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기회를 잡아라

2008-05-15 (목)
크게 작게
지금 부동산 시장은 봄 날씨만큼이나 한치 앞을 예견하기가 어렵다.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만하면 계속 새로운 악재가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3~4개월 전과 비교해 볼 때 지금의 시장은 상당히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느낀다. 계절적 요인이 작용한다고 보기에는 엄청난 변화가 감지되는데 지역에 따라 에스크로 오픈하는 수가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3~4배 늘어난 곳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비교적 많은 한인들이 움직이고 있지만 스스로 무조건 깎아서 사야만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많은 좋은 매물들을 놓치고 있으며 실제로 에스크로를 오픈하는 한인들은 주류사회의 미국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현상이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지난 몇 년을 놓고 보았을 때 부동산 시장이 거의 바닥을 치는 듯한 분위기다. 현재 주변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이 하는 말을 종합해 보면 매물은 많은데 살 집이 많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집값이 많이 떨어져 꼭 집을 팔아야 하는 셀러를 제외하고는 집을 파는 시기를 늦추고 있으며, 꼭 팔아야 하는 셀러들의 경우도 은행차압 매물보다 가격이 높아 한번 낮아진 가격대에 익숙해진 바이어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셀러들이 일정기간 시장에 내놓았다가 포기하고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으며, 한동안 인기였던 숏 세일 매물들은 은행에서 승인 받기가 어려워져 가격이 싸게 나와도 에스크로를 종료하는 비율이 10개의 2개 정도로 적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에 따라 숏 세일에 지친 많은 바이어들이 대안으로 집 컨디션은 좋지 않지만 약간의 돈만 있으면 고쳐서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은행차압 매물에 몰리는 현상을 쉽게 접한다. 특히 매물에 따라 적게는 일주일에 3~5개에서 많게는 20개가 넘는 오퍼가 밀려 리스팅 가격보다 5~10%이상 오퍼를 넣어야 구입할 수 있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에이전트 입장에서는 매물은 많지만 실제로 손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매물의 비율이 전체에 매물의 10% 정도도 안 되고 힘들게 오퍼를 넣어도 경쟁이 심해 몸은 바쁘고 고단한데 비해 수입은 크게 늘지 않는다는 푸념을 자주 접한다.
현재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 역시 조금씩 다르지만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중순이면 바닥을 치고 서서히 오른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문구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최고의 시점을 잡느냐 놓치느냐가 결정된다는 것에 있다. 필자가 보는 견해 또한 내년 중순이 되면 바닥을 치고 서서히 오를 것 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도 알듯이 부동산의 최고 전성기인 2003년에서 2005년 사이에 집을 구입한 분들의 상당수가 융자를 변동이나 3년에서 5년 고정 또는 이자만 내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기간이 만기되면 이자율의 상승으로 페이먼트를 하기가 어려워져 결국 집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논리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매물이 다시 은행차압 매물이나 급매물로 쏟아져 나올 확률이 이 시점에 몰릴 것이라는 데에 많은 사람들 역시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싸게 나온 매물중심으로 많은 오퍼를 넣고 집이 팔리는 이유는 이들이 다른 사람이 다 아는 것처럼 지금보다 더 떨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누구나 예상하는 시점이 오면 이미 늦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저가 매물 중심으로 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저가 매물들이 빠르게 팔리고 있는 것을 볼 때 머지않아 가격이 안정되고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모든 투자의 기본 논리인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말이 쉽지만은 않고 떨어질 때의 무릎인지 오를 때의 무릎인가에 따른 반응도 다르겠지만, 지역에 따라 30% 이상 떨어진 현 시점이 투자하기에 좋은 시점임은 분명하다. 다시 말해 투자적인 측면에서 볼 때, 무한 경쟁 시대인 현 시점을 지나치게 비관한다든가 만족하며 새로운 모험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일시적인 안정을 가져올 수 있겠지만, 누구나 바라고 원하는 부를 축적하고 성공적인 미래로 가는 지름길을 찾기는 어렵다고 본다. 현 시점의 이러한 크고 작은 움직임들이 아직도 시장이 안정되려면 멀었다고 확신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시사하는 바가 있었으면 한다.
(818)357-7694
에릭 민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