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칼럼- 아름다운 황혼을 위하여

2008-06-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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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쿠 선생님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잘못 했습니다.” 나의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어느 날 자식인 나에게 이처럼 죄스러움을 표하며 쩔쩔 맨다고 생각해 보았는가? 농담도, 장난도 아닌 이런 황당한 일들이 요즈음 사회에 종종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가 확 반전해서 “네 이년! 나는 사흘째나 굶겨놓고 니들끼리 어디 가서 뭘 처먹고 오느냐?”

좀 심한 표현인 것 같지만 역시 주위에서 치매에 걸린 부모님과 함께 사는 사람들의 웃지 못 할 실화이다. 인자하고 훌륭하셨던 우리 부모님이 이렇게 변하는 것은 이제 남의 일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이미 ‘노령화 사회’로 변해가고 있고 미국의 노인복지 자금이 바닥을 향해가고 있다고 불안해 한다. 여러 단체와 미디어 채널을 통해 그 심각성을 토론한 것을 몇 번 보았다.

그렇다면 우리 세대는 이제 어떻게 안정되고 멋진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사회복지가 받쳐 준다고 하더라도 그 혜택을 받지 못 할 만큼 스스로의 정신건강 상태가 온전치 못하면 또 고민이다.


치매로 또는 자식과 주위 사람들의 괄시로 추하게 늙어가는 어른들을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살아 갈수록 자신이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마음의 평화를 가질 필요가 있다. 주위에 친구들도 그 일에 조력자가 될 수 있는 동반자도 만들어놓자. 사사건건 꼬장꼬장 따지고, 특히 미국 스타일이라는 이름으로 인정머리가 없이 수(고소, 고발)나 즐기며 법을 앞세우는 마음가짐도 좋지 못하다. 총으로 흥한 자는 총으로 망하고 소송하기 즐기는 자는 틀림없이 소송을 당해 망하는 것을 보았다.

마음의 여유, 너그러운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융통성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자세는 젊어서부터 연습을 해야 한다. 세상 얼마나 아름다운가. 소송이라는 것이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고 전부가 아는 사람들이다. 애초부터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아니고 만남과 헤어짐에서 기대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면 위와 같은 일화는 한 단면에 불과하고 치매환자가 있는 집안에는 웃지 못 할 사건들을 듣는데 어렵지 않다. 치매의 적은 고독이라고 한다. 그 동안의 삶이 윤택하고 바쁘고 화려 했을수록 치매병에 더욱 위험하다는 학설도 있다. 이는 그만큼 주위의 사람들이 더 많이 없는 것 같고 더 외롭게 느끼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치매와 관계없이 인생을 연장해 갈 수 있을까?

그것은 여러 전문인들과 학자들의 한결같은 처방인데 쉼 없이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늙어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늘 머리를 쓰고 창작을 하는 예술인들이라고 하는 통계가 있다. 스스로 열심히 심취될 수 있는 취미생활을 갖는 것이다. 자기 분야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인데 나는 거침없이 우리가 해온 부동산 에이전트라고 주장하고 싶다.

98년도인가 보다. 파운틴밸리시에 있는 병원에 리스팅(집을 파는 사람의 에이전트)을 가진 할머니 병문안을 간 적이 있었다. 그 할머니는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리스팅은 계속 들어오는 것 같았다. 부지런히 잘 가꾸어 놓은 파밍(부동산 에이전트의 농사) 덕분이라 생각한다. 그 할머니가 어디서 무엇을 하던 손님들은 상관이 없었고 집을 잘 팔고, 살 것이라는 이미지만 가지고 있기에 손님들로부터 계속 전화가 온단다. 이것은 몸은 병원에 있지만 일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물론 뒤늦게 이 부동산업에 뛰어들어 새로이 자기 마켓을 구축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늦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를 수가 있다.
지금 일선에 뛰고 있는 에이전트들에게 당부 하고 싶은 것은 직종을 바꾸지 말라는 것이다. 이만한 직장이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다. 이 얼마나 여유롭고 미래가 있으며 더 더욱 정직해야 지속되는 업이라는데 더욱 긍지를 가져야 한다. 오래도록 두터운 믿음으로 고객층을 형성해 놓으면 굳이 나이와 상관없이 스스로 생활을 컨트롤 할 수 있기에 말이다.

불경기라며 하던 일을 떠나고 바꾸어 본들 어디에 가서 무슨 일을 한들 호황일까. 불경기라는 거의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사회적 환경을 어떻게 피해간단 말인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피해 가기보다는 함께 돌파하고 나가자. 불경기는 불경기대로 호황기는 호황기대로 부동산은 희망이 있고 새로운 방향으로 개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자랑스런 직업관을 가지고 일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직장에서 내 가족들과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사랑을 베풀 수 있다면 얼마든지 아름다운 황혼을 맞을 수 있다.


우리 세대보다 더 힘든 샌드위치 세대는 우리의 부모님들의 세대임에 틀림이 없다. 그 위의 부모님 모시고 얼마나 고생을 하셨는가? 거기에 사회적 환경은 최악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일제시대를 거치고 2차 세계대전, 해방과 독립 그리고 6.25사변을 거쳤고 5.16과 4.19를 거치면서 정말 허리끈을 바짝 졸라매며 오직 미래를 위해서 ‘잘 살아야 한다’는 일념과 ‘자식들을 잘 키워야 한다’는 일념에서 정신적 육체적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한 세대인가? 밥 한술 마음 놓고 먹지 못한 세대에 부모님들 밑에서 모시면서 효라는 이름하에 얼마나 짓눌려 살아왔는가는 40을 넘은 사람들은 거의가 다 알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 우리가 키우는 자식 세대에서 우리가 갈 길은 바보가 아니면 다 보인다. 어쩌면 자식과의 머리싸움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부동산을 하면서 보면 재산을 지식에게 그대로 다 넘겨주는 부모는 그리 흔하지가 않다. 자식의 이혼을 걱정해서 재산을 넘겨주지 않는 사람도 있고 자식에게 재산을 다 주고 나면 부모님을 보러 자주 오지 않는다는 두려움에 재산을 넘겨 줄 수 없다는 부모도 보았다.

내게 꿈이 있다면 역전의 뉴스타 직원들이 모여 더욱 신나게 여행도 하고 같이 생활하며 아름답게 살아가는 천국을 연습하는 대기실, 즉 ‘뉴스타 시티’를 꼭 건설하고 싶다. 라스베가스 인근에 있는 노인 실버타운을 일부러 가본 적이 있다. 참 좋았다. 이것만은 꼭 이루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 인생이 얼마나 변하는가? 변할 수도 있지만 이것만은 변하고 싶지 않다.

남문기
<뉴스타 부동산 대표>
(213)999-4989
www.newstarrealty.com
ceo@newstarreal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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