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환상적인 S라인’ 내가...

2008-05-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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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S라인’ 내가...

엉덩이는 올라가 보이고 슬림하면서 다리가 길어 보이는 편안한 제임스 진 청바지.

’환상적인 S라인’ 내가...

평면 재단으로 만든 판판한 청바지는 실루엣이 망가지기 때문에 청바지의 뒷주머니가 엉덩이의 커브를 받쳐줄 수 있도록 주머니에 다트를 넣어 입체적인 청바지를 만든다고 밝히는 션림씨의 작업과정.

제임스 진 디자이너 션 림

날씬해 보이는 청바지 ‘제임스 진’의 수석 디자이너 션 림(사진). 그녀는 사과향이 나는 캐모마일을 닮았다. 편안함을 주는 허브, 시들어 가는 꽃 옆에 심으면 병약한 꽃들이 금세 생기를 되찾는다는 식물의 의사. 남자 디자이너들이 지배해온 청바지 세상에 뛰어들어 ‘여자’이기에 완성시킬 수 있는 환상의 실루엣을 만들어냈다. 사람이 입는 청바지를 평면으로 디자인할 수 없어 입체적 재단을 한다는 그녀는 청바지의 SLL법칙(Slimming, Lifting, Lengthening)을 실현시킨 디자이너다. 프리미엄 진 시장에서 ‘제임스 진’으로, 한예슬과 함께 런칭한 ‘레슬리 진’으로 주가를 팍팍 올리고 있는 디자이너, 패션쇼보다는 뮤지엄과 갤러리가 좋고, 요즘은 재미난 발상의 벽지스티커 ‘블릭’(Blik)의 평면 그래픽에 필이 꽂혔다는 패션 디자이너 션 림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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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SAIC 대학원서 섬유미술 전공… 청바지 붐 타고
입체적이면서 힙-업 효과 큰 프리미엄 진 만들어 대박

S“강조할 곳은 자연스럽게 강조하고 감출 곳은 커버해 주는 겁니다. 청바지는 디자인과 워싱도 중요하지만 일단 핏(fit)이 예뻐야 해요. 전체적으로 슬림해 보이면서 힙-업 효과를 내고 다리는 길어보이게 하는 거죠.”

제임스 진을 입는 이유는 멋스러움과 편안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프리미엄 진이라서다. 청바지가 갖는 진정한 섹시함이 ‘뒤태가 예뻐 보이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여성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래서 제임스 진은 청바지를 입었을 때 너무 꽉 끼어서 골반 뼈가 아프지도 않고, 배에 옷 솔기나 단추가 눌린 자국이 나지도 않는다. 의자에 앉을 때 허리 뒤쪽이 벌어져서 속옷이 보일 우려도 없다.

남편 제임스와 결혼한 후 시카고로 건너가 SAIC(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대학원에서 섬유미술을 전공했다. 졸업 후 뉴욕에서 디자이너 존 바렛과 함께 일했고, 1998년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QUO라는 브랜드를 런칭했다.

레베카 테일러 같은 토털 의류 브랜드를 하고 싶었다. 패션쇼를 다니며 친분을 쌓은 패션 관계자들의 권유로 데님 라인 ‘제임스 진’을 시작하게 됐고 첫 번째 쇼에서 대박이 났다. 세븐진, 얼진, 프랭키 B가 출시한 프리미엄 진으로 고급스러운 청바지 붐이 일어나던 시기였다.

“여자 디자이너가 없었어요. 남자 디자이너들은 한결같이 쿨한 워싱, 그러니까 앞모습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죠. 하지만 여자들은 청바지를 입으면 뒤태에 더 신경이 쓰이거든요. 볼록 튀어나온 힙이 예뻐 보였으면 좋겠고 다리는 길어보였으면 좋겠고...”

확실히 청바지의 핏과 워싱, 색감은 그 사람의 몸매를 달라 보이게 한다. 섹시하게 때로는 귀엽게, 편안하게 때로는 고급스럽게. 허벅지가 길고 통통한 사람은 워싱이 무릎 바로 위까지 된 것을 고르고, 다리 안쪽과 바깥쪽 재봉선 있는 부분의 색이 어두운 것을 고르면 된다. 데생을 할 때 명암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섹시한 뒤태에 ‘홀딱’

다리가 짧은 사람은 무릎 바로 위까지는 타이트하고 그 아래부터 넓어지는 부츠컷 진을 입으면 된다. 무릎이 실제보다 위에 있는 것처럼 보여서 다리가 길어 보이고 아무리 다리를 구부렸다 폈다 해도 바지에 무릎 자국이 나지 않는다.

또, 높은 구두를 신어도 바지 안으로 구두가 들어가 감쪽같다. 이처럼 여자만이 아는 섬세함으로 완성된 제임스 진은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최고의 청바지’(Best Jean for Everybody)로 선정되기도 했다.

“7월 말이면 가을 시즌 제품들이 선을 보이죠. 올 가을 가장 트렌디한 청바지는 다크 워싱된 가벼운 원단의 플레어 컷과 슬림부츠 컷이에요. 전체적인 이미지가 깨끗하고 바지 길이는 9부 정도? 운동화나 부츠를 신어 활동성을 강조한 패션이에요. 가을이 지나면 청바지는 가죽 재킷이나 스웨터 등을 받쳐주는 아이템이거든요.”

그 동안 프리미엄 진이 ‘라이즈’(밑위길이)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레그’(다리길이)로 초점이 바뀌고 있다. 원래 길지 않은 다리를 ‘길어 보이게’ 만드는 디자인이 바로 프리미엄 진의 마술인 것. 프리미엄 진이 유행시킨 부츠 컷(허리에서 무릎까지는 폭이 좁은 데 반해 무릎 아래부터 폭이 넓어져 부츠 위로 바지를 내어 입을 수 있도록 만든 진)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아직은 시장이 한정되어 있지만, 에코 럭서리 진 ‘그린 에디션’(Green Edition)도 인기 상승세를 타고 있어요. 자연 재배된 면을 천연 염색한 오개닉 데님인데, 신문으로 염색을 하는 등 리사이클(재활용)의 개념이 강한 청바지죠”

하지만 무엇보다 궁금했던 건 지난 1월 제임스진의 S/S 글로벌 스페셜 라인으로 출시된 한예슬 청바지 ‘레슬리 진’에 대한 반응이었다. 한국에선 이미 첫 에디션이 ‘솔드 아웃’을 기록해 다음 주 한국에 들어가는 대로 두 번째 에디션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한다. 레슬리 진의 판매 호조에 탄력을 받아 모두가 깜짝 놀랄 남자 연예인과 또 하나의 라인을 런칭할 계획도 있다고.

그뿐 아니다. 올 가을 시즌부터는 초심으로 돌아가 니트 가디건과 재킷 등의 아이템을 출시한다. 그녀에게 ‘정말 편안하고 날씬해 보이는 프리미엄 진을 만드는 디자이너’라는 명성이 제임스 진 브랜드의 기반을 다지게 했다면, 이젠 그녀가 처음부터 꿈꾸었던 토털 의류 브랜드로 향할 시기가 온 것이다. 여성의 속마음을 읽는 패션 디자이너 션 림, 그녀의 또 다른 비상을 기대한다.
<글 하은선 기자·사진 James Jea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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