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녀들은 보보스(bobos)자매

2008-05-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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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은 보보스(bobos)자매

프레스캇.

그녀들은 보보스(bobos)자매

올리버 피플이 출시한 ‘2008 서머 컬렉션’중 추천 브랜드 게리

미래의 시대는 ‘보보스’(Bobos)가 새로운 주역이다. 부르조아의 물질적 실리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누리는 미국의 신흥 엘리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빗 브룩스가 그의 저서 ‘보보스: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에서 처음 제시한 신조어이다. 보보스는 경제적으로 많은 소득을 올리면서도 과거의 여피들처럼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사치를 부리지 않고, 오히려 1960년대의 히피나 보헤미안처럼 자유로운 정신을 유지하면서 예술적 고상함을 향유하는 데 힘쓴다. 기득권 세력의 성공과는 달리 교육 수준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성공신화를 이루어 나간다. 또 대립되는 두 가지 가치를 조화롭게 절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계층이기도 하다. 미국의 중상류층이 닮고 싶어 하는 역할모델, 보보스를 닮은 자매를 소개한다. 서양화가 바비 고씨의 두 딸, 글로벌 컨설팅회사 ‘액센츄어’(Accenture)의 컨설턴트 제니퍼 고(29)씨와 명품 안경 브랜드 ‘올리버 피플스’의 제품개발 매니저 줄리엣 고(25)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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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다른 취향과 감각, 사고방식을 지녔지만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는 추진력’만은 닮은 점이라고 밝히는 언니 제니퍼 고씨(왼쪽)와 동생 줄리엣 고씨.

액센츄어의 ‘로드 워리어’, 제니퍼 고


부르조아의 물질적 실리·보헤미안의 정신적 풍요 누리는 신흥 엘리트로
언니는 헬스케어회사 전문 컨설턴트로 사업 전략·테크놀러지 경영 두각

언니 제니퍼 고씨는 1주일에 4일은 호텔이 집이다. 매주 월요일 비행기를 타고 출근해서 금요일이면 다시 비행기를 타고 퇴근한다. 회사 내에 그녀의 책상이나 자리는 필요가 없다. 대부분을 클라이언트 회사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곧장 회의실로 향하기에 옷차림은 항상 블랙 아니면 그레이 비즈니스 정장. 비행기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항공사마다 엘리트 등급이어서 어디를 가나 VIP 고객이고, 호텔생활에 익숙(?)해질수록 연봉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다.

“저희 회사에서는 전문 컨설턴트를 ‘로드 워리어’(Road Warrior)라고 부릅니다. 랩탑과 블랙베리, 셀폰 등을 소지하고 미전역 더 나아가 전 세계를 누비며 클라이언트와 회의를 갖고 문제를 파악, 솔루션을 제시하는 ‘움직이는 전문가’라 할 수 있죠.”

요즘 그녀의 출근지는 중서부에 본사를 둔 헬스케어 회사이다. 2년 가까이 끌어온 대규모 프로젝트로, 그녀의 두뇌와 손에 의해 거대 기업의 미래 사업 전략과 운명이 결정된다. 거의 마무리 단계여서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또 다른 지역으로 집(호텔)과 회사를 옮겨야 하지만, 항상 새로운 문제에 부딪혀 해결하고 전략을 제시하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

그녀가 다니는 글로벌 컨설팅회사 ‘액센츄어’(Accenture)는 미국 기업들에게 지식경영의 도입을 안내해 온 ‘앤더슨 컨설팅’이 전신. 타이거 우즈가 출연해 골프와 비즈니스 모두 최적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공통점을 지닌다고 강조하는 광고를 본 적이 있는가. 그 회사가 바로 세계 49개국 17만8,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경영 컨설팅과 테크놀러지 서비스, 아웃소싱을 하는 세계 최대의 컨설팅 그룹 ‘액센츄어’이다.

2001년 펜실베니아 대학 와튼 스쿨을 졸업하고 헬스케어 IT회사 ACM에서 일하다가 글로벌 컨설팅회사 ‘액센츄어’ 컨설턴트로 발탁됐다.


그녀가 지닌 테크놀러지 매니지먼트 기술과 헬스케어 회사에 대한 지식,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고객의 사이트에서 업무를 습득하고 해당 업무와 기술적인 사항을 적절히 조합해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컨설턴트, 비즈니스 전략과 테크놀러지 경영,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방법을 연구해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 그녀의 업무이다. 현재의 문제점을 빠른 시일 내에 정확하게 파악해내고 이를 바탕으로 그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해결책을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제시하는 일.

업무를 할 때는 변화하는 시류를 읽는 식견과 순발력이 요구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짜내는 두뇌 작업이 우선이기에 여행과 음악으로 휴식을 취하는 일 또한 게을리 하지 않는다.

주말이면 체력 단련과 스트레스 풀기에 중점을 둔다. 퍼스널 트레이너와 함께 꾸준한 운동을 하고, 틈이 날 때마다 세계 각국에서 펼쳐지는 뮤직 페스티벌을 다닌다. 지금이라도 당장 떠나고 싶은 국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셀로나에서 생활할 기회가 있었고 그 때 그 시절이 삶의 균형을 잡는데 커다란 도움이 됐다. 올 여름 휴가 역시 지중해를 따라 펼쳐지는 스페인 해안으로 떠날 계획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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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안경회사 ‘올리버 피플’의 제품개발 매니저 줄리엣 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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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컨설팅회사 ‘액센츄어’에서 비즈니스 및 테크놀러지 매니지먼트 컨설턴트로 일하는 제니퍼 고씨.

사치‘NO’예술적 고상함‘OK’

취향·감각·사고 방식 달라도 추진력 자매가 닮은꼴
동생은 명품 안경회사서 안경테 제품 개발 매니저로

동생 줄리엣 고씨는 명품 안경 브랜드 ‘올리버 피플’(Oliver Peoples)의 디자인실과 공장 사이를 오가며 제대로 된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제품개발 매니저이다. 사람을 만나면 눈부터 쳐다보는 여자. 저런 얼굴형에는 이런 안경테가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여자가 그녀이다. 패션 감각도 뛰어나 가족들이 샤핑을 갈 때 동반하고 싶어 하는 패션 컨설턴트이고, 빈티지 스타일 패션에 열광하는 트렌드세터다.

“선글라스는 몇 년째 얼굴을 반쯤 가리는 오버 사이즈 렌즈가 유행이고, 디자인은 클래식하면서 재미있는 것, 또 컬러의 배합이 눈에 띕니다. 최근에는 선글라스 역시 핸드백처럼 점점 하이엔드 추세를 보이고 있어요. 올 여름 올리버 피플이 출시하는 야심작은 버팔로 혼 소재의 다이아몬드 장식 선글라스죠. 2,000달러 선의 고가로 럭서리 아이웨어의 결정판이에요.”

트렌디 패션을 창조하는 웨스트 할리웃의 선셋 거리에 사무실이 있고, 이탈리아와 일본, 중국에 올리버 피플 공장이 있어 해마다 2~3차례 해외출장을 다닌다.

UC샌타바바라에서 미술사와 글로벌 스터디를 전공했다. 대학 시절 동양 미술(Non-Western Art)에 심취했고, 점차로 동아시아 미술과 일본판화,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트렌드를 초월하는 심미안이 생겼다. 사교적이면서 매사에 똑 부러진 일처리, 한번 결단을 내리면 밀어붙이는 추진력으로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 인기도 높다.

“올리버 피플에서 일하면서 엔지니어링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안경테를 만드는 작업은 어렵고 복잡합니다. 이상적인 디자인을 실체화하려면 기술적 지식이 필요하죠. 올해만 해도 3가지 다른 브랜드가 출시될 예정인데 모든 신제품들이 계획에 차질 없이 시판되도록 디자인 단계부터 공장 출고까지를 조정하는 일이 제 업무입니다.”

지난해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올리버 피플이 올 여름을 겨냥해 출시한 컬렉션은 남성용 ‘댄버’(Danver)와 여성용 ‘캐디’(Cady)로 정교해진 디자인이 특징이다. 특히, 캐디는 토파즈와 가넷(석류석) 빛깔로, 게리와 프레스캇이 디자인을 맡았다. 올리버 피플이 출시하는 폴 스미스(Paul Smith) 안경 역시 메탈 세공과 에나멜 디테일의 혁신적인 디자인이 제작 단계에서 유행을 예감하게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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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피플이 출시한 ‘2008 서머 컬렉션’중 추천 브랜드명 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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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버

세계 각국을 돌아다녔지만 아시아, 특히 일본의 부틱과 거리 문화가 좋다는 그녀. 도쿄와 오사카 같은 대도시도 볼거리가 많지만 외곽지역으로 갈수록 장인정신이 깃든 예술품들에 눈을 빼앗긴다면, 패션부터 건축까지 일본은 스타일 자체가 혁신적이고 독특해서라는 답한다. 정보에 강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소비 감각이 있으며, 자유롭게 사고하는 그녀들의 삶 역시 보보스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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