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펑키 로맨틱을 만나다

2008-08-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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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키  로맨틱을 만나다

2년째 매출 500만달러를 올리고 있는 213 인더스트리의 미셸 김 CEO와 직원들이 환한 웃음으로 인사하고 있다.

MK2K 디자이너 겸 CEO 미셸 김씨

부틱 운영 어머니 영향 베스트 드레서로 뮤지컬 배우 꿈꾸다 패션업계로
여자의 솔직한 마음 옷으로 표현 5년전 시작 매출액 2년 연속 500만달러

“내가 입고 싶은데, 보이지 않는 옷을 디자인한다” 패션디자이너보다는 트렌드세터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미셸 김 대표(MK2K·213 Industry)를 만났다. 블랙 숏팬츠에 블랙 탑, 블랙 베스트, 그리고 차가운 느낌이 나는 메탈릭 목걸이와 뱅글이 그녀의 시크한 감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눈에 확 들어온 아이템은 그녀의 손목을 빛내는 큼지막한 남성용 시계, 성공한 남자의 상징이라는 롤렉스시계였다. 어려서부터 특이한 걸 좋아해서 남자시계를 즐겨 찬다는 그녀는 패션에 대한 확신이 강해 보인다. 미셸 김의 이니셜이기도 하지만, 밀레니엄에 2,000만달러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의식을 담은 컨템포러리 라인 ‘MK2K’와 펑키 로맨틱 노블티 룩으로 젊은 여성들을 사로잡고 있는 영 컨템포러리 라인 ‘213 인더스트리’(213 Industry)의 디자이너 겸 CEO 미셸 김씨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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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세터라 자부하는 여성들에게 각광받는 컨템포러리 라인 MK2K와 영 컨템포러리 라인 213 인더스트리의 미셸 김 CEO

“올 가을 여성복 패션 트렌드요? 허리 라인이 드러나는 ‘피트’(fit)한 스타일에, 클래식하고 엘레강스한 룩이죠. 그런데, 참 오래 전 이야기 같네요. 지금 우리는 2009년 봄·여름 컬렉션을 출시하고 있거든요.”

2년 연속 500만달러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는 그녀다. 불경기만 아니었다면 올해 700만달러는 거뜬히 넘겼을 것이다. 5년 전 크레딧 카드 4장과 현금 1만5,000달러의 소자본으로 설립한 영 컨템포러리 라인 ‘213 인더스트리’(213 Industry)는 LA 다운타운 지역번호에서 이름을 딴 브랜드이다. 213 인더스트리와 MK2K라는 브랜드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녀는 심플한 걸 좋아하고 위트가 넘친다.

디자인이 난해하다거나 기교가 들어가 있지도 않다. 그냥 여성스럽고 귀엽게 때로는 섹시하게 보이고 싶어 하는 여자의 솔직한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다. 펑키하고 재미있는 디테일로 포인트를 주었고, 200달러가 넘는 프리미엄 진에 매치되는 60달러 짜리 탑을 내놓아 ‘칩 앤 시크’(cheap & chic) 스타일을 유행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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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2K 롱 슬리브 V넥 드레스.

“213 인더스트리는 프린트가 강하고 컬러도 발랄한 펑키 로맨틱 라인이고, MK2K는 디테일한 베이직이 강조된 컨템포러리 라인이에요. 개인적으론 페미닌한 느낌이 가득한 MK2K를 즐겨 입어요. 블랙을 중심으로 베이지, 그레이, 올리브, 화이트 등의 톤 다운된 컬러가 제 취향과 유사하거든요. 그리고,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오개닉 린넨이나 면 등 천연섬유를 재질로 사용해 부드러운 느낌이 묻어나죠.” 스웨터 라인으로 출발해 저지 탑과 드레스 등으로 확대해 간 컨템포러리 라인 ‘MK2K’는 정말 그녀를 닮았다.

스웨터 라인으로 출발 저지 탑과 드레스 등으로 브랜드 확대
컨템포러리 MK2K 무채색의 차분함에 화려한 디테일로 각광

컬러는 뉴트럴하고 심플한 대신 소재는 독특한 개성과 다양한 디테일을 표현하고 있다. 무채색의 차분함에 볼륨감과 곡선이 살아나 전체적으로 페미닌한 느낌을 준다고 할까. 무엇보다 목부터 무릎까지 매끈하면서 가늘게 떨어지는 실루엣이 ‘클래식’ 그 자체이다.


“미국 여성은 바디 라인이 잘 드러나는 스타일을 선호하고, 유럽 여성은 루스(loose)하면서 자유로운 스타일을 좋아하죠. 이에 반해 한국 여성은 일자형을 즐겨 입는 특징이 있어요. 그래서 디자인을 할 때 많은 고민을 하게 돼요.” 213 인더스트리와 MK2K가 미국 내 유명 부틱과 유럽의 멀티샵, 일본과 한국의 명품 백화점에서 골고루 인기를 누리는 이유가 바로 그녀의 사려 깊음에서 비롯된 듯하다.

한국에서 스타일리스트, 메이컵 아티스트로 활동했고, 패션이 좋아 자바 쇼룸 세일즈를 했다. 세일즈를 할 때도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디자이너보다 더 잘 팔리는 디자인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패션 디자인은 기초를 알아야했다. 패턴메이커와 마찰이 잦아지면서 FIDM에 등록, 본격적으로 패션 공부를 했다.

어릴 적 그녀에게 패션은 동경의 대상이 아니었다. 쿠틔르 부틱을 운영한 어머니 덕분에 학교에서 늘 베스트 드레서였고, 유명 디자이너가 그녀를 위해 디자인한 옷을 입고 자라다보니, 세상에서 한 벌 밖에 없는 옷을 입는 걸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일상에 불과했다고 할까. 공예가 좋아 늘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했고, 커서는 뮤지컬 배우를 꿈꾸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는 ‘옷’보다는 ‘사람’이 튀는 걸 좋아한다.

“패션업계에 뛰어들게 된 건 선뜻 지갑을 열게 만드는 노블티 라인을 만들고 싶어서죠. 그렇잖아요.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면 가격표가 400-800달러 이상이라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스타일과 상관없이 입고 다닐 수도 없고. 샤핑을 하다보면 항상 그게 고민이었어요. 하지만, 이제 내가 입길 원하는 스타일을 디자인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적당한 가격에 판매하는 걸 고민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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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샤핑몰 ‘샵밥닷컴’에 에디터 선정 아이템으로 올라있는 MK2K 스트라이프 슬립리스 탑.

한국, 뉴욕, 달라스, 애틀란타, 유럽 등지에서 열리는 패션쇼와 마켓 참가를 위해 숱하게 출장을 다니면서도 실제로 옷을 사 입는 경우는 드물다는 그녀. 3단 서랍장을 가득 채울 만큼 애완견 옷은 많아도 정작 그녀의 옷장 속은 비어 있는 것도 아직까지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는 것이 힘들고, 하이엔드 브랜드는 여전히 ‘노우’(No)를 고집하기 때문이라고.

그래도 요즘 필이 꽂히는 디자인을 찾아 흐뭇하다. 스웨덴 브랜드 ‘와이레드’(Whyred). 블랙과 무채색 톤을 이용한 모던 스타일로, 깨끗한 라인과 단정한 형태, 기발한 디테일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음악과 미술에서 영감을 받아 지적인 디자인 컨셉이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하고 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다보니, 그녀가 입고 싶고 디자인하고 싶은 옷은 따뜻한 지성과 시크한 감성을 소화한 옷이 아닐까 싶다.

MK2K는 부틱 샵 ‘인터믹스’(Intermix)와 ‘프레드 시갈’(Fred Segal), ‘매디슨’(Madison), 온라인 샤핑몰 ‘샵밥닷컴’(shopbop.com)과 ‘핑크매스카라닷컴’(pinkmascara.com)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하은선 기자·사진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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