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악의 겨울’가고‘회복의 봄’왔다

2008-05-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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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나빠질 수 없다” 공감대 형성
부동산 펀드 주식시장서 강한 상승세
주택·카지노 보다 호텔·병원 전망밝아

주식시장은 실물경제의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투시경. 경제회복의 조짐은 경제가 살아나기 6개월 내지 1년 전부터 주식시장이 상승하면서 드러난다는 것이 통설이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주가가 상당한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를 앞서 간다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론이 없다. 실물경제의 앞날을 가늠할 수 있는 주식시장을 통해 본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은 전망이 밝다. 이미 최악을 지났으며 이제 회복만이 남았을 뿐이란다. 많은 지역에서 주택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차압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참혹한 상황에서 ‘밝다’는 전망은 거짓말, 아니면 지나친 위로의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나타나는 부동산 시장은 이미 강한 상승세를 탔다.

뉴욕 상업용 건물 전망 밝아


올해 가장 우수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주식 펀드는 원자재 관련 펀드다.
개솔린을 비롯, 밀가루 등 각종 농산물과 금 등 각종 금속류 등 천연자원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원자재 관련 주식이 고공행진을 벌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두 번째는 어디일까?
놀랍게도 부동산 펀드다. 주택시장이 계속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지금까지 부동산 펀드는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다수 투자자들은 다른 여러 분야 제쳐 두고 부동산에 베팅했다는 말이다.
주로 부동산 투자신탁(REIT)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올해 들어 7% 이상 올랐다. 다른 분야 주식들이 손해를 보거나 시원치 못한데 비해 7% 상승이라면 단연 돋보인다. 최고가 행진을 펼치는 원자재 펀드가 13% 상승임을 감안하면 부동산의 상승은 놀랍다.
LA를 비롯한 전국 많은 지역에서 주택가격 하락이 확산 심화되고 있는데 비춰보면 이상할 정도다.
그러나 현실이 참혹할지라도 앞으로의 전망이 중요하다. 특히 투자의 관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주가가 보여주는 부동산은 이미 최악의 상황을 건넜으며 앞으로는 고통보다는 상승의 날이 기다리고 있다. 확률적으로 보아도 내려가는 쪽보다 올라갈 쪽의 가능성이 높다는 데 돈을 걸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악을 벗어났다는 것이 중요하다.
부동산 펀드가 뜻밖에도 ‘붐’을 맞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투자자들은 왜 부동산 시장의 앞날을 장밋빛으로 보며 회복이 다가왔다고 판단하고 있을까. 부동산 투자 전문 펀드 매니저들의 말을 들어보자.
우선 부동산 펀드는 상승 외에는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다는 판단이다. REIT 지수는 지난해 15% 이상 하락했으나 최근 자본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REIT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1면서 계속>
알파인 부동산 소득 및 성장 펀드(Alpine Realty Income and Growth) 매니저 로버트 개스덴은 “지난해 부동산 펀드 하락이 너무 지나쳤다”며 “연방준비제도의 이자율 인하로 채권 수익률과 저축 이자율이 극히 낮아졌음을 감안하면 배당이 상대적으로 후한 REIT는 수익률 면에서 앞서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특히 주택 시장이 바닥을 쳤다고 선언하는 것은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펀드 상승 이유를 실제(fundamental)보다는 심리적 전환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알파 에퀴티 매니지먼트의 케빈 민즈가 “시장이 부동산의 반전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그는 “일부 부동산 주식에서는 시기상조의 기대, 또는 공허한 거품이 끼어 있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모든 부동산이 장밋빛이 아니며 선별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 부동산 투자 전문 펀드 매니저들은 주택 보다는 호텔과 병원, 지역적으로는 뉴욕의 투자 전망이 밝다고 본다.

◆호텔과 병원
민즈는 카지노와 주거용 REIT는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카지노는 신규 부동산에 과잉 투자했기 때문에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본다.
라스베가스 샌즈(LVS)가 대표적. 라스베가스 베네치안 외에 최근 새 카지노를 열었고 중국 마카오에 또 카지노를 개장하는 등 투자 과잉상태로 위험도가 높다.
카지노 외 부동산은 전망이 밝다.
민즈가 꼽는 것은 고급 호텔 소유 REIT인 다이아몬드 락 하스피탤러티(DRH). 카지노 소유주와 달리 호텔 소유주들은 경기 침체에 대비해 확장을 잘 자제해왔기에 경기회복 때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령화에 따라 병원 운영 또는 의료 리서치, 제약 연구소 소유 또는 운영 부동산 투자신탁도 전망이 밝다. 알렉산드리아 부동산 에퀴티즈(ARE)나 테넷 헬스케어(THC)가 그 중 하나다.

◆뉴욕
알파인 펀드의 개스덴은 뉴욕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월스트릿의 실직이 우려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상업용 부동산 랜드로드들이 뉴욕 오피스 빌딩에서 높은 렌트를 받아내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보면 보나도 부동산 신탁(VNO)과 보스턴 프라퍼티즈(BXP)를 꼽을 만하다.
그러나 이런 모든 밝은 전망도 경제가 조만간 나아진다는 가정 하에서다.
경제가 더 나빠진다면 부동산 시장도 더 나빠질 것이다. 따라서 REIT 주식이 가리키는 대로 무작정 뛰어들 일은 아니다.
개스덴은 “자본시장이 개선됨에 따라 REIT가 안정을 찾아 ‘조심스럽게’ 낙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경제가 굴러 떨어진다면 REIT와 다른 주식시장도 버텨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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