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놈의 개자식들’ (Inglourious Basterds)

2009-08-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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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½(5개 만점)


“영화로 나치제국을 멸망시키고 말테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2차대전 환상 액션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2차 대전 액션영화로 유혈 폭력이 난무하고 잔인하며 또 우습고 에너지 가득한 환상 복수극이다.


영화(정확히 말해 필름)로 나치제국을 멸망시킨다는 황당무계하지만 기발 난 아이디어를 지닌 세계사를 수정한 대담무쌍한 어른들을 동화다.

피가 튀고 총과 칼과 야구 방망이가 난무를 하는데 많은 국제적 배우들이 앙상블 캐스트로 나와 복잡하나 질서 정연한 플롯을 엮어가다가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문자 그대로 화면이 화염 속에 싸이면서 장렬한 최후를 장식한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만화를 보는 것 같은데 타란티노 특유의 에너지 가득한 장난기와 코미디 그리고 긴 대사와 폭력이 2시간반 동안 이어지나 지루하진 않다. 스파게티 웨스턴을 비롯해 온갖 장르를 뒤섞었고 음악도 디미티리 티옴킨과 엔니오 모리코네가 과거 다른 영화들을 위해 작곡한 것들을 쓰고 있다.

타란티노가 다소 제 멋에 빠져 혼자 신이 나서 즐기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약간 장황한 전반부가 끝나고 후반부에 접어들면서부터 독창력 있는 얘기와 함께 액션과 펄펄 끓는 듯한 활력이 화면을 압도하면서 관객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신나고 흥분되는 재미를 제공한다. 내용의 일부와 제목은 1978년에 나온 동명의 싸구려 2차 대전 이탈리아 영화에서 빌려온 것으로 타란티노가 일부러 스펠링을 틀리게 썼다.

영화는 ‘옛날 옛적 나치 점령 하의 프랑스’ 등 5개의 챕터로 짜여졌다. 때는 1941년부터 1944년 까지. 중심인물은 셋. 유대계로 조직된 군인들을 이끌고 나치점령 하의 프랑스에 잠입, 나치들을 살해하고 그들의 두피를 벗겨 나치로부터 제목의 별명을 얻은 특공대의 리더 알도 레인(브래드 핏). 유대인 사냥꾼으로 총명하고 교활한 나치 대령 한스 란다(독일 배우 크리스토프 월츠가 발군의 뛰어난 연기로 올 칸영화제서 조연상 수상). 셋째가 한스로부터 가족이 살해될 때 도주한 쇼사나(프랑스 배우 멜라니 로랑). 이들을 둘러싸고 다국적의 배우들이 나와 중요한 구실을 하는데 배우들은 독어와 불어 등을 쓰고 영어자막이 나온다.

셋 중에서 플롯의 중심 구실을 하는 것이 쇼사나다. 쇼사나는 한스로부터 도주한 뒤 파리의 극장 주인이 된다. 이 극장에서 히틀러의 선전상 괴벨스가 나치 선전영화 ‘국가의 자랑’을 히틀러와 괴링 등 나치의 엘리트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사회를 열기로 결정하면서 쇼사나는 독창적인 방법을 사용해 가족의 복수를 할 계획을 짠다.

한편 알도의 특공대는 영국에서 온 특공대와 함께 역시 시사회 때 극장을 폭파시킬 계획을 짜는데 이 계획에 참가하는 것이 독일의 유명한 금발 미녀 영화배우인 브리젯(독일 배우 다이안 크루거). 많은 인물들이 클라이맥스를 향해 요란한 액션과 말의 성찬이나 다름없는 대사를 구사하면서 교묘하게 플롯을 이끌어 가는데 이 과장에서 서서히 긴장감이 팽배한다. 그리고 이 긴장감은 마지막 액션에서 오르가즘에 이른다.


여러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지하 술집에서의 나치군인들과 브리젯과 함께 나치로 위장한 영국군 특공대 간의 긴 대화 장면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2차 대전의 운명을 독창력 있게 희화한 영화로 흥미진진하다. R. Weinstein.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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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도 소위(왼쪽)가 부하와 함께 나치 얼굴에 상처를 남기고 있다.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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