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랜드캐년 트레일 종단 <2>

2008-12-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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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도 웃도는 열기 견디며 10여마일 하이킹


“안전사고 우려” 퍼밋 잘 안주는 지역
산행-휴식 반복하며 ‘인디언가든’ 도착


모뉴먼트 밸리의 광대함을 즐기며 즐겁게 사진 찍고 웃던 시간들이 지나고 이제는 헤어져야 했습니다. 하이킹이 끝났을 때 갈아입을 수 있는 옷과 신발, 먹을 과일과 음식들을 차속에 놓아두고 서로의 차를 당부하며 악수를 하였습니다. 상대팀의 차를 운전하여 가는 것입니다. 우리 5명은 두 대의 차에 나누어 타고 노스 림(North Rim)으로 갔습니다. 9시가 되어서야 도착하였습니다. 가로질러 가는 하이킹 거리는 20여마일이지만 콜로라도 강의 상류로 우회하여 돌아가는 그 길의 거리는 무려 210마일이나 됩니다.


퍼밋을 백팩에 맨 우리 대장 김 사장님, 아마무선의 모든 것을 아시는 전 사장님, 유머천국인 박 국장님, 한국에서 이 산행 목적으로 날아온 여동생 장화, 그리고 저까지 모두 5명이 북팀입니다. 킬리만자로에도 동행했던 저 여동생을 제외하면 우리는 약간은 게으른 편이고, 자기주장을 강하게 펴지 않는 성격이라서 거의 완벽한 팀웍을 이루면서 끝까지 해냈습니다. 모두 한 가지 이상의 배꼽을 잡을 만한 실수 에피소드가 있어서 지금도 그것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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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그랜드 캐년 하이킹을 나서기 전에 모뉴먼트 밸리를 관광하는 이번 트레킹 멤버.

우리는 밤늦게 캠그라운드에 들어왔기 때문에 체크인을 못했습니다. 아침 8시에 체크인을 하러 간 남자 3명이 한 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질 않았습니다. 그들은 백 컨트리 오피스(Back Country Office)에 가서 대장님 백팩에 맨 똑같은 퍼밋을 받느라고 그렇게 오래 걸렸던 것입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것은 퍼밋 예약을 못했을 경우에 시도해 볼 수 있는 다른 방법입니다.

출발 전에 노스 림을 돌아보았습니다. 라지(lodge)와 모든 시설들이 정갈하고 훌륭했습니다. 브라잇 에인절 포인트(Bright Angel Point)에서 저 멀리 빗겨서 사우스 림(South Rim)이 보였습니다. 헬리콥터로 날아가면 금방이련만 우리는 사서 고생을 합니다. 노스 림은 8,250피트로서 1,000피트 이상 남쪽보다 높습니다. 사우스 림의 우리의 목적지는 6,860피트이고 남팀이 출발하는 곳은 7,260피트가 됩니다. 박 국장님은 훨씬 쉬운 고지를 우리가 차지했다고 사뭇 만족해 하셨습니다. 이틀 후에 피곤하고 지쳐서 돌아올 남팀을 생각하고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사서 꽉꽉 채워 넣었습니다.

첫날 숙소인 코튼 우드(Cotton Wood) 캠프그라운드까지는 6.8마일의 쉬운 내리막길입니다. 여유를 부리다가 늦어진 출발로 뜨거운 열기 속에서 걸어야 했습니다. 화씨 107도로 기록되었습니다. 바위 절벽 옆에 난 오솔길을 따라 걷는 기분은 과히 나쁘지 않았습니다. 내려다보이는 깎아지른 캐년의 비경은 눈을 즐겁게 했습니다. 가끔씩 흩뿌리는 빗방울과 구름이 저희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독히도 더운 밤이었습니다. 다행이 모기가 없어서 텐트 문은 활짝 열어놓았는데 급기야는 저 동생이 슬리핑백을 들고 근처의 바위 위로 잠자리를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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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그랜드 캐년 계곡 속에 조성되어 있는 캠프그라운드.

우리는 다음날 아침 5시에 짐을 꾸려서 출발했습니다. 헤드랜턴을 머리에 차고 열심히 걸었습니다. 100도가 넘는 지역을 12마일이나 걸어야 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퍼밋을 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해마다 등산객이 죽는 사고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시원한 아침에 걸어서 9시 전에 콜로라도강이 있는 바닥에 도착하고 시냇가에서 놀다가 오후 4시가 넘으면 다시 하이킹을 시작하여 인디언 가든(Indian Garden)까지 도착하는 전략을 세웠던 것입니다.


심각성을 인식할 때 우리는 모두 상황에 맞추어서 강인한 자가 되었습니다. 콜로라도강 바닥의 유명한 장소 팬톰 랜치(Phantom Ranch)에 도착하여 미리 예약했던 점심을 픽업하여 시원한 맥주와 함께 먹었습니다.

그곳은 캔틴(Canteen)이라고 불리는 작은 나무빌딩인데 예약에 의해서 아침과 저녁을 제공하며 나머지 시간에는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서 휴식합니다. 아름다운 그림엽서를 골라서 집의 남아 있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남편에게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김 사장님은 남의 우표까지 3개를 모두 자기 우편엽서에 붙이셨는데, 이렇게 힘들게 내려온 곳에서는 우표가 3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나요? 다른 분들이 자신의 우표를 찾자 상황을 판단하고 궁색하게 설명해서 모두가 또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이곳의 음식과 우편물은 모두 노새(mule)에 의해서 운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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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도가 넘는 무더위를 뚫고 조심스럽게 하이킹을 했다.

김장숙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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