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운송수단서 첨단 친환경 주거공간으로

2008-10-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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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화물선에 실려 대륙에서 대륙으로 물건을 실어 나르던 운송용 컨테이너(shipping container)가 유행의 첨단이 되는 초현대식 친환경 주택, 사무실로 재탄생하고 있다. 대형 크레이트들을 가득 싣고 수개월씩 바다를 떠돈 끝에 항구에 도착하면 짐을 내린 뒤 빈 상태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정박소 근처 공터에 무수하게 쌓여 있던 컨테이너를 일부 실험적인 건축 및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건물 소재로 사용하기 시작한지 10여년 만에 운송용 컨테이너로 만든 주거 및 사무 공간이 조립식 프리패브(prefab) 건축물 중 가장 떠오르는 부문으로 부각되고 있다.

주택서 호텔까지 용도 다양
가격 저렴하고 내구성 우수

세계 각국에서 오가는 컨테이너는 운송해 온 짐을 내리고 나면 거의 버려지는 상태. 빈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화물선 연료비가 높아서 국가에 따라 빈 컨테이너 수송이 금지되어 있거나 그 누구도 나서서 비용을 부담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컨테이너를 원하기만 하면 다른 어떤 건축 자재보다도 낮은 가격에 훌륭한 건물 기초틀을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컨테이너를 건축용 틀로 개조해 주는 세인트루이스 주재 SC 블록스(Blocks) 관계자에 따르면 대형 컨테이너 가격은 불과 500~2,000달러선.


그런 비용에 비해 컨테이너 하우스가 주는 이점은 상상 외로 다양하다. 웬만한 기후 변동이나 충격을 견뎌내도록 사용된 강철은 일반 건축물에서 가격 때문에 엄두를 낼 수 없는 자재에 속한다. 그러나 미리 만들어진 강철 박스를 개조하면 다른 어떤 건축 재료보다도 지진, 허리케인 등의 악천후에 강하면서, 목재보다 낮은 가격에, 40% 이상 빨리 건물을 완성할 수 있는 것.

이같은 이유 때문에 독일을 비롯한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콘도와 아파트 건설에 컨테이너를 이미 활발히 사용해 왔으며, 우크라이나에서는 유럽 최대 규모의 샤핑몰의 170에이커 건물을 컨테이너로 연결하여 완성한 바 있고, 2012년 올림픽을 앞둔 런던에서는 중국에서 가구, 실내장식 및 기기 등 모든 시설을 완벽하게 제작하여 운반한 뒤 현장에서 쌓아 올리는 작업과 마무리만 해주는 컨테이너 호텔 건설이 성황이다.

미국에서도 수년간 임시비상 주택, 캠퍼스 보조건물 등으로 컨테이너를 활용해 왔는데, 최근 친환경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물 자체를 재활용하는 컨테이너 하우스는 최상의 선택으로 인정받게 되고, 단순히 생태계 보존 차원에서 뿐 아니라 효율성·지속성이 뛰어난 혁신적인 소재로 자리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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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피트 길이 컨테이너 다섯 개로 완성한 웨스트코스트 그린의 쇼하우스 ‘하빈저’(Harbi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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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옆 한 귀퉁이에 7피트10인치 넓이 공간이 남은 자리를 활용하여 만든 컨테이너 사무실 겸 집. 거리를 마주하는 한쪽 면을 모두 유리로 처리하여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디자인하여 1층은 작업실, 2층은 식당, 3층은 휴게실, 4층은 기막힌 전망이 있는 스파로 꾸몄다. 벨기에의 피에터 필링스와 실비아 메르텐스 건축 디자이너 작품.

지난달 북가주에서 개최된 환경친화 기술혁신 컨벤션 및 엑스포 ‘웨스트코스트 그린’(West Coast Green)의 올해 쇼 하우스 또한 컨테이너 하우스가 장식했다. 전 부통령 앨 고어가 키노트 스피커로 참석한 서부지역의 대표 친환경 행사에서 컨테이너 주택이 하이라이트로 선보인 것은 그만큼 그 중요성이 높이 평가되고 있기 때문.

로랜스 그룹(Lawrence Group)이 디자인하고 SC 블록스(Blocks)가 함께 제작한 1,700스퀘어피트의 2층집은 4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다섯 개를 연결하여 완성한 작품. 행사장인 샌호제 컨벤션 센터 내에 직접 만들어짐으로써 컨테이너 하우스 건설의 신속함과 편리함을 입증해 주었다.


지난 2004년, AIA 인테리어 디자인상을 수상했던 클라이브 윌킨슨의 작품 또한 4만7,000스퀘어피트의 창고에 수십 개에 달하는 컨테이너를 나열하여 팔로타 팀워크스사의 로스앤젤fp스 본사 건물을 완성한 것. 기존 건설비 예산의 50%로 최단시간 사무공간을 만들어낸 성공 케이스 중 하나로 꼽힌다.

뉴욕 맨해턴에 초대형 컨테이너 하우스를 전시하여 친환경 현대 인테리어를 보여주고 있는 애담 컬킨은 기존 주택을 개조하여 컨테이너 5개 이상을 더한 3베드룸, 2.5배스룸 하우스를 스퀘어피트당 100달러선에 만들어준다.

이같이 개인 주택, 상업용 건물 및 사무실 등 각종 건축물의 대체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컨테이너 하우스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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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턴에 전시된 디자이너 애담 컬킨의 컨테이너 하우스 내부. 총 12개의 컨테이너를 연결하여 멋진 현대식 주택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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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올림픽을 겨냥하여 런던시 서부지역에 세워진 최초의 컨테이너 호텔. 트래블로지(Travelodge)사 주관으로 중국에서 모든 가구, 기기까지 설치한 완성품을 만들어, 현장에서는 컨테이너를 쌓아올리는 작업만 했다. 일반 건축양식과 비교할 때 기간은 25%, 비용은 10%가 절감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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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디자이너 클라이브 윌킨슨(Clive Wilkinson)이 자선기금 모금행사 주관 전문회사 팔로타 팀워크스의 홈 오피스로 만들어준 컨테이너 사무실. 4만7,000스퀘어피트의 창고를 모두 컨테이너로 채워 단시간에 저비용으로 독특한 인테리어를 완성하여 디자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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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코스트 그린의 쇼하우스 ‘하빈저’(Harbinger)의 건설 현장에 컨테이너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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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피트 길이 컨테이너 세 개를 연결하여 건설된 3베드룸 개인 주택의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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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하우스 ‘하빈저’의 2층 컨테이너가 올려지고 있다.

<고은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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