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서양 어우러진 ‘도시박물관’ 이스탄불

2008-10-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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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성지순례 <상>

이스라엘 성지순례 후 꼭 9년째 되는 해에 터키 성지순례를 하게 되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는 회갑기념으로, 이번 터키여행은 칠순기념이라던가? 자식들이 베푼 호의로 동생 내외가 다니는 큰 교회에서 가는 성지순례단 편에 따라붙었다. 이유나 원인은 어찌되었든지 순례여행을 또 하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둔탁해질 대로 둔탁해진 나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여행지에 대한 자료를 있는 대로 구해서 읽고 또 읽으면서 터키라는 나라에 대해서 몰입했다.


기원 전 2,000년 중앙아시아 남부에서 기원한 터키 민족의 조상은 중국 고전에서 나오는 ‘훈’족(혹은 돌궐족=투르크족)이며 이 민족은 중세기에 아랍지역을 횡단하여 서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이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아랍 문자를 도입하여 사용한 나라였다.

이 투르크(돌궐)족은 기원 전 220년 이후 수많은 국가를 이룩하였으나(로마제국 비잔틴 제국 등) 1281년 오스만 터키 성립 이후 1354년부터 유럽에 진출하여 여러 나라를 정복하였으며 술탄 메흐멧(Sultan Mehmet)이 1453년부터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을 정복함으로써 오스만 터키의 팽창 정책은 절정기에 이르고 오스만 제국시대인 16세기에는 에티오피아 중앙아프리카 예멘 크리미아가 국경으로 되었고 유럽의 비엔나까지 그 영토가 확장되어 제국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었다.

이 제국시대가 1923년 케말파샤가 군주제를 폐지하고 터키공화국을 선포한 이래 지금까지 공화국 체제로 이끌어오고 있으나 중간에 1971년에는 근로자 파업, 학생 및 노동자 소요로 군부가 개입하여 군사정부가 수립되었으나 3년 만에 민정이양이 이루어진 후 정도당, 조국당, 공화인민당 등이 정파 이익에 따른 상호 연립 내각의 구성과 해체를 반복함으로써 빈번한 정권교체가 이루어져 내려오고 있는 나라이다.

현재 면적 78만580km²에 7,150여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터키는 터키인, 쿠르트인, 그리스인, 유대인, 아르메니아인, 아랍인이 혼합되어 이룩한 국가로서 언어는 터키어를 사용하고 있고(1928년 이후 라틴 문자를 채택) 인구 대다수가 수니파 이슬람교도들이다.

이 여행은 8박9일의 일정이라고는 하지만 오고 가는 날을 제하고 나면 7일이다. 첫날밤은 비행기에서 보내고 이스탄불에 오전 도착, 도착하자마자 대기해 놓은 버스에 올라타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관광을 시작하는데 참으로 힘든 첫날이었다.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접하고 있고, 세계 역사를 좌우했던 동로마 제국(비잔틴 제국)과 오스만 제국의 수도로서 약 1,500년간 번영을 누려 왔으며 두 제국의 국교였던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문명이 서로 맞닿은 참으로 특이한 국제도시 이스탄불은 오스만 제국의 왕조가 몰락되고 1923년 민주공화국이 들어서면서 터키의 수도가 앙카라로 옮겨졌지만 이스탄불은 여전히 동서문화가 찬란히 꽃피웠던 유서 깊은 관광도시로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전 도시에 산재해 있는 유적지를 다 볼 수 없지만 첫날 들른 곳은 성소피아 사원 불루모스크히포드럼돌마 바르체 궁전지하 저수지그랜드 바자르였는데 그 중에서 이스탄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성 소피아 성당은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이 지어지기 전까지 규모면에서도 세계 최고를 자랑했던 성당으로 비잔틴 제국시대에 그리스도교를 처음으로 공인하고(AD 330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새로운 도시의 큰 사원’으로 AD 360년에 창건한 곳인데 지금은 성소피아 박물관이라고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후 터키에 오스만 제국이 들어서면서 이곳은 회교사원 즉 모스크로 사용되었고 성모 마리아의 모자이크를 비롯한 비잔틴 시대의 화려한 작품들이 회칠로 덮어지고 이슬람교의 코란의 금문자와 문양들로 채워졌다가 후에 복원작업이 진행되어 옛날 모습이 드러났지만 그 복원작업도 중단된 상태여서 성당 안에 서 있는 우리들은 이슬람교와 그리스도교가 공존하는 헷갈리는 감흥으로 섬뜩한 그 무엇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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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남대문 시장을 방불케 하는 이스탄불 다운타운의 번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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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관광지 중 가장 명성이 높은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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