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리부 언덕에 재현된 ‘폼페이 저택’

2009-08-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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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문화 엿보기 게티빌라·게티센터

이탈리아 남부 유명 항구도시인 나폴리 인근에 있는 폼페이에 가보면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매몰되면서 당시의 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된 로마제국 고대 빌라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잘 정돈 정원과 대리석으로 거창하게 꾸며진 현관 그리고 각종 실내장식 등 당시의 화려한 로마 귀족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데 말리부에 있는 게티 빌라(Getty Villa)가 바로 로마제국의 도시 폼페이의 고대 빌라 원형을 본 따서 건축됐다. 게티 빌라는 석유 재벌 폴 게티(1893~1976)가 수집한 미술품과 그가 기부한 재산으로 건립된 오리지널 폴 게티 뮤지엄이다. 지난 1997년 405번 프리웨이가 지나가는 브렌트우드 언덕에 게티 센터(The Getty Center)가 개관되면서 문을 닫았고, 8년의 보수공사 끝에 고대 그리스와 로마, 에트루리아의 문화예술 교육센터로 지난 2006년 게티 빌라로 문을 열어 서부지역 고대 유물의 보고로 새 역사의 장을 펼치고 있다. 방학을 맞아 각종 패밀리 프로그램도 풍부하기 때문에 자녀들과 함께 역사 공부를 하면서 하루를 즐길 수 있는 게티 빌라와 게티 센터로 주말나들이를 나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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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의 도시 폼페이의 고대 빌라 원형을 본 따서 건축된 게티 빌라의 정원(위). 고대 로마 그리스 시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주말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게티 빌라.


20여년 전 폴 게티 뮤지엄을 처음 방문하면서 어릴 때 책에서만 보던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아이리스’를 처음보고 감동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게티 빌라는 크게 중앙홀(Atrium), 헤라클레스 신전, 안뜰(Inner Peristyle)과 바깥뜰(Outer Peristyle), 허브 가든, 이스트 가든 등으로 나뉜다.

주차장을 지나 처음 만나는 정원과 분수부터 방문객의 눈을 압도하는 곳이다. 폼페이 빌라들은 사색과 휴식을 위해 지어진 곳이었는데 게티 빌라 역시 당시 정원의 청동과 대리석 조각품들을 그대로 재현해 꾸며져 있다. 고대 조각상과 화려한 꽃들 사이로 시원하게 물을 품어대고 있는 분수의 모습은 황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메인 정원 옆에 있는 허브 가든의 향기를 음미하면서 파빌리언을 따라가면 폼페이의 오데온을 연상시키는 반원형 계단식 야외극장이 나온다. 매 주말이면 각종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이 이곳에서 열린다. 야외극장 앞으로 헤르클라네움, 스타비아 양식으로 건축된 게티 빌라가 눈에 들어온다. 입구에 있는 극장에서 게티 빌라가 어떻게 세워졌는지를 알려주는 짧은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드디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200여점에 달하는 그리스 로마 및 에트루리아 유물들 만나게 된다. 미국 최고의 그리스 로마 시대 미술 집합소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주제별로 조직된 미술관들은 신과 여신, 디오니소스와 극장, 트로이 전쟁 이야기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게티 빌라의 전시관은 1층과 2층 2군데로 되어 있다. 그 중 1층은 고정된 전시관이며 2층은 기간에 따라 바뀌는 ‘체인징’(Changing) 전시관이다.

체인징 전시관에서는 이탈리아 플로렌스 박물관의 협찬으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 카이메라(Chimaera) 주제로 한 에트루리아 시대의 청동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카이메라는 세 가지 다른 동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머리 부분은 사자, 몸은 양, 꼬리는 뱀 또는 용이다. 3개의 머리를 갖는 괴물의 모습으로도 묘사되는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데 카이메라 중 하나인 입에서 불을 뿜는 벨레로폰(Bellerophon)은 죽이기 전까지 많은 짐승, 사람을 죽이고 집들을 불태웠다고 한다. 카이메라 전시회는 내년 2월까지 계속된다.


<글·사진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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