉴멕시코의 수도 알바커키

뉴멕시코로 향하는 여행은 밤 8시에 시작됐다. 저녁식사를 마친 회원들 13명이 늦은 저녁 LA에 모여 50인승 버스에 타고 830마일 떨어져 있는 뉴멕시코의 알바커키로 향했다. 처음에는 모두가 15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걱정했으나 버스에서 잠을 자고 새벽에 눈을 뜬 우리는 피곤의 기색은커녕 즐거움으로 들뜬 목소리로 서로에게 아침 인사를 전했다.

알바커키는 미국 남 중서부에 위치한 뉴멕시코의 수도이다. 뉴멕시코 인구 170만 중 70만이 거주하는 제일 큰 도시로 아주 건조한 사막지역이며 강우량이 거의 없어 매일 건조하면서 쾌청하고 상쾌한 날씨가 계속된다. 한인은 600여명에 한국 식당 4곳이 있다. 특별한 지형과 원주민의 문화가 정착된 곳이기 때문에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거리는 깨끗하고 넓어서 마음이 후련하고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도시이다. 우리가 정한 숙소는 리오 랜초 인(Rio Rancho Inn). 주인이 한국 분인데 이곳에서 마침 노스탤지어 앳 리오 랜초(Nostalgia at Rio Rancho)라는 이름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었다. 서양화가 김영희의 작품과 조경인의 사진 작품을 이곳에서 대하곤 무척 반가웠다. 오후엔 항공편으로 도착한 13명과 합류, 총 인원 26명이 와인파티를 시작으로 황홀한 시간의 서막이 올랐다.

아침 일찍 우린 알바커키 올드타운에 갔었다. 상점들이 문을 열기도 전이였지만 우린 예쁜 가게들을 보석 찾듯이 안을 들여다보며 즐거워했다. 타운 중앙에 있는 이곳의 유명 관광지인 1793년에 세워진 샌펠리페 데 네리(San Felipe de Neri) 성당을 둘러보고 오후엔 샌디아(Sandia) 마운틴에 갔다. 해발 1만678피트(백두산보다 높음), 트램웨이(tramway)를 타고 정상으로 향했다. 세계에서 제일 긴 케이블카 중 하나 인데 정상 반대쪽에는 스키장이 있어 관광객과 야생동물들이 많은 곳 이다. 우리는 정상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하면서 눈 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광경에 탄성을 지르곤 했다.


칼스배드 동굴 국립공원
석회동굴 300여개나 산재
진실일까 모를 UFO박물관과
탄광마을·갤러리 특유풍취

■샌타페 오페라 하우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샌타페 오페라 하우스(Santa Fe Opera House)는 여행 이튿날 만났다. 샌디아 마운틴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오페라 하우스까지 오는 거리 풍경은 전 도시를 자연색에 맞도록 흑갈색의 집들이 즐비하여 우리들에겐 아주 인상적인 곳이었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10분 떨어진 야외 카우걸(Cowgirl) 레스토랑에서의 공연 전 저녁식사는 축제같은 분위기였다.

샌타페 오페라 페스티벌(Santa Fe Opera Festival)은 뉴멕시코 샌타페시의 북쪽 7마일에 있는 200에이커의 대 목장에서 열린다. 이곳에 공연시설이 완비되어 있는 크로스비 극장에서 오페라가 공연된다. 1956년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던 존 크로스비가 설립한 극장이며 목적은 미국의 성악가들이 리허설과 학습을 통하여 충분한 오페라의 무대 경험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존 크로스비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SFO)의 총감독으로 또한 페스티벌의 책임자로 40여년 일을 해왔고 미국 오페라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오페라 감독을 맡았던 사람이다. 2000년 은퇴 후에 세상을 떠났다.

SFO는 매년 6월 말부터 8월 셋째 주까지 5편의 opera를 번갈아 공연하는데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작품 두 편을 공연하며 모차르트가 가장 많이 공연되고 또 한편은 SFO가 의뢰한 오페라의 초연이며 그렇지 못할 경우엔 최소한 미국 초연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또 한편은 거의 예외 없이 크로스비가 한평생 애호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이다. SFO의 특성은 세계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발굴하여 공연하는 것이며 특별히 도제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해마다 10명 이내의 훈련생을 선발하여 집중 훈련시켜 현장의 일꾼으로 내 보내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크로스비 극장의 건축물이었다. 양쪽 벽 사이드가 완전히 뻥 뚫려 노을진 먼 야산들이 실루엣처럼 느껴지며 불어오는 목장의 바람이 오페라 하우스 실내를 상큼하게 만들었다. 10달러 좌석은 난간에 서서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도 하고 있었고 250달러 특석도 모두 만원이다. 이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세계 오페라 매니아들이 얼마나 기다리며 달려온 곳인가! 우리의 숙소인 알바쿠키까지 1시간 거리, 오페라가 끝나고 새벽 1시반에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넘치는 감동으로 인해 전혀 힘들지 않은 느낌으로 침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여행 나흘째 만난 두번째 공연은 베르디의 La Traviata. 특별한 연출과 무대장치에 Violetta 역의 Natalie Dessy의 노래는 우리들의 숨소리조차 머물게 했고 출연진들의 연기, 합창, 분위기 이모든 것 들이 과연 오페라는 최고의 종합 예술이라는 걸 실감케 했다


■칼스배드 동굴

여행 셋째 날 새벽 5시에 일어나 모두가 칼스배드(Carlsbad) 동굴 관광길에 나섰다. 킹스 팔래스(King’s Palace) 동굴까지 6시간을 달려왔다. 중간에 현실이 아니지만 현실 같기도 하고 거짓 같기도 한 전시물로 가득 찬 UFO 박물관을 방문했다.

칼스배드 동굴은 1901년에 한 카우보이가 거대한 무리의 박쥐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이상하게 생각하고 쫓아오면서 발견하게 되었단다. 지하 200m 위치한 거대한 ‘빅 룸’(Big Room) 등 석회동굴이 300여개나 된다.

석회암 지대였던 이곳은 300만~500만년전부터 빗물과 지하수로 만들어진 신비롭고 환상적인 동굴이 형성됐다. 자연이 빗어낸 그 신비롭고 다채로운 모양에 동굴들이 태양의 신전, 마녀의 손가락, 인형극장, 원시인 토템, 꽃 쌍둥이 돔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레추길라 동굴의 빅 룸은 전세계 동굴 탐험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굴이라고 한다. 눈물도 하늘에 오르면 별이 된다는데 어둠도 세월이 흐르면 보석이 되다는, 어둠이 빚어낸 신비의 동굴이라는 찬사의 글귀가 떠오른다.

농구장 5개의 넓이의 빅 룸에서는 수십 편의 오페라를 동시에 공연할 수 있을 정도로 큰데 동굴 속 박쥐들이 밤마다 무도회의 권유 음악에 맞춰 여기에 춤을 추며 살고 있는 것이다.

돌아올 땐 아시스 미션 성당(Assis, Mission Church)에 갔었다. 천국의 계단이 있는 가장 오래된 성당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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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개의 신비롭고 다채로운 모양의 동굴들이 모여 있는 칼스배드 동굴 국립공원.


■열기구 체험 및 샌타페 갤러리

여행 나흘 째. 부지런한 보헤미안들은 새벽 공기를 뚫고 5시에 벌써 열기구(hot air balloon)를 타러 알바쿠키에 있는 레인보우 기구(Rainbow Balloon)로 갔다

세계의 열기구대회 가운데서 가장 큰 대회가 열리는 곳이란다. 우린 커다란 풍선바구니에 여덟 명이 새벽공기와 바람을 타고 둥둥 들판을 날고 있었다. 아, 이 어른들을 순간에 아이로 바꾸어 놓는구나.

또 한 시간을 달려 게스트 타운(Guest Town)인 옛날 탄광마을에 갔었다. 아름다운 선물가게랑 식당들이 드문드문 섞여 있는 아담하고 너무나도 고요한 마을이다. 맨발 벗고 그냥 며칠간 머물고 싶은 마음까지 평온해지는 곳이다.

오후에 샌타페 갤러리(Santa Fe Gallery)를 방문했다. 세계에서 갤러리가 제일 많은 곳은 뉴욕, 다음이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바로 이곳 샌타페이다. 상큼한 거리와 거리마다 넘치는 인파들의 기쁜 표정, 갈색의 토굴 같은 건물 사이로 인디언들의 보석이랑 토속 장식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조지아 오 키퍼 박물관(Georgia O’Keeffe Museum). 조지아 오키퍼는 프랑스 태생의 여류화가로 일찍 재능을 알아본 부모가 예술학교에 보내 교육시켰는데 그녀는 시카고예술대학 졸업 후 뉴욕시 미술학생 리그에 참가하여 여기서 사진작가인 남편 스티클리츠를 처음 만나게 되는데, 그는 뉴욕을 현대 미술의 메카로 일군 인물이다.

1962년 미국 예술가협회 50인에 선정되기도 하고 대통령 훈장을 받았던 그녀는 미국 추상화와 근대미술에 큰 기여를 한 화가이다.

남편과의 불화 때문에 이곳 뉴멕시코로 와서 그림과 더불어 이곳을 사랑하며 살다 100세를 몇일 앞두고 숨을 거둔 후 이 산속 골짜기에 한 줌의 재로 뿌려졌다.

이 박물관에 70여년 동안 그린 각 장르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그녀의 예술의 혼이 고즈넉이간직된 곳이기도 하다.

내년에 보헤미언 클럽에서 오스트리아의 찰스부르크로 모차르트를 만나러 갈 예정이고 5박6일간의 뉴멕시코 오페라 투어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채색되어 우리들 가슴에 영원히 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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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언 클럽 회원들이 열기구 체험을 맛보고 있다. 뉴멕시코는 열기구 관광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문의: (714)331-2128


<정리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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