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벚꽃’ (Cherry Blossoms)

2009-03-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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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 잃은 남편의 순애보

‘벚꽃’ (Cherry Blossoms)

루디(왼쪽)와 유가 공원에 누워 봄하늘을 완상하고 있다.

★★★★(5개 만점)


아내를 갑자기 잃은 초로의 독일 남자가 슬픔에 잠겨 아내가 늘 가고 싶어 하던 일본으로 여행해 아내와 자신을 다시 이해하는 잔잔한 순애보로 바쁜 세상에서의 가족의 의미도 함께 고찰했다. 독일의 여류감독 도리스 되리는 일본의 야수지로 오주 감독의 ‘도쿄 스토리’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었다.

시골 공무원으로 일과 집밖에 모르는 루디의 아내 트루디는 남편이 불치의 병에 걸린 것을 자기 혼자 알고 나서 남편에게 평소 자기가 보고 싶어 하던 후지산도 보고 또 막내아들 칼도 볼 겸 도쿄에 가자고 종용한다.


그러나 둘이 간 곳은 장남과 외동딸이 살고 있는 베를린. 살기 바쁜 두 자식들은 부모가 온 것이 별로 반갑지가 않다. 부부는 여기를 떠나 발틱해 휴양지로 가는데 여기서 트루디가 갑자기 죽는다. 물론 루디는 자기가 불치의 병에 걸린 줄을 모른다.

모든 것을 아내에게 의존하던 루디는 깊은 슬픔에 빠진 채 속수무책의 처지가 된다. 그리고 그는 아내의 옷가지를 챙겨 일본에 사는 칼을 찾아간다. 때는 벚꽃이 만발한 봄. 그러나 일벌레인 칼은 아버지를 아파트에 남겨 놓고 직장에만 충실히 한다. 그래서 루디는 혼자 도쿄 시내를 구경하다가 공원에서 부토춤을 추는 18세난 젊은 여자 유와 사귀게 된다.

그리고 둘은 아내가 생전에 보고 싶어 하던 후지산을 찾아간다. 여기서 코트 속에 아내의 옷을 입은 루디가 후지산을 바라보면서 코트를 열고 아내에게 산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름답고 슬프다.

촬영이 곱고 연기도 좋다. 성인용. 뮤직홀(310-274-6869), 타운센터(818-981-9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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