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각하는 삶- 큰 커뮤니티 광장과 한인회

2008-06-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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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회의 신임회장 취임식을 보면서 오늘날 한인회의 역할과 그 외 한인사회 연계성, 그리고 미래의 한인사회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한인회가 45년간의 역사를 만들어 오면서 논점과 쟁점의 초점이 된 적도 많았지만, 묵묵히 기본적인 사회봉사를 해온 것은 사실이다.

소셜 서비스 안내와 직간접으로 직업안내와 각종 정보제공 등 하루에도 무수한 전화와 면담으로 교민봉사를 해오고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노인회관 건립 등도 좋은 예의 하나로 한인회의 리더십으로 만든 성공적 프로젝트라고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필요한 서비스 제공에도 불구하고, 한인회가 많은 한인들에게 공감대를 지니는 단체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바 또한 공감하는 사실일 것이다. 그것은 한인회뿐 만아니라 여느 한인 단체가 가지고 있는 조직적 문제와 한인회 특유의 상황이 맞물리기 때문인 줄 알고 있다.

그와 관계되어 지적되는 이슈들을 손꼽자면 첫째는 전문 경영인의 부재로 영속적 프로그램의 결여와 운영자금의 부족이다. 전문 경영인은 사업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이들의 활동이 프로그램 아이디어와 운영자금 개척을 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지속적 활동은 필수불가결이다.


둘째는 대체적인 비영리 사단법인체에 대한 이해와 인식부족으로 인해서 운영방식이 비영리법인체 운영과 원칙에 기대 미달인 경우가 많아 향상 발전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빈약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남성 위주의 네트웍으로 인해 적법성과 합리적인 의견교환으로 수순을 밟음으로써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민주주의적 논리를 지키기보다는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편법 졸속 결정과 해결이 빈번했다고 보아진다. 필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을 폄하하자는 것은 아니고 다만 남성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이슈해결 방법을 일컫고자 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parliamentary rule도 또 다른 원인일 것이다.

넷째는 모두가 인지하는 바이지만 한국 지향적인 생각으로, 한인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한인회를 한국 정치참여의 발판으로 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계속되어 온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많은 전직 한인 회장단들과 이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직적 결속과 효율성이 높은 단체로는 성장키가 어려웠다.

그 결과 한인회 위상에 손상이 누적되어 왔고 실지로 적지 않은 한인들이 한인회가 무슨 일을 하는 단체이기에 식을 줄 모르는 불화의 근원이 되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어 해왔기 때문에 한인회에 이사나 임원으로 봉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의아한 시선으로 격하시키는 분위기도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참여치 않고서 무언가 저절로 바꾸어지고 변혁되어 새롭게 변신되기만을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은 내손은 더럽히지 않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노력 없이 좋은 것만 취하겠다는 것이니, 그런 이들은 한인회를 비판할 자격조차 미달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기보다는 한인회에 직간접으로 참여해 교민사회 성장과 성숙에 발맞추어 발전할 수 있는 단체로 키우는데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뜻있는, 실력 있는, 자격 있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숨어있는 보석 같은 사람들을 발굴해 그들이 함께 한인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감성적, 정신적, 물질적 바탕을 마련해주려고 애쓰는 그런 한인사회 풍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한인회 스스로는 모든 여타 한인타운 단체가 정말 존경하고, 인정하고, 따를 수 있는 단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야말로 한인사회의 대표성을 갖고 한인 목소리를 합치는데 힘을 써야 하는데 물론 이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줄 안다. 허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선 모범이 되는 단체가 되어야 하고 다른 여러 한인 단체들을 연계해서 그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여, 유명무실하지 않는, 세밀히 짜인 커뮤니티 네트웍 위에 한인회를 올려놓음으로 해서 명실상부하게 한인회가 대표성을 갖게 되고 아울러 그에 이어 큰 커뮤니티 광장이 만들어지는 일에 역점을 두었으면 한다.

그러면서 신임회장이 발표한 좋은 프로그램과 아울러 타 단체가 하고 있지 않은 사업들을 찾아 하면서 큰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단체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 너무나 간절하다.

로라 전
<전 건강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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