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타 인터뷰- ‘펠램 123호선의 납치’ 주인공 덴젤 워싱턴

2009-06-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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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역이 더 재미있고 자유스럽죠”

스타 인터뷰- ‘펠램 123호선의 납치’ 주인공 덴젤 워싱턴

덴젤 워싱턴이 지하철 납치범을 찾아 복잡한 뉴욕거리를 달리고 있다.

12일 개봉되는 뉴욕 지하철을 무대로 한 스릴러 ‘펠램 123호선의 납치’(The Taking of Pelham 123)에서 지하철 조차계원으로 나오는 덴젤 워싱턴(54)과의 인터뷰가 지난 달 28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검은 상의에 줄무늬 셔츠를 입은 준수한 모습의 워싱턴은 씩씩하고 쾌활했는데 인종문제에 대해서는 대단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친근감을 느끼게 하면서도 어딘가 오만한 인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1974년 작 동명영화의 리메이크다.


“내가 트라볼타의 역을 했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해
긴장관계 고조 위해 그를 안만나려 했다는 건 낭설”


▲왜 이 영화에 나오기로 했는가.


〓‘크림슨 타이드’ 등 과거 함께 3편의 영화를 만든 토니 스캇 감독 때문이다. 우리는 함께 일 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원작은 보지 않았지만 영화에서 내 역(월터 매사우)이 경찰이었다는 것만 알고 있다. 그런데 나는 경찰보다는 보통 사람이 더 마음에 들어 토니에게 말해 내 역을 평범한 조차계원으로 바꿨다.

▲영화에서 납치범으로 나온 존 트라볼타와는 어떻게 서로 호흡을 맞췄는가.

〓그와 함께 현장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영화가 거의 다 끝날 때까지 서로 같은 장면에 나오지를 않는데 아침에 그를 잠깐 보고는 저녁에 다시 보는 식이었지만 그 것만으로도 좋았다.

▲지하철을 타는가.

〓나는 2세 때부터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매일 지하철로 통학했다. 거기서 자고 거의 모든 일을 하는 등 그 것은 내 제2의 집이었다.

▲배우로서는 악역이 훨씬 더 멋있게 마련이다. 당신은 영화를 찍기 전 트라볼타 역을 하겠다고 토니에게 말해 봤는가.

〓그랬다. 영화를 찍으면서도 내가 틀린 역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악역이 보다 재미있고 또 자유스럽다.


▲영화에서 당신은 평범한 사람으로 나오는데 당신의 실제 삶은 어떤가.

〓산다는 것 자체가 비범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그 것을 대수롭게 취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비범한 삶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과거 1년 반 동안을 말하자면 아이들 키우고 일하면서 비교적 평범하게 지냈다.

▲당신이 적극 후원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해줄 조언이라도 있는가.

〓그에게 사과를 하고 싶다. 어제 LA에서 열린 오바마 후원 모금파티에 초청을 받았는데 난 레이커 게임을 보러 가느라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성금만 보냈다. 그는 링컨 기념관에서 열린 취임파티에서 나와 우리 가족에게 매우 친절하게 대해줬다.

▲영화 말고 다른 일 해볼 생각이 있는가.

〓현재로선 그런 생각 없다. 난 지금 영화 제작과 감독에 신경을 쏟고 있다. 현재 TV 작품을 제작 중이다.

▲당신의 자녀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큰 아들은 내 다음 영화인 ‘이라이의 책’(Book of Eli)의 부제작자이고, 첫째 딸은 지금 영화를 편집 중이고, 둘째 딸은 연기를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영화광들이다.

▲대사를 각본에 충실히 따라 말했는가 아니면 즉흥적인 것도 있는가.

〓우리는 계속해 즉흥적인 것을 시도했다.

▲결혼이란 무엇인가.

〓아내가 말한 대로 집에 갈 때 우유와 베이컨을 사갖고 가는 것이다.

▲당신은 말콤 X 등 실제 인물을 많이 연기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또 그 것은 허구의 인물보다 연기하기가 힘든가.

〓실제 인물 연기가 반드시 더 힘든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말콤 X는 너무 유명한 사람이어서 압력을 많이 느꼈다. 실제냐 허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본과 역이 얼마나 좋으냐가 중요하다.

▲지하철을 마지막으로 탄 것이 언제인가.

〓아마 1980년대 중반인 것 같다. 영화에서 오래간만에 지하철을 타니 많은 추억들이 생각나 즐거웠다.

▲스필버그가 다음에 마틴 루터 킹 영화를 만드는데 그 역을 맡고 싶은 생각은 없는가.

〓그러기엔 내가 너무 늙었다. 난 스필버그가 킹 영화를 만드는 줄도 몰랐다. 그리고 그가 내게 문의해 오지도 않았다. 나는 그가 지금 윌 스미스와 함께 한국 영화 ‘올드보이’의 리메이크 제작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았다.

▲당신의 자녀들에게 해주고픈 조언은 무엇인가.

〓나와 아내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그들에게 가르쳤다. 해 줄 조언은 내 어머니가 내게 말한 대로 매사를 단순하게 하라는 것이다.

▲당시의 다음 영화 ‘일라이의 책’은 어떤 영화인가.

〓내 아들이 내게 꼭 역을 맡으라고 해서 수락했다. 선과 악에 관한 영화로 나는 지구를 멸망에서 구해 줄 영적인 책을 품고 나라를 횡단해 책이 있어야 할 곳에 도착하게 된다.

▲토니 스캇과 그 동안 4편의 영화를 만들어오면서 당신과 그의 관계는 어떻게 변했는가.

〓내게 있어 중요한 것은 나와 함께 일하는 감독과 내가 얼마나 편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토니는 매우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재능 있는 사람으로 우리는 호흡이 맞는다 (둘의 다섯 번째 작품인 스릴러 드라마 ‘언스토파블’의 제작이 8월부터 시작된다). 나는 스파이크 리와도 4편의 영화를 함께 만들었으며 에드워드 즈윅과는 3편 그리고 조나산 데미와는 2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모든 것은 그들의 재능과 작품 수준 그리고 상호간의 편안함에 달려 있다.

▲당신은 감독이기도 한데 감독으로서 다른 감독들로부터 무엇을 배웠다고 생각하는가.

〓감독을 하고 나서야 다른 감독들의 하는 일에 대해 고마움을 알게 됐다. 나는 감독 일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 줄을 몰랐었다. 관용이 필요한 일이다. 나는 아직도 영화 만드는 일을 모른다. 그 것을 배우려고 진짜로 노력하고 있다.

▲영화에서 트라볼타는 컴퓨터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하는데 당신은 그런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난 지금도 그 것이 무엇인지 또 그 것을 어떻게 하는지 전연 모른다. 여러분들은 이해했는가.

▲당신은 막강한 스타파워 배우다. 그런데 왜 당신은 로맨틱한 역은 별로 안 하는가. 그런 영화에 관심이 없는가 아니면 좋은 각본이 없기 때문인가.

〓좋은 로맨틱 영화의 각본을 받아보지 못했다.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불량한 각본은 거절하기 때문에 그 중에 로맨틱한 영화의 각본도 섞여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작품의 질이다. 평소 “나는 로맨틱한 영화에 나오고 싶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거기에 로맨스가 있으면 그 것으로 좋은 것이다.

▲차기 감독 영화를 구상 중인가.

〓현재 생각 중인 영화가 몇 편 있다. 그러나 나는 이들 영화에 출연은 안 한다. 과거 내가 감독한 2편의 영화에 나온 이유는 그렇지 않고서는 제작비를 마련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트라볼타와 호흡이 잘 맞았는데 그와 다시 영화에 함께 나올 생각이 있는가.

〓당장 계획된 영화는 없지만 그와 또 일하고 싶다. 존은 내가 만나 본 사람들 중에서 가장 상냥한 사람이다. 그는 매우 편하고 또 아름다운 인간이어서 이 번 영화는 내게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

▲영화를 만들면서 당신과 존 간의 대립과 긴장관계를 고조시키기 위해 당신이 존을 만나기를 거절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건 과장된 말이다. 우리는 서로 떨어져 다른 방에서 일했기 때문에 둘이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 그러나 내가 그를 만나기를 거절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당신이 출연하는 영화는 대부분 대형 영화이지만 감독한 영화들은 소품들이다. 왜 그런가.

〓나는 감독으로서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주제들은 할리웃 영화사들이 다루려고 하지 않는 것들이다. 나는 ‘펠램’ 같은 영화는 만들 줄 모른다. 나는 배우로서 시작했기 때문에 감독으로서도 연기 위주의 영화를 만들게 된다.

▲당신의 아들과 함께 일하는 기분은 어떤가.

〓아들뿐 아니라 내 모든 자식들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그들에게 각자가 사랑하고 또 정열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추구하라고 말해 준다. 단순히 돈을 벌려고 일을 하지는 말라고 말한다.

▲당신은 당신이 맡은 역에 대해 관객들에게 책임감을 느끼는가.

〓물론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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