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 바라보기- 요즘 간절히 생각나는 밥상

2008-07-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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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탕퉁탕, 드르르르.
요즘 하루 종일 내가 듣는 음악소리이다. 목수 아저씨의 톱질소리, 벽을 뚫는 소리, 일꾼들이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라틴 음악. 이 모든 소리들이 골고루 맡은 일을 해내며 하루하루 오래된 우리 집을 신나게 바꾸고 있다. 반면 나는 직접 일을 하지는 않지만 계획을 세우고, 사람들을 만나고, 정보를 수집하고, 그동안 내가 알아낸 취향에 맞추어 하나 둘 그 동안의 계획을 진행한다. 그러며 말로만 듣고, 그저 귀로만 흘리던 여러 가지 일들을 직접 체험하며 얻어가는 것도 배운 점도 모두 수첩에 기록하며 사진에 담으며 그렇게 정신없이 지낸다.

먼저 많은 사람들 중에 나와 맞는 사람을 찾기까지가 시간이 걸렸고, 다음은 경제적으로 절약하기 위하여 기본적인 자재를 제외하고는 우리 가족은 시간이 나는 대로 자재를 구입하러 다닌다. 그러며 평생 요즘처럼 이렇게 돈을 쓰며 살아본 적이 없는 나는 계산대 앞에서는 늘 성적표를 받기 전 고등학생 얼굴을 하고 서 있다. 이렇게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그 많아 보이던 한 달이 지갑에 돈처럼 그렇게 모두 빠져나가고, 나는 오늘 오후는 벼르고 벼르던 밀린 빨래를 하러 빨래방을 찾아 빨래를 능수능란하게 처리하고 산타할머니처럼 빨래를 양 어깨에 메고 두 번 차에 실어 날랐다. 그러며 나도 모르게 한 마디 혼잣말이 나왔다.


“아, 오늘은 정말 한국에 가고 싶다.”

이렇게 바쁠 때, 이렇게 내 몸이 힘들 때 엄마가 지어주신 밥에 가락시장에서 막 사온 통통하고 키가 큰 고등어와 김치 냉장고에서 막 꺼낸 시원한 김치에 엄마 된장찌개를 먹으면 나는 이 빨래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손가락 하나로도 막 돌릴 수 있을 텐데하며 궁시렁대었다.

예전에는 엄마가 차려준 밥도 늦었다는 핑계로 안 먹고, 반찬 투정으로 안 먹고 나가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내가 놓친 그 엄마의 밥상들이 요즘 그렇게 생각날 수 없다. 정말 그 때의 내가 미쳤었나보다.

아, 오늘은 엄마의 오이지무침도 생각나고, 오이냉국도 생각나고, 시원한 파래무침도 생각나고, 우거지에 커다란 멸치와 함께 된장에 졸인 것도 생각나고, 배추김치 속에 박힌 커다란 무김치도 생각이 나고, 정말 오늘 하루 종일 엄마의 밥상 생각으로 별별 청승을 다 떨었다. 임신한 것도 아닌데 자꾸 엄마 밥이 그립다.

그래서 오늘은 아직 부엌이 완성되지 않은 관계로 한국시장에 들러 처음으로 오이지무침을 사서 저녁식사를 하였다. 그러나 가짜 오이지무침인지 그리 기운이 나는 것 같지 않았다. 때마침 엄마가 전화하셨다. 실은 매일매일 이 시간이면 전화하신다. 얼마나 힘이 드냐고, 평소 같으면 웃으며 이야기를 했을 텐데 오늘은 엄마 밥이 너무 그립다고 말해버렸다. 엄마 밥을 먹으면 기운이 날 것 같다고 그러며 괜히 눈물이 났다.

에잇! 서른 중반에 먹을 것으로 울다니 거 참. 그래도 먹고 싶다. 정말

김정연
<화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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