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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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경쟁 ‘후끈’ 집 사기 힘드네

2009-09-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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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거래량이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전국 부동산중개인연합회(NAR)의 발표에 따르면 7월중 주택 거래량은 연율 환산 기준 약 524만채로 전달에 비해 7.2%나 늘어났으며 지난해 7월보다도 약 5% 증가했다. 이사가 잦은 여름 방학 시즌이었던 점도 있지만 주택가격이 워낙 많이 떨어진 데다 이자율도 낮았기 때문이다. 이에 첫 주택 구입자에게 주어지는 세금 환급혜택을 받으려면 오는 11월30일 이전에 거래를 마감해야 하기 때문에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는 바이어들이 몰린다면 당분간 주택 거래량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 거래량이 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두 가지 있다. ‘캐시 오퍼’와 ‘복수 오퍼’. 캐시 오퍼는 주택매매 대금을 융자를 받지 않고 전액 현찰 지불하는 조건의 오퍼다. 탄탄한 자금력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복수 오퍼는 한 매물에 두 명 이상의 바이어가 오퍼를 제출하는 경우로 원하는 매물을 구입하기 위해 바이어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셀러는 두 손 들어 환영할 테지만 바이어들로 하여금 ‘집 사기 힘들어졌다’는 푸념만 하게 한다. 한 에이전트는 무려 30개에 달하는 오퍼를 제출하고도 단 한 곳으로부터도 오퍼 수락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주로 일반 매물보다 리스팅 가격이 저렴한 은행차압 매물과 숏세일 매물 등의 매물 위주로 오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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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캐시 오퍼가 최근 저가 매물대 구입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차압·숏세일에 바이어 몰려 7월 거래량 7% ‘껑충’
100% 현금 오퍼 써내야 ‘낙점’… 복수 오퍼도 많아
집 꼭 사려면 현금부터 확보한후
리스팅 가격보다 높게 오퍼 내야



◇캐시 오퍼

놀웍에 거주하는 바이어 정모씨도 보다 큰 집 장만의 꿈에 한껏 부풀어 있다가 캐시 오퍼와 경쟁하게 되는 바람에 최근 허탈감을 맛봤다. 1년여 간 집을 보러 다닌 끝에 교육 및 주거환경이 뛰어나다는 세리토스에 집을 장만키로 결정한 정모씨. 약 4개월 동안 주말마다 에이전트와 세리토스 지역의 매물을 샅샅이 헤집고 다닌 끝에 지난 4월 눈에 쏙 들어오는 매물을 찾았다.

숏세일 매물이긴 하지만 주택상태가 양호한 데다 무엇보다도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약 10% 정도 낮은 점이 정씨의 맘을 사로잡았다. 약 40% 정도를 다운페이하기로 결정한 정씨는 매물이 나온 지 이틀 만에 리스팅 가격 전액보다 약간 높게 오퍼를 작성해 부리나케 제출했다.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소식을 기다리던 정씨는 이미 무려 10개가 넘는 오퍼가 제출됐고 그 중 4개가 리스팅 가격을 웃도는 캐시 오퍼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씨는 “나름대로 다운페이를 많이 했다고 생각돼 안심하고 있었다”며 “캐시 오퍼가 여러 개 들어올 지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처럼 은행차압 매물과 숏세일 매물 중심의 주택시장에서는 현재 캐시 오퍼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캐시 오퍼의 경우 융자승인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정해진 기한 내에 에스크로를 마감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셀러가 캐시 오퍼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렌트비 하락 속도가 집값 하락 속도에 비해 더딘 것도 캐시 오퍼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가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주택을 임대수익을 위한 투자용도로 구입하면 웬만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실정이다.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집값이 많이 떨어진 지역을 중심으로 ‘캐시 오퍼’ 전쟁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부동산 정보회사 MDA 데이터퀵사의 앤드루 르페이지 연구원은 “집값이 10년 전보다도 더 떨어진 일부 지역에서는 ‘골드러시’식 사고방식이 만연하고 있다”며 “그런 지역에서 집을 구입하려면 현금 확보가 필수”라고 말했다.

캐시 오퍼 경쟁은 은행 차압매물이 많이 쏟아져 집값 하락폭이 비교적 큰 지역(도표 참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MDA 데이터퀵사의 조사에 따르면 북가주의 샌파블로 지역의 경우 지난 7월 첫 셋째 주 동안 거래된 전체 매물 중 절반에 달하는 약 45.1%가 융자 없이 캐시 오퍼를 통해 매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캐시 오퍼로 거래된 매물의 중간가격은 10만5,000달러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현금 동원이 쉽지 않은 바이어들은 주택가격 하락의 혜택은커녕 저렴한 가격대의 주택시장에서 경쟁력마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바이어들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개발해 원하는 매물을 재빠르게 낚아채고 있다. 일부 바이어들은 친지나 친구들의 자금을 빌어 캐시 오퍼를 제출하는가 하면 오퍼를 먼저 제출한 뒤에 집을 보러가는 바이어도 있다. 또 일부는 처음 집을 보러 갈 때 홈인스펙터와 함께 방문해 큰 문제가 없으면 홈인스펙션 조건을 오퍼에서 아예 빼버리는가 하면 어떤 바이어는 맘에 드는 집주인에게 개인적으로 구매 의사를 밝혀 집을 구입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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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오퍼

샌버나디노 카운티의 C모 브로커는 최근 자신의 콘도 리스팅에 복수 오퍼가 제출돼 단시일 내에 수월하게 거래를 마쳤다. C브로커는 MLS에 매물을 올린 지 열흘도 채 안 돼 4명의 바이어로부터 오퍼를 받았다. 셀러가 오퍼를 수락한 뒤에도 2~3명의 에이전트로부터 리스팅 가격 전액대로 오퍼를 써서 제출하겠다는 제의를 받았지만 아쉽게도 거절해야만 했다. 일반 매물이었지만 같은 단지 내에서 최근 거래된 숏세일과 은행차압 매물의 가격에 맞춰 리스팅 가격을 정한 점이 주효했다.

센추리21 비치사이드 치노힐스 사무실에서 은행차압 매물만 전문으로 다루는 스티븐 기테레즈 에이전트는 MLS에 매물을 올린 지 불과 1시간도 채 안 돼 오퍼를 받기도 했다. 기테레즈는 “마치 매물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나오자마자 오퍼를 제출한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주택시장에 호황을 누리던 2006년 이후 한동안 찾기 힘들었던 복수 오퍼가 주택가격 하락폭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일반적인 현상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리스팅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낮을수록 오퍼 경쟁도 심해지는데 이에 따라 매물이 시장에 나온 첫날부터 집을 보러온 바이어들과 에이전트들의 차량이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은행들이 차압매물을 빠른 시일 내에 처분하기 위한 전략으로 리스팅 가격을 주변 시세보다 턱없이 낮추기도 한다. 이는 결국 ‘오퍼 전쟁’을 일으켜 종종 계약 금액이 리스팅 가격을 웃도는 점을 노린 은행들의 전략이다.

오퍼 전쟁이 치열한 매물의 가격대는 대부분 30만달러 미만의 가격대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높은 가격대의 매물도 주변시세보다 리스팅 가격이 낮으면 복수 오퍼를 받곤 한다. 오렌지카운티의 매기 유레노 브로커는 “얼마 전 지역에서 가장 낮은 가격으로 리스팅을 내놓았더니 오퍼가 무려 20개나 들어왔다”며 “58만달러에 내놓은 리스팅에도 8개의 오퍼가 거의 동시에 제출됐다”고 말했다. 비교적 낮은 가격대의 매물을 중심으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오퍼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매물은 오퍼를 빈틈없이 철저히 준비한 바이어에게는 결국 팔리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집을 구입하기로 맘을 먹은 바이어는 자신의 재정한도 내에서 가능한 높은 금액으로 오퍼를 제출해 볼 것을 권한다. 그러나 만약 오퍼가 거절 돼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다시 주택 샤핑에 나서는 긍정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또 자신의 고객에게 최근의 오퍼 추세를 미리 이해시킴으로써 혹시 있을지 모르는 실망감을 최소화하는 것이 복수 오퍼를 대비하는 에이전트가 갖춰야 할 능력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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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대의 매물일수록 복수를 받을 확률이 높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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