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고로 유행하면서도 유행 안타는‘잇-백’설계

2008-06-21 (토)
크게 작게
최고로 유행하면서도 유행 안타는‘잇-백’설계

스와로브스키 액세서리 디자인 신인 디자이너 후보로 CFDA 패션어워드 시상식에 참가한 조이 그레이슨.

최고로 유행하면서도 유행 안타는‘잇-백’설계

시나몬 컬러의 그레이슨 컬렉션 ‘매디’(Maddie) 가방.

최근 ‘잇-백’(It bag·최고 유행 가방이라는 뜻)으로 사랑 받는 뉴 브랜드가 있다. 한인 디자이너 조이 그레이슨이 디자인한 ‘그레이슨’(GRYSON)이다. 전 세계 패션 리더들을 열광시킨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의 잇백 ‘스텔라’ ‘소피아’ ‘조’의 디자이너였던 조이 그레이슨이 2006년 가을 자신의 이름을 따서 출시한 브랜드이다. 런칭 당시 뉴욕타임스는 그녀를 ‘액세서리 건축가’라고 칭했다. 그리고 2년 후, 조이 그레이슨은 ‘2008 CFDA(미국 패션협회) 패션 어워드’ 스와로브스키 어워드 액세서리 디자인 부문 신인 디자이너 후보 3인에 지명됐다. 비록 수상의 영예를 누리진 못했지만, 그녀의 브랜드 ‘그레이슨’은 출시 2년 만에 패션계로부터 디자인의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세월이 지나도 유행을 타지 않을 스타일이 ‘잇-백’의 조건이라 말하는 핸드백 디자이너 조이 그레이슨(34)을 인터뷰했다.

핸드백 디자이너 조이 그레이슨

HSPACE=5
마크 제이콥스의 잇-백 디자이너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그레이슨’(Gryson) 브랜드로 미국 차세대 액세서리 디자이너 대열에 오른 조이 그레이슨


어릴 적 꿈은 건축가
마크 제이콥스서 2년전 독립
실용성 겸비한 독창성 두각

■ 자연, 사람과 조화 이루는 디자인

“그레이슨(Gryson)은 실용성이 강조된 럭서리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디테일과 컬러, 재질, 그리고 테크닉에 관심을 두는 편이에요. 눈에 잘 띄지 않는 세밀한 디테일에 감동할 줄 아는 명민한 여성들을 위한 가방이라고 할까요?”

그레이슨 백의 특징을 말하라면, 실용성과 기능성을 겸비한 시크한 디자인이다. 마크 제이콥스의 액세서리 라인(가방·구두)을 총괄하던 디렉터 시절부터 재질과 컬러 혼합을 좋아했고 남성다움과 여성스러움의 조화를 고민해 왔던 그녀에게 ‘잇-백’의 생명은 실용성이다. 빈티지풍 가죽을 사랑하지만 모던한 장식을 가미하는 것도 기능성을 고려해서다.

“유행한다는 건 모든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한다는 것이죠. 들고 다닐 때 편하다는 얘기에요. 아무리 화려하고 사치스럽고 예쁜들 전혀 실용성이 없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에요. ‘나한테 필요한 게 무얼까’라고 생각해 만들다보니 그게 잇-백이 돼 있더라고요.”

그레이슨 백의 디자인은 재질에서 출발한다. 그녀가 보기에 완벽한 가죽, 혹은 다른 가죽들의 컴비네이션을 찾아 헤맨다. 지난해 최고급 이탈리아산 송아지 가죽으로 히트를 한 것도 이런 노력 덕분이다. 다음은 하드웨어의 디자인. 특정한 방식의 꼼꼼한 드레이프, 철저한 수공예 짜임이 특징으로 미묘한 차이가 전반적인 디자인을 좌우한다. 마지막으로 컬러. 그레이슨 백은 흙이나 모래 같은 자연색을 닮고 싶어 한다. 그렇다고 마냥 내추럴한 것도 아니다. 지적인 아름다움이 풍기면서 살짝 튀는 듯한 느낌이 난다. 내추럴 팔레트에 재미있으라고 물 한 방울 떨어뜨린 이미지가 그레이슨 백이다.

랑방의 디자이너 알버 알베즈에게 자극을 받고,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의 디자인이 그녀에게 웃음을 선사하듯 그레이슨 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숨겨진 재미를 발견하고 웃길 바란다.

HSPACE=5
그레이슨 가을 컬렉션 ‘알렉사’(Gryson Alexa)는 출시도 되기 전부터 올리비아 백에 이어 ‘잇-백’ 대열에 올라 있다.


# 상반된 아름다움이 주는 시크한 디자인

“올 가을 컬렉션은 형태와 구조, 건축학적 라인 모두 중세 모더니스트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건축가 중에서 프랭크 로이트 라이트를 특히 존경해요. 그의 건축은 광활한 미국의 풍토를 배경으로 고도의 기술문명을 구사하면서 그 토양과 조화되는 유기적인 건축설계를 전개시켜나가죠.

마찬가지에요. 극과 극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움이 2008년 가을 컬렉션의 디자인 컨셉입니다”

어릴 적 조이 그레이슨의 꿈은 건축가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곧잘 그녀는 가방 디자인을 ‘설계’에 비유한다. 가방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며 빌딩을 설계하듯이 버클에 핸들, 지퍼, 주머니, 안쪽 칸막이 등등이 가방 디자인 역시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르니와 스텔라 매카트니를 즐겨 입는 그녀는 모던하면서 다운타운 캐주얼 스타일로 액센트 주기를 좋아한다. 스카프나 벨트, 누구나 쳐다보게 만드는 한 켤레의 구두 같은 액세서리로 멋내기를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핸드백은 물론 ‘올리비아’(다섯 살짜리 그녀의 딸 이름을 딴 핸드백)에요. 하지만 이제 올 가을 출시되는 알렉사(Alexa) 백으로 바뀔지 모르겠네요. 지금 2009년 봄 컬렉션을 디자인하고 있는데 다음 시즌에 나올 핸드백들에 벌써 기대감이 앞서요”

그녀는 한국에서 태어나 고아원에서 자랐고 세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됐다. 퀸즈 고등학교와 FIT를 졸업하면서 한국 친구들도 많았고, 언니와 오빠도 있지만 역시 가장 친한 사람은 남편이자 비즈니스 파트너인 피터이다. 캘빈 클라인에서 일하면서 피터를 만났고 몇 년 후 결혼에 골인했다.

FIT에서 머천다이징을 전공한 그녀는 리즈 클레이본에서 있을 당시 마크 제이콥스와 몇 번 일한 경험으로 2002년 마크 제이콥스에 특채됐다. 올리비아를 임신했을 때 한 달에 몇 번씩 밀라노와 뉴욕을 오가는 바쁜 생활이 싫어 마크 제이콥스를 그만두었고, 2006년 가을 ‘그레이슨’을 런칭했다.
HSPACE=5
이탈리아산 수제품 ‘그레이슨 페리부츠’.

전체적으로 약간 바란 듯한 그레이, 브라운, 머시룸, 블랙 등 빈티지풍 그레이슨 백이 출시되자마자 유명 백화점인 ‘버그도프굿맨’이나 ‘니먼 마커스’가 곧바로 입점시켰고, 예약자들이 줄을 이으며 새로운 ‘잇-백’의 탄생을 알렸다.

“핸드백이 지닌 3차원적 관점이 좋아요. 액세서리 디자인에만 사용하는 인체공학적인 설계나 테크닉, 구조도 심취할수록 흥미로운 분야이죠. 무엇보다도 핸드백은 매일 들고 다니는 패션 아이템이잖아요. 세월이 지나도 유행을 타지 않아 평생 사랑받는 백을 디자인하는 것이 제 꿈이에요”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