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랑동지회 효행상 선정

2009-05-11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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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세 어머니에 지극 정성
74세 이순자씨에 효행상

70년대초 이민온 후
40년을 한결같이 모셔

귀가 불편한 이순자(74)씨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는 것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화랑동지회(회장 박윤식 목사)가 가정의 달을 맞아 모범이 되는 한인들을 선정해 시상하는 자리에서 효행상을 받게 된 이 씨는 마냥 수줍음을 탔다.
70년 대 초에 미국에 왔으니 이민 생활이 거의 40년. 그 기간 동안 이 씨는 105세 되신 어머니(김권자 권사)를 한결같음 마음으로 정성껏 모시며 살고 있다.
주변 사람과 대화가 쉽지 않은 이 씨를 위해 누구보다 그를 잘 알고 있는 홍의선 목사(웃브리지 벧엘침례교회)가 거들었다. “세 끼를 꼭 따뜻한 밥을 해드리지요. 정성이 대단합니다. 요즘은 어머니가 식사를 조금 밖에 못하시니까 많이 속상해합니다.”
이 씨는 지난 해 남편을 잃었다. 친 아들처럼 장모를 봉양하던 사위가 세상을 먼저 떠나 허전해진 어머니 마음을 생각하면 이 씨는 자신의 슬픔을 챙길 겨를조차 없다.
평생을 남을 섬기라고 태어난 삶도 있을까? 어쩌면 이 씨의 돌봄은 천성인지 모른다. 홍 목사는 “자세히 밝히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이 씨는 주위 모든 사람들에게 베풀어야만 하는 사람”이라며 “웃브리지 한인 커뮤니티에서 좋은 귀감이 되는 분”이라고 말했다.
휠체어는 타고 다니지만 아직도 묵은 신문들을 쌓아놓고 읽을 만큼 밝은 눈과 총기를 갖고 계신 어머니의 건강은 이 씨 못지 않은 5남매 자녀들의 정성과 관심이 있어 가능했다. 이 씨의 동생인 이정자씨는 “부족했지만 최선을 다해 자녀들이 자신의 몫을 감당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우애와 부모 섬김은 어머니 김 권사의 신앙이 뿌리다. 지금도 기회 만 되면 새벽 예배에 나가 기도를 한다. 한국과 미국을 위해, 가족을 위해,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한국에서 생활할 당시 김 권사는 기도 용사셨다. 교계에 잘 알려진 삼각산 기도원은 자기 집처럼 드나들며 기도하는 곳이었다. 미국에 와서도 어머니가 기도하러 자꾸 산 속으로 들어가시려 해 가족들은 위험하다고 말리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어머니의 흔들림 없는 신앙 역시 미국 선교사들을 따라 전국을 돌며 복음을 전하는 삶을 살았던 선대의 족적을 알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씨에게 효행상을 전한 화랑동지회 측은 “기도와 말없는 실천으로 사라져가는 효의 정신을 삶 속에서 구현해온 이 씨의 희생과 사랑은 동포사회에 큰 귀감이 되지 않을 수 없다”며 포상 이유를 밝혔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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