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향해‘성큼 성큼’
형이상학적이면서 도전적이고 3차원적인 이미지 물씬
컬러는 블랙과 메탈릭, 디자인은 오르간 파이프 관 연상
파리의 그랑 팔레를 장식한 칼 라거펠트의 샤넬(Chanel) 제국은 50피트 높이의 오르간파이프만큼이나 도전적이면서 3차원적인 이미지를 풍겼다. 지난 봄 컬렉션에서 상큼 발랄한 걸리시룩으로 환호를 받았던 샤넬의 가을/겨울 컬렉션은 무거운 느낌의 성숙한 여인으로 변모했다.
오르간파이프를 모티브로 한 샤넬 그레이 원피스.
대표적인 건축물인 그랑 팔레의 역사와 어우러져 바닥에서 천장까지 오르간파이프가 원형 런웨이 중앙에 자리 잡았고, 패션쇼 내내 오르간 음악을 틀었다. 콘서트에서 본 ‘파이프 오르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칼 라거펠트가 꾸민 2008/09 가을·겨울 오트 쿠틔르 컬렉션의 주요 컬러는 블랙과 메탈릭,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파이프 관을 연상시키면서 디테일과 볼륨감이 눈에 띄었다.
번쩍거리는 파이프를 연상시키듯 블랙과 메탈릭이 적절히 조화된 샤넬 코트.
멀리서 감상하기보다는 코앞에서 자세히 들여다봐야 섬세함을 감지할 수 있는 컬렉션으로, 칼 라거펠트 특유의 날카로운 테일러링이 빛났지만, 웨어러블하고 세련된 이미지라고 하기엔 형이상학적인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레이 트위드 드레스와 짙은 울 코트 등은 플롯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고, 과장적인 퍼프소매나 블랙 스트립 패브릭의 금박 코트는 번쩍거리는 파이프를 연상시킨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샤넬 트위드 재킷.
‘예술적인’‘자유로운’‘도전적인’등과 같은 형용사로는 부족한 이번 칼 라거펠트의 컬렉션은 지난 봄 홍콩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모바일 아트 파빌리언처럼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
<글 하은선 기자·사진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