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캘리포니아 명산을 찾아서- <3>매리온 마운틴

2008-10-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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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명산을 찾아서- <3>매리온 마운틴

샌하신토 마운틴의 깊은 산중을 뚫고 하이킹을 실시했다.

캘리포니아 명산을 찾아서- <3>매리온 마운틴

아직 바위에 얼음들이 녹지 않아 발을 딛는 곳마다 매우 미끄럽다.

구름 속 마운트 볼디 자태 ‘황홀경’

▲매리온 마운틴
(Marion Mountain, San Jacinto Mountains)
등반고도: 3,500피트
거리: 17마일
시간: 10시간

<지난주에 계속>


샌하신토 봉우리를 0.3마일 남겨 놓은 지점에서 아이딜와일드(Idyllwild)에서 올라오는 ‘Marion Mountain Trail’과 만나게 된다. 매리온 마운틴까지는 트레일이 없으므로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샌하신토 정상(San Jacinto Peak)으로 가게 되는데 우리의 오늘 목표는 매리언 마운틴(1만362피트)이다. 이 지점에서 샌하신토 정상과 반대편(남쪽)으로 진 정상(Jean Peak)이라는 산봉우리가 보이고 그곳에서 다시 1마일 정도 남동쪽으로 매리온 마운틴이 있다.

먼저 진 픽(1만670피트)으로 향했다. 이곳부터는 표시된 산행로가 없어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로 산등성이를 넘어야 한다. 아직 바위에 얼음들이 녹지 않아 발을 딛는 곳마다 매우 미끄럽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모두들 침착하게 길(path)을 찾는다. 이윽고 바위무더기가 쌓인 진 픽에 도착하니 11시께가 되었다. 정상 표식으로 된 조그마한 통에 메모를 남겨두고 다음 목적지인 매리온으로 향했다.

원거리에서 바라보니 특출하게 생긴 바위가 보인다. 그곳이 가장 높은 듯하여 그곳으로 향하는데 따스한 햇살로 나무 위에서 떨어지는 얼음 덩어리가 매우 위험스럽다. 이곳저곳에서 우두둑 쏟아져 내리는 얼음 덩어리는 대개 작은 솔방울 정도이나 크게 뭉친 것은 보기에도 위험스럽다. 동계 산행 중에는 헬멧을 쓸 것을 배웠는데, 설마 오늘 그 필요성을 통감하게 될 줄이야.

진 픽과 매리온 중간에 의외로 반듯한 평지가 나타났다. 캠핑장을 연상케 하는 수많은 평지들이 높은 나무들 사이로 나타난다. 아무도 방문객 없는 곳이어서 나흘로의 고독을 즐기는 분들에는 안성맞춤인 자리이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얼음덩이를 무릅쓰고 매리온을 오르니 중간 부분에 2개의 봉우리가 좌우로 나타났다. 간격은 약 300피트 정도. 우측이 좀 더 높아 보여 열심히 올라 갔으나 정상 표식이 없다. 그렇다면 좌측 봉우리인가? 그런데 반대편인 남쪽으로 처음 보았던 높은 바위가 솟아있다. 그 쪽이 더 높은 듯하여 열심히 올라가 본다. 바위 아래까지 도착했으나 약 25피트 높이의 바위 둘레로 골이 파여 있어 등반장비가 없이는 꼭대기는 오를 수가 없다. 바위 옆에서 입맛대로 사진을 찍고 내려와 점심을 하기로 했다.

시간은 12시30분, 한참 배가 고플 때가 되었다. 집에서부터 준비한 도시락을 꺼내고 라면을 끓였다. 도시락밥은 간밤의 기온을 견디지 못하고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여기에 뜨거운 라면을 부어 같이 섞고 각종 반찬을 곁들이니 훌륭한 만찬이 되었다. 식사 중 좌우를 둘러보니 멀리 샌하신토 봉우리를 중심으로 오른편으로 우리가 지나온 진 픽, 왼쪽으로는 뉴톤 트러리 픽(Newton Drury Peak)이 자리하고 있다. 더욱 멀리 샌고프코니오(San Gorgonio)와 마운트 볼디(Mt. Baldy)가 구름바다 위로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매리온에서 보는 새로운 경치는 또 다른 황홀경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식후에 회원들의 가방에서 과일과 후식이 쏟아져 나온다. 커피까지 끓여 먹고 느긋이 일어나려 하니 돌아갈 갈이 막막하다. 사실인즉 저녁에 교회모임이 있어 조금 빨리 하산을 하려고 생각 중이었는데, 다른 회원들에게 부담을 주게 되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때 임 회원이 지도를 들고 말을 건넨다. “지도상으로 진 픽 아래에서 웰먼 디바이드(Wellman Devide)로 직접 내려가는 거리가 매우 짧습니다. 그쪽으로 내려만 간다면 시간과 거리를 많이 절략 할 수 있겠는데요” 실제 지도를 보니 매우 매력적이다. 그러나 등고선이 짧다고 함부로 내려갈 수는 없는 일이다. 만약 절벽으로 이어지면 진퇴양난의 고초에 빠지게 된다. 안전제일이라는 원칙에 벗어나므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자세히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안내책자에서 매리온을 오르고 하산하는 길에 험버 팍(Humber Park)으로 지름길이 있어 이 곳으로 내려간다고 적혀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누군가 임상기 회원이 말한 쪽으로 다녔음이 분명하다. 모두들 그쪽으로 내려가기로 동의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지형 숙지가 되었고 자신감이 붙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약 5마일, 2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매력이 포인트였다.

하산하는 길에 가주 밸리 산악회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짐을 정리하기 위해 텐트를 친 곳에 도착하니 텐트가 납작하게 뉘었고 티켓이 발부되었다. 이유인즉 불법 장소에 텐트를 치고 아무도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는 이유인데 주의를 준 것이었다. 지난밤 바로 캠핑장소 위쪽에 흉가와 같은 건물이 있어 신경이 쓰였는데 낮에 보니 레인저 스테이션(Ranger Station)이라고 간판이 걸려 있다. 짐을 챙겨 트램(tram)으로 내려오니 4시30분이었다. 24시간의 산행은 이렇게 마감을 하였는데 처음 구경하는 얼음 나무숲과, 비바람 폭풍우, 매리온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에 간직하고 6명의 설암회원들은 10번 프리웨이를 따라 집으로 향한다.

<설암산악회 김인호>
(Suramhik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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