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르뽀/ 초심으로 돌아가자: 동광소독 최민수 이사

2009-07-09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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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이 잇기에 힘든줄 몰라”

동광소독 최민수 이사(41세)는 연휴가 끝난 월요일 6일 아침부터 바쁜 일정을 시작했다. 베이사이드에서 1시간 20분을 운전해 처음 도착한 곳은 커네티컷의 99센트 스토어. 이 곳의 매니저는 요즘 쥐가 없어지지 않아 골머리를 않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선반의 과자 봉지 여기저기서 쥐가 갉아먹은 흔적이 보인다. 유심히 살펴본 후 “마이스(mice)예요. 큰 쥐들은 차라리 잘 잡히는데, 이놈들은 영리해서 약이나 덫을 잘 피해갑니다”라고 설명한다. 일단은 응급처방을 하고 2주일 후에 다시 점검하기로 한다. 피자와 소다를 사서 대충 차에서 점심을 해결한 뒤 다시 2시간을 운전해 뉴저지의 델리를 소독하고, 늦은 오후에는 브루클린의 한 베이글 가게에 들렀다. 처음 거래를 맺은 업소인데 한번 위생 점검에 불합격한 뒤 연락이 왔다. 밀가루와 재료들이 어지럽게 쌓여있는 창고와 기름때가
잔뜩 낀 오븐, 지저분해 보이는 선반들 사이를 구석구석 손전등으로 비춰보고 사용해야 할 약과 덫의 수량을 가늠한다.

“한번만 더 불합격하면 영업 허가가 취소될 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방치한 것이 문제입니다. 위생 점검은 필수인데 적은 돈을 아끼려다가 더 큰 손해를 입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죠. 요즘 특히 단속이 심해요”‘쥐와 바퀴벌레를 잡는 일’이라면 무척 험하고 지저분한 환경에서 단순한 일을 할 것이라고 상상했는데 의외로 깔끔하고 정교한 작업 과정이다. ‘터미네이터’보다는 ‘인스펙터’라는 단어가 훨씬 가까운 작업이라고 할까. 그는 플러싱 자택에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고 밤 늦은 시간 다시 인근의 식당 주방을 살펴보는 것으로 긴 하루 일정을 마쳤다.

뉴욕에 오기 전 한국에서 영화 제작과 관련된 일을 했던 최 이사는 소독일로 돈을 벌며 틈틈이 다른 사업 궁리를 하던 그는 차츰 이 직업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했다.“그냥 몸으로 때우는 일이 아니더군요.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끊임없이 약품에 대한 지식도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올인’하지 않고 설렁설렁 할 일이 아닌거죠.”


2007년 마침 집단 오너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회사에 이사 자리 하나가 공석이 됐다. 쉽게 나지 않는 기회였다. 회사에 기탁해야 하는 자금을 융통한 뒤 막내 이사가 됐다. 이전까지는 돈을 받고 일하는 직원이었지만 이제는 자기 사업체가 되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내 일처럼’ 몇 배 더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 초반에는 ‘막일을 한다’는 자괴심이 없지 않았다는 최 이사는 이제 자신의 직업에 큰 자부심과 만족감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라면 못했겠지요. 노동을 존중하고,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한 보수가 주어지는 뉴욕이기 때문에 삶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불경기속에서도 노동의 대가를 확실히 확인할 수 있어 힘든 것도 잊는다는 최 이사는 오늘도 미래의 꿈과 희망을 위한 ‘덫’을 놓고 있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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