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월남전쟁 기념벽 (2)

2008-10-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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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월남전쟁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물을 제작하기 위한 설계 공모전에 미전국에서 내노라하는 유명 디자이너들을 비롯하여 각계 각층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 명예로운 공모전에 응모하여 1441점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그중에 마야 린이라는 건축이나 미술에 전혀 현장경험이 없는 예일대학 건축학과에 재학중인 애송이 중국계 여학생의 작품이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그 작품의 선정에 의문과 함께 이의를 제기하며 반대하며 재선정을 주장하였다. 특히 월남전에 참전하였던 참전용사들 중에 찬반의견이 엇갈려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으며 반대의견이 더 드세었다. 그중에 Tom Carhart라는 제대군인은 “나는 1968년 내가 힘들었던 월남전 복무를 마치고 시카고 공항에 군복을 입고 내렸을때, 나를 냉대했었던 많은 시민들의 차가운 눈초리를 아직도 잊지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월남전 기념비를 보면서 그때의 상처와 악몽이 되살아 나게 됩니다. 나는 미술이나 조각, 또는 기념비 등, 예술에 대하여 여러분 만큼 해박하거나 좋은 지식은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선정한 이 설계의 검은벽! 검은벽이 무슨뜻입니까? 검은색은 세계공통으로 상처와 아픔 그리고 어두움과 수치를 상징합니다! 게다가 땅 아래로 들어가게 되는 구조는 마치 구멍 속의 검은 상처와 같은 아픔을 되살리게 합니다! 우리는 이 나라와 여러분들을 위하여 피와 땀과 눈물은 물론, 생명까지 바치며 명예롭게 싸웠는데, 이 비석은 우리에게 또 한번의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월남참전 용사들은 모두 바보이며 멍텅구리입니까?! 우리는 또 한번 더 무시를 당하고 상처를 입어야 합니까?! 라고 기념비 제작 예술 위원회의 심의 석상에서 절규하였다.

그리고 당장 그 설계를 취소하고 새로운 설계로 다시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자 디자인 응모에 탈락하여 불만이었던 많은 사람들과 이에 부화뇌동한 일부 정치인들이 이 논쟁에 가세하여 왜 많고 많은 응모작들 중에 하필이면 동양계 중국사람의 작품을 뽑았느냐? 또는 풋내기 여학생의 작품이 뭐냐?라는 식으로, 마치 선발위원회가 월남전에 참전한 군인들을 의도적으로 비하하고 조롱하기위하여 이러한 작품을 선발하게 되었다는 루머를 퍼뜨리게 되었다. 심지어 어떤 정치인들은 마야 린의 작품을 낙선시키기 위하여 작품 선발 위원중에 공산주의자가 한명있었고 월남전 참전 반대자가 네명이나 있었다는 식으로 대중을 선동하였다.

그러나 마야 린은 20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참전기념비가 갖는 의미는 살아 남은 전우나 또는 정치인 등 다른 누구보다도 그 전쟁을 수행하는 도중 희생당한 참전용사 당사자들을 위하는 기념비가 되고, 그들을 추모하는 비석이 되어야 한다는 자신의 작품과 그 정신에 대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어느새 그녀는 온갖 사회여론과 언론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벽면의 색갈을 흰색으로 바꾸고 눈에 잘 뜨이게 지상으로 올려놓아야 한다는 등, 그녀와 그녀의 작품에 대한 여론과 비평이 들끓고 의견이 분분하며 사회가 불안하여지자, 드디어 미국 정부가 관여하여 절충안을 내어 놓기에 이르렀다. 그 절충안은 여러사람들의 많은 의견과 논쟁을 거치는 온갖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기념벽의 입구에 성조기를 세우고 그 기념벽을 바라보는 맞은편에 월남전에 참전 했었던 용사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3명의 참전용사 주형을 만들어 세우는 현재의 모습으로 합의 되었다.

월남전쟁 기념벽에는 원래 1959년 부터 1975년가지 이 전쟁에 참여하여 전사한 57,661명의 전사자 명단이 년도별로 그리고 알파베트 별로 구분되어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그 후에 그 명단이 늘어 2006년 현재에는 58,260명의 전사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마야 린은 이때의 시련과 고통을 잘 이겨내고 1987년 예일대에서 이 대학 역사상 최연소 명예 건축학 박사학위를 획득하였으며, 이 학위 수여식에 참여한 월남전쟁 참전용사 대표들로부터 감사의 인사와 함께 사과의 화환을 받으며 마침내 미국내 소수민족으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인간승리의 역사를 기록하였다.

이 이야기는 1992년도에 기록영화로 제작되어 아카데미 기록영화상을 획득하였다. 관심있는 독자들은 가까운 도서관에 가서 Maya Lin이라는 제목을 찾아 감상하기 바란다.

키 한 뉴스타 부동산 토랜스 지사장

(310)968-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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