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타디자이너 클라이브 윌킨슨 할리웃 주택 인테리어 엿보기

2008-09-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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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파격·인간미 넘친 예술공간

마운틴 뷰에 위치한 구글(Google) 본사 실내장식으로 지난해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스타 디자이너 클라이브 윌킨슨(Clive Wilkinson)이 직접 실내장식을 마친 웨스트할리웃의 집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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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현대 감각으로 디자인된 계단과 아래층. 테이블 위의 소품들과 벽장식이 제각각 다른 개성을 담고 있어 불균형적이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리빙룸은 문 대신 긴 커튼
유리창 연결된 수영장 눈길
구글 본사 인테리어로 화제

사무실 및 상업용 건물 실내 디자인만을 전문으로 해온 윌킨슨이 주택 인테리어 작업을 했다는 자체가 관심거리. 53세의 건축 디자이너는 그 같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동안 보여준 남가주 유명 건물들만큼 파격적이면서 자유로운 인간미로 가득 찬 공간 예술을 창조해 냈다.
스터코와 목재를 섞어 가공되지 않은 천연미를 추구한 주택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간결하고 개방적인 윌킨슨 고유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또한 자연적 요소를 내포하는 동시에 지극히 인위적이고 산업적인 현대 건축의 특징을 살려 독특한 배합과 밸런스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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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 훤히 내다볼 수 있게 유리창으로 연결된 수영장. 등받이를 조절하는 퓨턴 스타일 의자가 특이하다.

구체적인 디자인을 살펴보면, 먼저 직사각형 대지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앞뜰을 중심으로 ㄱ자형 레이아웃에 매스터 침실, 부엌, 식당, 리빙룸을 자리 잡은 것부터 인상적이다. 코트 야드 분위기의 뜰과 수영장을 내다볼 수 있도록 모든 방에 대형 유리창을 설치하였고, 리빙룸은 수영장으로 이어지는 반 야외 패티오에 자리하여 긴 커튼이 문을 대신해 준다. 캘리포니아의 기후를 적절히 이용하여 실내외를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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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옆에 위치한 리빙룸은 긴 커튼이 문을 대신해 주는 반야외로서, 자연스럽게 실내와 실외를 연결해 주는 레이아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이 집 전체를 커다란 우주로 간주하고 개별적인 작은 행성들을 서로 연결되도록 배치한 노력은 아래층 중심에 이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설치한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계단 옆으로 문이나 천정 없이 식당과 부엌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도록 설치하여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공동 구역은 모두 완전히 열린 공간으로 구성한 셈이다.
침실과 작업실의 천장, 벽, 그리고 식당 및 부엌 가구 등을 목재로 사용했는데, 나무와 합판의 거친 분위기를 심플한 현대 가구와 매치시켜 세련되고 감각 있게 처리한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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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겸 화실은 무수한 미술, 디자인 및 건축 서적을 모아놓은 책장과 윌킨슨 자신이 그린 그림, 그리고 프랑스의 유명 가구사 리네로제의 의자와 디자이너 타카시 무라카미의 쿠션으로 장식했다.


아래층 실내장식이 개방적이고 강렬한 느낌이라면 개인적인 은밀함을 필요로 하는 작업실과 침실은 아기자기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곳. 작업실은 반으로 나누어 한쪽에 화실 겸 서재를, 그리고 다른 한쪽에 사무실을 꾸몄는데, 특별히 문을 설치하지 않았는데도 두 공간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따라 완전히 다른 두개의 방처럼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만들었다.
화실 쪽에는 윌킨슨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과 유명 유러피안 디자이너 가구로 장식하여 스타일리시한 느낌을, 반면 사무실 쪽은 투박한 나무판으로 천장과 벽을 덮어 전형적인 건축 사무실 느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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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유명 가구사 자노타 커피테이블과 패트리샤 우르키올라의 테이블 의자가 벽난로 앞에 나란히 놓여 있다. 벽 오른쪽에 보이는 스크린은 스테레오 시스템과 케이블 박스를 숨겨놓은 벽장.

한편 이층 침실에는 작은 테라스를 만들어 대나무로 장식하고, 바닥에 자갈을 깔아 바닷가 분위기를 냄으로서 집안의 다른 공간과 현저하게 차별화 되는 은밀한 개인 공간을 만들어 냈다.
클라이브 윌킨슨은 사우스 아프리카에서 출생하여 런던 아키텍처럴 어소시에이션에서 건축학을 전공하여 네덜란드의 급진보주의 건축가 렘 쿨하스와 건축계의 신화적인 인물 피터 쿡 등의 거장들로부터 사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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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 테라스를 대나무와 자갈로 장식하여 자연에 다가서는 휴식처 느낌을 강조했다. 옆 벽면에도 하늘과 나무를 볼 수 있는 작은 창을 마련하고, 선명한 색상의 디자이너 의자로 액센트를 주었다.

졸업 후 호주, 사우스아프리카, 영국 등지에서 활동하다가 1991년 로스앤젤리스에 건축 디자인 사무실을 열었다. 5년가량 차고 사무실에서 혼자 작업하면서 어려운 시간을 겪었지만, 광고회사 TBWA\Chiat\Day의 플라야 비스타 본사 건물 인테리어를 1998년 완성하면서 하루아침에 스타 디자이너로 부각되었다. 12만스퀘어피트 사무실 중앙에 대형 농구장을 설치하고, 전 직원이 금요일 오후마다 ‘물고기 밥 주는 시간’을 누리도록 2,000갤런짜리 초대형 어항을 만들어 화제가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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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킨슨의 개방적인 스타일이 선명하게 표현된 주방과 식당. 시원스럽게 열린 공간 중앙에 자리한 대형 테이블은 윌킨슨의 아버지가 직접 깎아서 만든 수공품이다.

그 후 영화사 폭스(20th Century Fox) 사무실을 비롯하여 다양한 영화, 디자인계 관련 상업용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지난해 인터넷 자이언트 구글사(Google)의 사무실 디자인이 극찬을 받으면서 남가주 대표 건축 디자이너로 자리매김 했다.

<고은주 객원기자·사진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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