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레마을 - 부모는 거름, 자녀는 열매

2008-09-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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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것들은 외부로부터 받은 만큼 내어놓게 되어 있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크게 텃밭을 만들어 거기에 각종 채소와 수박, 참외, 토마토 등도 심었는데 유기농에 필요한 거름이 많이 간곳과 물을 많이 먹은 쪽의 채소와 과일들이 크기와 맛이 다름을 새삼 알게 됩니다. 그중 수박과 참외는 물을 얼마나 잘 주느냐에 따라 크기가 결정되고 햇살이 좋으면 당연히 단맛이 일품이지요.

텃밭은 제가 그리 관여하지 않고 이곳 식구들이 놀이삼아 관리하도록 담당자를 정해 놓았는데 담당자가 전문가가 아니라 돌보는 것이 어설프지만, 나름대로 재미붙여 하는 모습과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고 그냥 내버려두었습니다. 그래도 그것이 잘 자라서 많이 부족하지만 올 여름 이곳 식구들과 방문하시는 분들의 입을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물이 잘 가지 않은 곳의 참외와 수박은 잘 자라지도 못한 채 말라가는 것들도 많았습니다.

건강한 음식을 적당히 잘 먹으면 그 음식을 소화하면 몸은 건강할 수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자연으로부터 얻은 식물을 골고루 잘 먹으면 특별한 영양결핍에 걸리지 않고 잘 자랄 수 있습니다. 요즈음 아이들 식단을 보면 특정한 음식에 영양 또한 편중되어 자라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몸집은 비대한데 어느 한쪽 무엇인가 결핍되어 있는 것이지요.

마음과 정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서부터 사랑과 평화, 기쁨과 행복을 먹고 자란 사람은 성장해서 그것을 내어놓게 되지만, 미움과 외로움, 부모의 갈등과 싸움을 보고자란 사람은 성장해서 그것을 내어 놓게 되는 것입니다.

올해는 유난히 마약을 하는 청소년들이 두레마을을 지나갔습니다.

마약을 하면서 우울증과 정신분열을 겪는 학생들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마약을 하게 된 대부분의 동기가 생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무척이나 외로움에 떨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부모가 사는 것에 대해 어려운 모습을 보이거나 싸우거나 이혼하거나 하게 되면서 외로우니까, 가정이 행복하지 않으니까, 다가갈 수 있는 또래 집단이나 같은 아픔을 지닌 사람들끼리 모여서 마약을 했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사정도 들어보면 이민생활의 어려운 단면을 느낄 수 있기에 더욱 안타깝기만 합니다.

다행히 이곳에 한 두달 머물면서 가족관계가 회복되고 아이에게 필요했던 물과 양분이 공급되면서 좋아지는 경우를 볼 수 있는 건 그나마 다행한 일입니다. 채소는 한번 골병들면 회복이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사람은 어떻게 돌보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브라이언이 이곳에 온지 한 달이 다 되어갑니다. 4년여 담배와 마약속에서 정작 먹어야 할 것은 먹지 못하고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을 먹어서 온 몸과 마음이 물과 양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말라 비틀어진 수박처럼 되었지만 몸과 마음이 매일 좋은 것들을 충분히 먹어서인지 이젠 제법 평화로운 모습과 웃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어서 두레마을 식구들에게 또 다른 보는 즐거움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자녀들에게 현재의 몸과 마음을 위해 좋은 것들을 잘 먹여서 미래에 좋은 열매를 맺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바쁘고 느리게 가더라도, 조금 덜 벌더라도, 부부간에 서로 못마땅한 부분이 있더라도 우리들의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주기위해 노력합시다. 우리의 자녀들이 우리들의 좋은 열매가 되어야 하니까요.
조규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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